5년간 단 한 번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던
작곡가의 실종과 그를 찾아 나선 전직 형사와 약사.
마포경찰서 민원봉사실 소속 경찰인 나영은
오늘도 붉은 약국, 아독방에 간다.
강력1팀 팀장이었던 그녀는 2계급 강등과
6개월 정직 처분받았고, 그간의 화려한 공적에도 불구하고
다시 강력팀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남는 시간에 책을 읽는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놓인 순서대로
책을 매일 열 권씩 산다. 남다른 기억력을 가진 평범하지 않은
행동으로 책방 주인인 안 약사와 친분이 생겼다.
나영은 여성·청소년 범죄수사과 노이경 경위가
수사를 도와주면 민원봉사실을 벗어나게 해 주겠다는
제안을 수락하고 퇴근 후 탐문수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아독방 온라인 단골 중 한 사람이 연락되지 않는다며
행방을 알아봐 달라는 안 약사의 부탁을 받게 된다.
단골은 5년간 단 한 번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던 작곡가였고
그의 실종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수사를 진행하면서 맞닥뜨리는 사건에 경악하게 된다.
작가의 말 - 조영주
일전 부산에 있는 '동주 책방'을 배경으로 한 청소년 소설을 한 편 쓴 적이 있습니다.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에 실린 단편 「하늘과 바람과 별과 복수」였는데요. 이 소식을 들은 서울 마포경찰서 반대편 푸른약국 숍인숍 '아직 독립 못한 책방 대표이자 약사인 박훌륭 씨가 "우리 책방을 배경으로 하나 써달라"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저는 옳다구나, 했습니다. 안 그래도 이곳은 마포경찰서 반대편이라는 특이한 위치 덕분에 '반전이 없다」에 등장했던 주인공인 정년퇴임을 한 안면인식장애 형사 이친전 씨를 다시 등장시키기에 딱이겠네! 하고 혼자 생각하고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 적이 있었거든요. 물론, 게을러서 실천으로 옮기지는 않았지만요. 그런데 아사장(아직 독립 못한 책방 사장의 줄임말)이 저런 말을 해오자, 저는 이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여러 가지 키워드를 넣어 적당한 길이의 시놉시스를 짰더랬는데요, 마침 몽실뷰스 에서 '느와르'를 주제로 한 중편 앤솔로지 제안이 왔기에 그 전편을 적는다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그려보았습니다. 김나영은 『붉은 소파 혐오자살』 『반전이 없다』에 연달아 등장한 인물입니다. 저는 이 세 편의 장편소설을 마지막 으로 더는 김나영이 등장할 일은 없으리라 생각해 왔는데요, 중편소설로 다시 한번 김나영의 이야기를 적게 되었습니다. 평택은 지금 제가 사는 지역입니다. 살짝 등장하는 평택경찰서 강력팀장 함민은 리디북스 우주라이크 소설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한 단편 「층동」「소음」에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붉은 약국, 아직 독립 못한 책방, 사장 안훈영 등은 실존하는 마포경찰서 반대편의 푸른 약국, 아직 독립 못한 책방, 사장 박훌륭을 각각 모티브로 했습니다만 실제 모습과는 아주 다릅니다. 아, 비슷한 부분도 있습니다. 다른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읽으신 후 직접 푸른 약국에 들러 보시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가신 김에 나영만큼은 아니더라도 책 한 권쯤은 꼭 좀 사주시면 감사합니다. (후기로 책방 광고를 하네?) 소설 속 노이경의 심리에 대해 덧붙이자면 가스라이팅, 따돌림 등 여러 가지 혐오는 보통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가스라이터가 피해자에게 절대 자신의 동기를 밝히는 법이 없죠. 왜냐하면 자기도 모르니까. 그저 그렇게 하고 싶어서, 자기 자신의 이득을 위해 했을 뿐이니까. 소설에서도 그런 부분을 드러내기 위해 결말을 모호하게 끝내 보았습니다. (왠지 노이경은 다음에 한 번 더 등장해 나영을 괴롭힐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후기를 통해 흔쾌히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주신 아 사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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