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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 '그녀의 거짓말'

clint 2024. 5. 3. 06:12

 

<그녀의 거짓말>은 시점이 아내와 남편으로 나누어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두 사람의 관점에서 번갈아 전개되는데 두 사람의 관계는 무언가 가로막고 있다.

사채로 인해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사채업자에게 매일 시달리는 여자.

각자의 눈에서 지켜본 상황들과 서서히 밝혀지는 결말의 반전이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여자는 성전환 자였던 것이다.

그렇게 된 것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와 사채업자를 피하기 위해서.

그들의 사랑을 지속되게 만들 수 없었던 아내의 빚에 얽힌 비밀과

결국, 그 아내의 죽음으로써 아내에 대한 사랑이 되살아난 남편이....

한 부부의 얽히고 설켜버린 관계 속에 긴장감은 물론 너무나 오싹한

기분까지 들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그녀의 거짓말」은 주인공 여자의 신체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손목에 솟아오른 복사뼈를 따라 올라가면 당신의 가느다란 새끼손가락에 이른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손톱이 어여쁘다”와 같은 서술은 여느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때 여자는 “말이 없다”. 

말을 할 수 없다. 이미 누군가의 손에 살해되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트렌스젠더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성전환 수술로 인해 빚더미에 앉게 되고 매일을 수금업자에게 쫓기는 주인공의 삶도 눈길을 끌지만, 그보다 본고는 작품을 관통하는 커다란 키워드 중 하나인 ‘가짜’ 담론에 주목하고자 한다. 작품 속에는 두 명의 가짜가 등장하는데, 바로 이혼으로 인해 서로에게 ‘가짜 남편’과 ‘가짜 아내’가 된 남자와 여자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짜들’이 걷는 행보는 서로 평행을 이루는 듯 하면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작품 속에서 두 ‘가짜들’은 공통적으로 일종의 죽음을 경험한다. 의도치 않게 살충제를 넣은 콜라를 마시게 된 ‘가짜 남편’은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자신이 남편을 죽였다는 생각에 도망친 ‘가짜 아내’는 그날 밤 잠자리를 같이 한 남자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활의 기회는 단 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남편은 무덤 문을 열고 나오는 나사로처럼 되살아나는 반면, 죽음을 물리치지 못한 아내는 ‘가짜로서의 속성’을 더욱 굳혀가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사체를 닦던 남편이 아내의 “가짜 성기”를 발견하는 순간, 여자는 “칼자국과 바늘자국이 선명한 “가짜 성기”을 지닌, “이제는 가짜가 되어버린 나의 아내”로 완전히 낙인 찍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