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까지 돈을 모아 식물 같은 삶을 꿈꾸지만, 입사자는 있지만
퇴사자는 없는 직장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네고시에이터.
보람은 경제학과 출신으로 대학원에서 심리학 학위를 받고
데이터베이스 전문가를 거쳐 아동 납치 사설 기업의
네고시에이터가 되었다. 그녀의 꿈은 마흔까지 돈을 모아 아마존 숲
열대우림의 발사나무처럼 뿌리를 박고 식물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4년만 지나면 꿈을 이룰 수 있는데 이 일을 하면서 한번의 실수로 인해
사고가 생겼고 자신의 위치가 견고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이 그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물러서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서 협상하고 아이를 되찾겠다는 생각으로
사건에 임하지만, 상대편에서도 협상가를 내세우는 등 만만하지 않게
대응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람은 회사에 입사자는 있어도
퇴사자는 없다는 것과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의 말 - 강지영
누구나 그랬겠지만, 지난 몇 년간은 콧바람을 쐴 일이 드물었다. 어차피 의자와 한몸으로 살아가는 내 인생에선 그리 큰 변화는 아니었다. 내향적인 인간이 대개 그렇듯 나는 당일에 엎어지는 약속이 내심 반가웠고, 밥과 커피를 나누어 마시며 근황을 나눈 뒤에야 본론을 꺼내는 비즈니스가 이메일로 전환된 것이 기뻤다. 마치 몬스테라처럼 적당한 햇볕과 물만 있으면 그럭저럭 불만 없이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던 어느 날 손목이 고장 났다. 이유를 찾지 못해 진통제와 물리치료를 받던 내게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바닥에 앉거나 누웠을 때 손을 짚고 일어나는 습관이 마음에 걸렸다. 이제 중년이 된 내 몸은 햇볕과 물만으로 버티기엔 성분이 너무 불량스러웠다. 운동을 시작했다. 조심스러운 시국에 거장하게 PT 받을 생각은 염두도 내지 못했다. 이른 새벽 집과 산책로를 달렸고, 매일 책상에 앉기 전 시간을 정해 맨몸운동을 했다. 1년 동안 쌓아온 습관 덕에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은 맑아졌다. 손목이 아팠던 사실도 이 글을 쓰면서 겨우 떠올릴 만큼 희미해졌다. 나는 여전히 식물 같은 삶을 꿈꾼다. 우아하고 꿋꿋하게 줄기를 뻗기 위해선 코어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그리고 최보람이 꿈꾸던 삶도 그와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당신에게도 권하고 싶다. 뿌리 깊은 식물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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