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

아서 C, 클라크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

clint 2023. 11. 4. 10:58

 

 

 

이 작품이 쓰인 시기는 1968년이다. 그리고 다음 해에 인류는 달에 도착했다. 작가의 상상력이 미래의 우주 세계를 놀랍도록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우주 탐사를 경험한 우주인들이 지구로 귀환한 후 작가에 보인 존경과 찬탄은 읽는 독자도 수긍할만한 실로 대단한 지성이었다.

 

인류 문명의 근원에는 무엇이 있을까?

원작가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 와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은 영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폭력이 문명의 근원이며, 이것을 벗어나는 것이신문명의 시작임을 말하고 있다. 상영이 시작된 후 대략 15분쯤 지났을 때, 최초의 모노리스(검은색의 거대한 인공 비석)의 등장이다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서로 다른 3가지 모노리스가 나온다. 첫 번째 모노리스는 시원기 인류가 발견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모노리스는 현재의 문명기에 나타나는 것으로, 달착륙한 인간이 달에 기지를 설치하고 발견했다. 세 번째 모노리스는 목성의 위성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인류를 새로운 문명에의 길로 들어서도록 해준다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장면은 시원기 인류가 던진 뼈가 우주선으로 바뀌는 장면이다. 큐브릭은 이 한Scene 400만년 인류문명발달사를 압축해 표현하고 있다.

 

 

 

 

 

 

이 장면을 통해 인류 문명의 근원에 폭력이 자리하고 있음을 말하고자 했을 것이다. 인간 내면의 폭력성이 발현되며, 주위 사물을폭력의 행사에 이용할 수 있도록 수단화 하는 과정이 문명의 발달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꼭 그의 말을 통하지 않더라도, 고도로 발달했다는 현재의 인류문명에도폭력이 주된 발달요인임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과학과 문명을 동일시 하는 현재에서는 특히나 그렇다. 대전쟁이 벌어진 시기를 통해 무기개발에 이용되는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나면 이러한 과학기술들이 실생활에 하나 둘 응용되면서 인류에게 또 다른문명의 발전을 안겨주고는 했던 것이다.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세 번째 파트인 ‘Jupiter : Beyond the Infinite’ 는 이러한 점에 대해 극적인 비판을 가하고 있는 부분이다. infinite’ ‘Jupiter’는 모두 신神을 말하고 있다. ‘Infinite' 무한, 의 개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 ’Jupiter'는 그리스, 로마 신화속에서 최고신인 제우스Zeus의 로마식 이름이다. 많은 태양계의 행성들 중, 목성Jupiter를 굳이 ‘Beyond the Infinite' 라고 표현한 것은 이러한 중의적 의미를 통해 모노리스를 만든 초지성이 신임을 말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인 것 같다. 다시 말해, 이 부분에서는 신 앞에 최첨단 테크놀러지의 상징인디스커버리라는 우주선을 보내폭력에 의한 문명, 그리고 그것에 대한 예속이라는 원죄를 묻고 있는 것이다.

 

 

 

 

 

HAL9000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와 데비브의 투쟁은 이 원죄를 벗기 위한 투쟁임이 분명하다. HAL9000문명과 이성의 상징이었으나, ‘극도로 이성적인 추론과정속에서이상한 결론을 내게 되면서 데이브를 제외한 4명의 승무원을 죽이게 된다. (영화 터미테이터의 인공지능의 반란도 HAL9000이 원조다) 이 부분에서도 인류 문명의야만성과 폭력성이 드러나게 된다. 고도로 발달한 문명의 상징인 HAL9000이 추론과정에서 자신의 이성을 과신하다가 4명의 승무원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큐브릭과 클라크는 불완전한 인류의 창조물은 그 어떤 것도 완벽할 수 없음을 말하면서, 현대에 만연한과학만능주의를 냉소적으로 비웃고 있다. 어쨌든, 데이브는 생존을 위한 투쟁과정 속에서문명의 상징인 HAL9000의 논리회로를 모두 파괴하며 이를 통해문명이라는 원죄를 벗은 최초의 인간이 된다.

 

 

 

 

그는 원죄를 벗은 채 목성 근처에서 세 번째 모노리스와 조우하게 된다. 세 번째 모노리스는 자기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모노리스이며, 원죄를 벗은 인류를 새로운 진화의 단계로 도약시켜주는 것이다. 데이브가 이 모노리스를 바라보며 다가서자 화면에는 극도로 환상적이며 아름답고 혼란스러운 장면이 교차 편집 된다. 이 장면은 지구의 익숙한 자연풍광을 네거티브로 찍어 색상처리 한 것이다. 20여분간 계속되는 혼란스러운 영상은 그동안 인류가 누려온 모든 것들이 허구일 수 있으며, 심지어는 자신들이 디디고 살던 지구의 풍광조차 인간이 인식하는 모습 그대로가 아닐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20여분간의 혼란스러운 이 장면이 웜홀과 화이트홀을 통한 지구로의 워프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나는 큐브릭이 그러한과학적인 고증을 표현하기 위해 20여분이라는 시간을 할애했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풍광의 중간 중간에 서로 다른 색으로 채색되어 클로즈업되는 데이브의 왼쪽 눈 홍채는, 기존의 관념들이 모두 파괴되는 것을 겪으며 공포와 경외감Wonder 최초의 모노리스를 발견한 시원기 인류가 경외감과 공포속에서 모노리스를 바라봤다. 그리고, 새로운 문명으로 진입하는 최초의 인류가 된 데이브 역시 경외감과 공포를 겪는다. ‘문명이라는 것의 근원에는폭력이외에공포와 경외감도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이 가졌던 관념이 모두 파괴되는 극도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 데이브는, 자신의 임종을 목격하게 된다. 이 임종은 기계, 전자 문명에 예속된 기존 인류의 실존적 죽음을 상징하고 있다 다음 장면, 임종한 데이브 옆에 모노리스가 서 있으며, 모노리스를 통해 본 우주에는 태반에 싸인 태아가 눈을 뜬 채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바야흐로 원죄를 벗은 최초의 신인류(StarChild)가 태어난 것이다. 이것은 지구에 있어 새로운 문명, 폭력이 배제된 문명의 출발을 알리는 것이다. 또한 데이브의 죽음과 새로운 출생으로 상징되듯이, 우주의 원리는생명의 윤회, 나아가 만물의 유전(流轉)’임을 일깨우고 있다.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분명 난해한 영화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하지만, 그 속에 남겨져 있는 메시지는 이 영화를 걸작으로 만들어주었다. 영화는 과학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인류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일생을인간성의 복원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필사적인 영화작업을 했던 큐브릭을 고려해 볼 때, 기계전자 문명을 비판하는 이면에는인간성 복원에 대한 의지도 들어 있을 것이다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속에서 우주의 진리는생명의 윤회, 만물의 유전에 있다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순간을 근원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항상 쾌락에만 그리고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만약 자신의 생명이 영원히 윤회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면 이러한 경향은 좀 줄어들지 않을까. 또한 만물이 유전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환경파괴와 동식물에 대한 학대가 좀 줄어들지는 않을까. 마지막으로 앞서 깨닫게 된 두 가지 진리를 통해야만적인 문명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 작품을 읽으면서 비로소 상상력이란 그의 지성이라는 총체적인 학문적 토대 위에서 그 나래를 활짝 편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작중에서 우주인 ‘데이빗 보먼’이 목성에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TMA-2’의 암흑공간 속으로 시간 여행을 한다는 설정은 희대의 천재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 박사가 발견한 공간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려낼 수 없는 명장면인 것이다. 그것뿐인가. 작가는 미래 세계의 우주선 내부 평면과 각종 첨단 기계장치들, 그리고 우주에서의 유영과 발사체의 원리부터 시작해서 우주비행 중 사용될 각종 음식과 우주복 등의 사용법 및 생활들, 등등해서 소소한 것까지에도 해박한 지식을 펼쳐 놓는데, 그러한 것들 모두는 향후 우주 개발 시대에 실재 그대로 실현되었다. 이러한 ‘놀랍다’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수가 없는 그의 작품 세계는 작가의 방대한 독서력과 그 독서에 힘입은 이해력 및 상상력에 근거한 천재적 재능의 산물로 그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문학 세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렇게 불러도 된다면 그는 이 시대 또 다른 형태의 예언자이기도 하다.

 

 

Arthur C. Clarke

 

 

이 책의 작가인 아더 C. 클라크는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래소설의 저자로서는 전세계에서 제1인자이다. 그가 저술한 책의 숫자나 발행부수도 엄청나지만 건전한 과학적 지식이 바탕이 되어 있다고 하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클라크는 1917년에 영국의 마인드 시에서 태어나 런던의 킹스 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 최 우등생이었고 졸업 후 영국 왕실 천문학회 정회원이 되어, 영국 행성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2년간(1948~50) 물리학요람(Physics Abstracts)의 편집인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우주탐험(Cosmic Search)」이라는 월간지의 편집인의 한 사람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우주탐험」이라는 월간지는 금년 즉 1979 1월에 창간된 외계지성에 대한 과학잡지이다이같이 학술활동을 하는 중에도 클라크는 지금까지 40여 권의 저서를 발 표하였는데, 그중 순수한 학술과 미래소설은 약 반반이라고 알려져 있고, 소재는 전부 외계지성이 주가 되고 있다. 그의 저서의 발행부수는 수백만 부에 이르고, 30여 개 국어로 출판되고 있을 만큼 전세계에 많은 독자들을 가지고 있다그런데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이 「서기 2001년의 우주여행 (2001: A space odyseey)」은 그의 저서 중에서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미래소설이다. 이런 종류에 속하는 그의 작품으로는 「Childhood's Ends」 「Imperial Earth」 그리고 「Rendezvous with Rama」 등 세 권이 있고, 비 공상에 속하는 것으로는 「Profile of the future」와 「The Promise of Space」의 2권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발표된 것으로는 「The fountains of paradise」가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서기 150년부터 4000년까지의 스리랑카에 관한 것인데, 외계지성의 탐험이라는 그의 특유의 사상이 잘 내포되어 있다1945년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에 영국군에서 레이다를 취급하는 장교로 근무하는 동안, 클라크는 『Wireless world』라는 책을 출판하였는데, 이 책에서 그는 인공위성, 특히 우주정거장으로 사용되는 인공위성을 사용하여 통신에 이용하는 방법을 기술하였다. 이것은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가 발사되기 12년 전의 일인 동시에 우주정거장이 1963년에 성공적으로 설치되기 18년 전의 일이었다. 이 저작으로 인해서 1962년에 KALINGA 상을 UNESCO에서 받은 것을 비롯해서 수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