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평범한 대학생이던 명준은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겪고 월북을 결행한다. 북한에 도착한 명준은 막상 북쪽 사회를 체험하자 그들이 내세우는 이상과는 달리 그곳에는 왜곡된 이념과 부자유만 있음을 알게 된다. 명준은 은혜와의 사랑으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지만, 은혜가 유학을 떠나게 되어 이마저도 좌절된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인민군으로 종군하게 된 명준은 은혜와 극적으로 해후하나, 그녀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고 그는 포로가 된다.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될 때 명준은 남한과 북한이 아닌 제3국을 선택한다. 제3국인 인도로 향하는 타고르 호에서 명준은 바다에 투신한다.
「광장」은 최인훈 소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소설로서 남북한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한 최초의 소설이자 전후문학을 마감하고 1960년대 문학의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광장」은 4.19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서는 논의되기가 어려울 만큼 1960년대의 사회적인 상황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소설이다. 작품의 프롤로그에 해당한 부분에서 작가는 “구정권 하에서라면 이런 소재가 아무리 구미에 당기더라도 감히 다루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 저 빛나는 사월이 가져온 새 공화국에 사는 작가의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서술하고 있을 정도이다.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광장」은 바로 1960년대의 분위기가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 포로가 된 명준은 남 · 북한 체제의 선택에서 중립국을 고집한다. 이는 남북한 어느 사회도 자신이 바라는 진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님을 알게 된 후 내린 결정이다. 즉, 남한과 북한 어느 사회에서도 자신이 살아갈 수 없다는 절망적 인식의 결과이다. 그 중립국으로 가는 배 위에서 명준은 죽은 은혜와 딸로 상징되는 갈매기를 보고, 투신자살한다. 이는 현실 어디에도 자신이 살고자 하는 이상적 사회가 없음을 깨달은 결과이다. 결국 중립국의 선택은 이상 실현을 위한 적극적 선택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의 체념이라는 소극적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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