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의경 '피리소리가 들려온다' (부제: 조선통신사)

clint 2022. 1. 8. 16:29

 

 

 

작가의 글 - 김의경

이 작품은 1995년에 완성되었으나 아직 무대화되지 못하였다. 그 전해에 나는 박요자 (朴王子) 씨로부터 조선통신사를 소재로 하는 작품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녀는 조선통신사에 통달한 히로시마의 재일 사업가로서, 이것을 기본으로 연극은 물론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하겠다는 결심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는 이다. 그간 여러 작가에게 부탁하였으나 작품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있다 했다. 나는 그때 유길준(兪吉濬)에 몰두하고 있었다. 처음 희곡으로 구상하고 있었으나 공부를 해나가는 중에 슬그머니 욕심이 생겼다. 소설을 쓸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조선통신사 희곡을 의뢰받던 시각에 나는 벌써 소설 <유길준>1,400매나 써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조선통신사>는 급하다고 했다. 나는 <유길준>을 보류하였다. (그리고 여태껏 이의 집필이 정지상태다.) 박요자 씨는 일본의 10대도시와 서울에서 공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자금조달에 나섰으나 IMF가 들이닥친 이 시기에 제작/공연비 5억엔은 무리였고, 끝내 무산되어 버렸다.

나는 이 작품의 무대화를 자못 기대하고 있었으나 아직도 꿈에 머무르고 있다. 쓸 때부터 한일합작이라는 전제가 있어서 스케일을 크게 잡았고, 또 양국의 스텝과 연기진이 참여하도록 쓰여졌기 때문에 이 작품은 어느 한쪽의 프로듀서가 쉽사리 손을 대기 어렵다. <조선통신사>에 대한 한일 양 국민의 지식은 대단히 제한되어 있다. 우선 사절의 크기이다. 3차에 걸친 쇄환사(刷還使, 1607, 1617, 1624) 사절을 제외하면 사절단의 인원은 최소 336(1811년의 최후의 사절)이고, 최대인원은 1711년의 500명이다.

 

 

 

 

<피리소리가 들려온다>1711년의 사행(使行)을 다루었다.

주요인물 가운데는 실재인물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물론 대부분은 Fiction이다.

사행에 대해서는 수행원들의 사행록이 수없이 많다.

일본에도 이에 대한 기록이 많고, 사행 길목의 여러 도시에는 지금도 관광상품 화된 여러 가지 유적이 진열되어 있다. 이를 쓰기 위해 박씨는 나에게 시행 루트를 답사하게 해주었는데, 여기에는 그녀의 부군 하나마츠 씨가 등도하였다. 아주 유쾌한 여정이였음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조선통신사는 우리들이 한번쯤 짚어보아야 할 양 국민의 염원이 담겨있다. 곧 우리 현대인들이 간직하고 있는 쓰라린 역사만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역사적 사실의 재발견이라는 측면이다. 인조는 병자호란의 위기를 갓 넘긴 1636년 여름에 태평지찬의 사명을 띤 475명의 시절을 보냈다. 당시의 일본인은 이에 감동하였고, 그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서 조선의 문화 사절은 200년 간의 태평시대를 이어갔던 것이다. 실은 일본 치하 36년의 비애는 <조선통신사>의 자존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김의경은 1960년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브랜다이스대학원 연극학과를 수료했다. 1964년 ≪문학춘추≫에 <갈대의 노래>, <신병 후보생>이 추천 완료되어 극작가로 등단했다. 극단 ‘실험극장’ 창립 동인으로 1960년부터 1976년까지 대표를 지냈으며, 1976년에는 극단 ‘현대극장’을 창설했다. 현재 ‘현대극장’ 고문이다. 한국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 초대 이사장(1982∼1986), (사)한국연극협회 이사장(1986∼1989), 국제극예술협회(ITI) 한국본부 회장(1995∼1999), 서울시립극단 초대 단장과 예술감독(1997∼2000), 공연문화산업연구소 이사장(2001∼2014년 현재)을 지냈으며 베세토(BESETO)연극제를 창설, 한국 대표로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무익조(無翼鳥)>(1966), <남한산성>(1974), <북벌>(1979), <식민지에서 온 아나키스트>(1984),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1986), <길 떠나는 가족>(1991), <조선통신사>(1995), <대한국인 안중근>(1998), <팔만대장경>(1999), <나비찬가>(2004), <사모(思慕)>(2009) 외 다수가 있다. 희곡집으로는 ≪남한산성≫(1966), ≪길 떠나는 가족≫(1998), 번역서로는 ≪스즈키 연극론≫(1993), ≪경극과 매란방≫(1993), ≪연극 경영≫(2002), ≪20세기의 일본 연극≫(2005), ≪살아 숨 쉬는 극장≫(공역, 2008), 저서로는 연극론집인 ≪도전과 응전의 긴 여정≫(2008) 등이 있다. 1975년 <남한산성>, 1986년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로 백상예술상 희곡상을 두 차례 수상했으며, 1989년 문화훈장 ‘보관장’을 받았다. 1991년 <길 떠나는 가족>으로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했고, 2001년 문화관광부에서 수여하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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