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달빛」은 3.15 부정선거와 4. 19의거가 이어진 1960년을 배경으로 쓰여진 희귀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자유당 말기 국회의원인 김대봉 일가와 그와 동향인 사업가 박기룡 일가를 중심으로 당시 정치, 경제적으로 비리에 얼룩진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오학영 작가의 유작이고 아직 공연이 안된 잊혀진 작품이다.
막이 열리면 김대봉의원의 생일축하파티가 호화롭게 열리고 많은 하객이 정치실세로 떠오르는 김의원을 축하하고 있다. 박기룡 사장도 와서 축하하고 있고 박 사장은 신문기자인 장남 일경의 신부로 김의원의 세 딸중 한명을 내심 정하여 그의 기반을 높이려 한다. 김의원은 1남3녀로 아들 동식은 대학 강사로, 첫째 딸은 부모의 강요로 결혼했으나 시집의 몰락으로 남편이 집을 나간 후, 친정에 돌아와 살고 있고, 김의원의 정략결혼에 희생된 꼴이지만 조용히 참아내고 있다. 둘째 정숙은 욕심과 지략이 많아 언니를 견재하며 박사장네 며느리로 가길 희망한다. 셋째딸 정림은 큰 형부인 허준에게 성폭행을 당해 그 후유증으로 집에서 쉬고 있다. 며칠 후, 3.15 선거 결과가 방송으로 들리는데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재집권하고... 그 배후에 김의원이 조정한 정치 폭력배 두목 원득칠이 있다. 그러나 부정 선거 후유증이 학생들 데모로 이어진다. 최사장의 아들 일경은 내심 정애를 마음에 담고 있으나 조용한 정애 성격 탓에 얘기 한번 제대로 못하고, 신문사 동료기자와 국보급 문화재 일본 밀반출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기사화 준비를 하는데... 이를 알게 된 김의원이 박 사장을 만나 강하게 제지해 달라고 요청하여 박사장은 일경에게 취재를 중단하라고 강요하여 대판 싸운 터에 혼자 술 마시는데 정숙이 찾아와 언니의 결혼과 파탄을 얘기한다. 그리고 그날 일경은 정숙을 취한다. 얼마 후, 두 사람은 약혼을 하는데 4.19로 인한 서울 전역의 시위로 도중에 보류되고 정국은 혼돈에 빠지고...
몇 달 후, 김 의원은 부정선거혐의로 구속되고, 박사장은 새로운 실세인 민주정부의 줄을 잡아 기사회생하고, 큰딸 정애는 자살, 임신한 정숙은 방황한다. 곧 김의원 집도 넘어갈 판에 아들 동식은 박사장을 찾아가서 아버지의 석방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냉정히 거절당한다. 한편 일경은 정숙이 임신소식을 듣고 그녀와 결혼을 약속하고 집을 나와 가정을 꾸미기로 한다.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을 보이면서 막이 내린다.
작가 오학영
1937년 3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희곡작가 오태영의 형이다. 경동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3년 시극동인회회원, 1970년 방송작가협회 감사, 한국문인협회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서울여자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1988년 교통사고로 사망.
활동사항 : 1957년 11월 『현대문학』에 「닭의 의미」가 추천되었고, 이듬해 5월과 8월에 『현대문학』에 「생명은 합창처럼」과 「꽃과 십자가」를 발표하였다. 이 세 편의 희곡은 3부로 된 연작희곡의 형태로, 상화라는 동일한 주인공을 통해서 비사실주의적인 방법으로 인간 실존의 문제를 일관성 있게 탐구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밖의 희곡으로는 「심연의 다리」(1959), 「묘한 장난을 끝내라」(1962), 「우리 모두의 꿈」(1972), 「시인이여 독배를 들라」(1985) 등이 있으며, 1976년 희곡집 『꽃과 십자가』를 펴냈다. 오학영의 희곡은 전쟁이 인간의 의식구조에 미친 가혹한 정신적 상처를 예리하게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는다.한편 오학영은 1963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염소」를 발표하면서부터 소설 창작에도 관심을 가져 「바람개비」(1965), 「아파트 층계」(1971), 「환상살인」(1982) 등 여러 작품을 발표했고, 『침묵의 소리』(1974), 『바람으로 떠난 여자』(1985) 등 2권의 소설집을 간행했다. 그의 소설은 전후 실존의식의 실체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밖의 저서로는 1979년에 간행한 『희곡론』, 1988년에 나온 시*집 『우수주의자의 여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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