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주선생이 어린신입단원인 지애와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지면서 연극단원들의 일상적인 연극연습이 진행되고 있다. 연극연습은 연출가 박영욱의 과거를 미라와 미라무스 (미라의 아니무스)라는 인물을 통하여 극중극으로 진행된다. 박영욱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주선생에 대한 왜곡된 사랑이 아버지에 대한 감정에서 비롯되었고 잘못 선택된 결혼 또한 자신의 오래된 무의식에 자리 잡은 콤플렉스에 기인한 것을 연극을 통해 깨닫게 된다. 박영욱은 화해하지 못했던 자신의 아니무스와 마주하며 손을 잡게 된다. 자신 안에 있는 아니무스의 잘못된 억압을 발견하고 치유해 가는 과정을 통해 온전히 자유롭고 발전된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꿈꾸게 된다.
스위스 출신 정신의학자 칼 구스타프 융(Jung, Carl Gustav, 1875~1961)의 분석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의 인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는 페르소나(persona) 원형, 아니마(anima) 원형과 아니무스(animus)원형이 존재한다고 했다. 아니마는 남성 정신의 여성적 측면을 말하고, 아니무스는 그 반대로 여성의 남성적 측면을 말한다. 남자는 여성성을 물려받아서 무의식적으로 일정한 기준을 만들고 그 영향으로 여자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게 된다. 아니마의 처음 투사(投射)는 어머니에게 행해지며, 아니무스는 아버지에게 행해진다. 융은 개인이 양성적(兩性的) 본성을 모두 표현하지 못하면 건강한 성격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보았다. 연극 <내 사랑 외디푸스>에서는 바로 아니마와 아니무스라는 주제의식이 배우들의 연극 연습 과정을 통해서 펼쳐진다.
최 작가는 “어머니 혹은 시어머니가 하는 얘기는 곧잘 사회의 관습이 됐고 그것이 내 삶에 영향을 끼쳐 실패한 인생이 됐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의 관습, 나의 페르소나에 의해 가려진 진정한 나의 아니무스를 마주하는 순간 그 모든 것은 나로부터 출발했음을 느끼는 주인공 박형욱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억울함 우울함 실패 좌절 두려움 슬픔 등 좋지 않은 모든 것을 껴안고 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또 다른 성(性)인 아니마 혹은 아니무스란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어두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출의 글 - 김국희
남성속에 있는 아니마, 여성 속에 있는 아니무스는 진정한 자아를 지칭한다. 이는 잘 발현되었을 때는 창조력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억압의 형태로 발현되었을 때는 파괴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한 여성연출가는 연극을 만드는 중에 자신을 지배해 왔던 무의식과 마주하게 되면서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나를 완성하기 위한 시작일 것이다. 정신분석학에서 언급되는 무의식의 세계, 아니마와 아니무스. 이는 우리가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칫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여러 가지로 단순한 구도를 사용하려 한다. 상황 자체도 매우 단순하게 펼쳐지도록 노력하였으며 움직임을 많이 사용하여 단순한 상황에 극적 긴장감을 가질 수 있도록 시도하였다. 극중극이 이 작품의 주를 이루기에 단원들의 연습장면에 주안점을 둔다. 연습장면은 극적 재미와 생생한 에너지를 보여준다. 또한 중간중간 연습이 멈춰짐으로써 관객의 극에 몰입을 방지하여 그 내용에 대하여 숙고하고 인식하는 계기를 주고자 한다.
어머니 혹은 시어머니가 하는 얘기는 곧잘 사회의 관습이 되었고 그것이 나의 삶에 영향을 끼쳐 실패한 인생이 되었을 수 있지만 나의 관습, 나의 페르소나에 의해 가려진 진정한 나의 아니무스를 마주하는 순간, 그 모든 것은 나로부터 출발해야함을 느끼는 주인공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어눌함, 우울함, 실패, 좌절, 두려움, 슬픔, 그 좋지 않은 모든 것을 껴안고 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또다른 성(性)인 아니마 혹은 아니무스를 마주하여 그 어두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최명희(崔明姬)
작가는 경기여고와 서강대 영어영문학과 출신으로 1980년 '현대문학'을 통해 희곡 <미소 짓는 꿈>으로 등단했다. <길몽> <안개의 성> <반가워라 붉은 별이 거울에 비치네 (허난설헌)> 그 외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한 1세대 희곡작가다. 희곡집 <내 사랑 외디프스> 번역희곡 <정적과 어둠사이>, 2012년 극작으로 올빛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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