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안톤 체홉 '바냐 아저씨'

clint 2018. 5. 4. 08:26

 

 

 

 

<전원생활의 정경>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1897년에 발간된 《희곡집》에 발표되었고, 1899년 가을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주인공 바냐 아저씨는 죽은 누이동생의 남편인 세레브랴코프 교수를 위하여, 누이동생의 딸 소냐와 함께 매부의 시골 토지를 지키며, 살고 있다. 그런데 퇴직한 매부가 젊고 아름다운 후처 엘레나를 데리고 오랜만에 시골 영지로 돌아오자, 그 매부가 사실은 어리석은 속물임을 알고는 실망과 허탈에 빠진다. 게다가 그 고뇌는 엘레나에 대한 사모의 정이 싹트면서부터 한층 심각해진다.

 

 

 

 

 

한편, 바냐의 친구인 아스토르프는 바쁜 진료생활 가운데서도 산 가꾸기에 정열을 기울이는 몽상가적인 의사였는데, 남몰래 그를 사모하고 있는 소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엘레나의 매력에 정신이 팔린다. 이럴 때, 세레브랴코프는 영지를 팔고 도회로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희생과 헌신으로 보낸 반평생의 대가로, 결국 이 땅에서 쫓겨나게 된 바냐는 절망한 나머지 세레브랴코프를 권총으로 쏜다. 총알은 빗나가고 화해가 성립하여, 세레브랴코프 부처는 허겁지겁 떠나고 바냐와 소냐는 다시 전과 같은 조용한 생활로 돌아간다. 이 작품은 비극의 절정에서 행복한 장면으로 비약적으로 전환하여 막을 내리는 희비극의 형태를 지닌다.

 

 

 

 

 

‘우린 쉬는 거예요! 우린 천사의 목소리를 듣고 보석이 깔려있는 하늘 전부를 보는 거예요. 이 속세의 모든 악한 것 우리들의 모든 고뇌가 자비 속에 가라앉고 우리들의 생활이 고요하고 상냥하고 애무처럼 달콤한 것이 되는 것을 보는 거예요. 난 믿어요. 확신해요. 아저씨는 자기 평생에 기쁨이라는 것을 몰랐어요. 그렇지만 기다려 보세요. 바냐 아저씨 기다려보세요. 우린 쉬게 되요. 우린 쉬게 될 거예요!’ 라는 소냐의 대사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외면당하고 고독한 인생들의 사후 세계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고 있다. ‘평생에 기쁨이라는 것을 몰랐’던 비극적인 인생이 사후의 행복에 희망을 갖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묘사된 모든 갈등의 밑바닥에 깔린 것은, 19세기 말의 러시아의 세속과 도덕에 대한 항의이며, 작자는 이런 생활과 타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정당성을 독자에게 호소하려 하였다.

 

 

 

 

1막
어느 시골 농가에 퇴직교수 부부, 세레브랴아꼬프와 엘레나가 오고부터 집안 분위기가 왠지 느슨해졌다. 식사시간도 일정치 않아지고 온종일 신경통에 시달리는 교수의 응석을 받아주느라고 밤잠을 설치기까지 한다. 전에는 열심히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던 바냐아저씨와 소냐, 그리고 의사인 아스뜨로프까지도 자신의 일에 소홀해지고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바냐와 아스뜨로프는 아무하는 일 없이 하루하루를 소일하면서 보내는 교수부부를 비난하면서도 증오하는 교수와는 달리 아름다운 엘레나에겐 은근한 사모의 정을 품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일마저 팽개치고 그녀와 말을 할 기회를 엿보느라 정신이 없다. 소냐 역시 요즘 부쩍 방문이 잦아진 유쾌한 미남 의사에게 반하여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기회를 노리지만 의사의 마음 속엔 온통 엘레나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던 중 사사건건 교수를 무턱대고 숭배하는 어머니와 다툰 바냐는 홧김에 엘레나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그녀는 괴로워 한다.

2막
그날 밤 신경통을 호소하는 교수는 자신의 늙음을 한탄하면서 젊은 아내를 불신하는 말을 하여 그녀를 괴롭힌다. 인생의 퇴락이란 무력감과 죽음에의 두려움이 그를 점점 에고이스트로 만들어 가고 가족들간의 미움과 서로간의 멸시는 점점 커져만 간다. 집안 공기는 정말 질식할 것만 같다. 와아냐는 낭비해 버린 과거와 불합리한 현재를 구원해줄 방도로 엘레나에게 사랑을 구애하고 엘레나는 평범한 러시아의 전원생활을 멸시하며 못견뎌 한다. 한편 자신의 마음을 은근히 내비치는 소냐에게 의사는 전에 있었던 사고로 인해 자신의 환자가 죽은 것을 들추어 내면서 자신은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소냐는 의사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의 못생긴 얼굴이라고 믿고는 깊은 절망감에 빠진다. 괴로와하던 소냐는 새 엄마인 엘레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를 계기로 그들간의 서먹했던 관계가 다소나마 해소된다.

 

 

 

3막
교수가 무엇인가 발표하기 위해 가족들을 소집하고 모두는 응접실로 모여든다. 한편 소냐의 고민을 듣고 의사에게 간접적으로 사랑을 전해주던 엘레나는 오히려 의사로부터 자신에 대한 사랑고백을 듣게되고 그에게 몰래 만날 것을 강요당한다. 몹시 놀란 엘레나는 하루빨리 이 집에서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실망스러운 소식을 전해들은 소냐는 절망한다. 교수는 자신의 재산을 정리하고 도시생활을 위한 자금 마련의 방편으로 소유지를 팔고자 한다는 발표를 하고 그에 대한 가족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그러나 와아냐는 온 젊음을 다바쳐서 돌보면서 집안일을 처리해준 자신을 여태까지 하인처럼 취급만 하고는 이제와서는 소유지까지 맘대로 처분한다는 소리에 격노하여 화를 내다가 마침내 총까지 휘두르게 된다.

4막
사태가 악화되자 교수부부는 속히 떠날 결심을 하고 의사는 떠나려는 엘레나에게 마지막으로 구애를 한다. 와아냐는 자살을 결심하나 소냐의 간곡한 만류로 다시 자신이 멸시했던 생활속으로 돌아간다. 소유지와 기타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갈등이 차츰 가라앉고 그들은 작별 앞에서 마침내 서로 화해의 악수를 나누게 된다. 떠나고 남는 사람들 사이에서 모든 것은 다시 제자리를 찾고 슬픔을 끝내고 쉬게될 날을 꿈꾸며 와아냐와 소냐는 다시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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