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더 말의 이야기
레프 톨스토이의 중편<홀스또메르>에 바탕을 둔 마르끄 로조브스키의 2막 희곡.
함영준 /역
인생이여... 삶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나니 우리는 그 짧은 순간을 이해하지 못한다.
“얼룩빼기 거세마가 외로이 서 있습니다” - 톨스토이의 중편소설 '어느 말 이야기'를 각색한 “홀스또메르”는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모습을 늙고 병들어 있는 초라한 말의 회상을 빌어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그 안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깊은 통찰과 함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인생의 화두를 남겨주는 작품이다.
인간이 소유하고 부리는 말의 시각을 통해 삶과 죽음, 사랑과 고통, 아름다움과 추함, 젊음과 늙음 등을 ‘홀스또메르’와 ‘세르꼽스키’공작의 삶과 대비하여 산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져주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말이 주인공이자 화자가 됨으로써 그보다 더욱 초라하고 추악한 인간의 존재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자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이 슬퍼...”
홀스또메르는 순종인 부모 사이에서 ‘얼룩배기’ - 잡종으로 태어난다. 그의 탄생은 자유로운 한 삶의 시작이지만, 순종을 추구하고 소유하려는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서 다른 말들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는 ‘얼룩배기’라는 이유로 사랑에서버림받고, 거세당하며, 다름 말들과 소외된다. 또한 그로 인해 마부장의 소유가 되며 ‘자유’를 박탈당한다. 하지만 ‘얼룩배기’라는 잡종의 관점을 다른 관점에서 본 세르꼽스키 공작에 의해 ‘화려한’ 말이라는 찬사를 듣게 된 그는 공작의 소유가 되어 자신의 화려한 기상과 질주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며 당당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에게 있어서는 공작과 함께한 2년의 시간이 인생의 황금기로 가장 행복한 시절이 되었다. 그러나 가장 행복한 순간도 잠시, 경마장에서 우승하고 난 후 자신의 연인을 다른 이에게 빼앗긴 공작의 분노에 의해 그는 학대당하고 다시는 치유할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소유가 아니라 자신이 아끼는 아름다운 대상을 어떻게 가꾸는가이다. 결국 아름답고 당당했던 홀스또메르는 혹사당하고 팔려 다니면서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마지막 거처에 다다르게 된다.
“그는 날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날 알아볼 수 있었겠습니까?”
마지막 거처가 된 자신이 처음 태어난 마굿간에 다시 돌아온 홀스또메르. 그곳에서자신과 똑같이 늙고 초라하게 변한 공작을 만난다. 그러나 공작은 홀스또메르를 알아보지 못한다. 단지 자신이 한때 행복했던 시절을 추억할 뿐이다. 과거의 행복은 다 지나고 단지 공작에게 남은 것은 이유모를 분노와 젊은 날의 무분별한 생활이 가져온 빛더미와 알코올 중독 뿐이다. 그는 더 이상 공작이라는 가치도 남에게 주지 못하고 짐승보다도 쓸모없는 천덕꾸러기일 뿐이다. 과거의 기억 속에만 묻혀 사는 무기력한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공작을 알아본 홀스또메르에게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잠시나마 돌아가 볼 수 있는 불꽃이다. 그리고 이미 자신의 존재는 공작에게서 잊혀져 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달릴 수 없는 말... 단지 늙고 초라함, 피할 수 없는 죽음만이 이 둘 사이의 공통점일 뿐이다.
누구나...중후하게 늙을 수도 있고, 추하게 늙을 수도 있고, 때론 가련하게 늙을 수도 있다.
이 작품의 경우 말의 인생을 통해 그와 유사한 인간의 삶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죽음이후의 이러한 유사점은 엇갈리게 된다. 말의 죽음이 버릴 데가 없이 인간에게유용하게 쓰이는 반면, 세르꼽스끼 공작의 주검은 겉치레만 화려한 모습으로 땅에 묻히게 된다.겉으로만 화려한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말보다 더 무기력하고 무가치한 존재라는 사실을 역설적인 결말을 통해 보여 진다.
이 연극은 홀스또메르라는 말의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일대기이다. 그 구성은 죽음을 앞둔 한 거세마의 회상으로 이루어지며, 그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변화무쌍한 시간과 공간을 구성한다. 또한 이것은 우화라는 측면에서 말의 시각이 관찰한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인간의 욕구와 행동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되며 말의 입을 통해 들려지는 것이라 관객들 역시 인간의 행동을 이상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교훈성을 짙게 드러낸다. 또 이러한 자유로운 회상과 인간과 말, 탄생과 죽음, 사랑과 고통 등의 대비들은 이 작품의 중심인 우화적인 성격을 강조하게 되고 이 작품을 감상한 관객들의 마음에 “산다는 것”에 대한 화두를 짙게 던져준다.
늙은 얼룩배기 거세마가 외로이 서 있다. 그의 이름은 ‘홀스또메르'
마굿간의 젊은 말들은 그가 이방인이며 늙었고 병들어 있음을 조롱하고 그를 괴롭힌다. 그그러나 그를 알아보는 늙은 암말 ‘바조 쁘리하’가 나타나 그가 한때 훌륭했던 명마였음을 밝힌다. 홀스또메르는 자신의 일생을 다른 젊은 말들에게 말해주기 시작한다. '홀스또메르'는 골격이 튼튼하고,어느 말보다 빨리 달리며 혈통 또한 좋지만, 얼룩배기 말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천대를 받는다. 또한 암말 바조쁘리아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는 그가 단지 얼룩 배기라는 이유로 밀루이라는 순종 말에게 가고 만다. 이에 격분한 '홀스또메르'는 바조쁘리아를 범하려다 밀루이와 싸우고 소란을 일으키지만 잡종의 씨가 퍼지는 걸 두려워한 장군과 마부에 의해 거세를 당한 뒤, 우울하고 내성적이 되어 버리고 자신의 존재와 사람들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얼룩배기라는 이유 때문에 짐을 끄는 말로써 생활을 하던 그는 어느 날 세르홉스끼라는 공작의 눈에 띄어 화려한 말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팔려간다. 공작의 소유마가된 홀스또메르는 경마에서 다른 명마들을 젖히고 우승을 하는 등 2년 동안은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냉정하고 이기적인 세르홉스끼 공작이 연인 마찌에와 경마장에 함께 가면서 홀스또메르의 그 행복했던 순간도 막을 내리게 된다. 공작은 경마장에서 만난 장교와 홀스또메르를 두고 내기를 하게 되고, 결국 승부에선 이기게 되지만, 연인 마찌에는 장교와 눈이 맞아 그에게서 도망친다. 이에 격분한 공작은 마찌에를 추적하고, 홀스또메르는 추적 중 다리가 부러져 쓸모없는 말이된다. 공작에게서 버림 받고 중개인에게 팔려간 홀스또메르는 그 후 말상인, 노부인, 농부, 집시 등에게 팔려 이곳저곳을 전전 하다 결국 자신이 태어난 마구간으로돌아오게 된다. 그 곳에서 말을 사러온 늙은 공작과 우연한 재회를 하게 되지만, 빛더미와 알콜 중독에 빠진 공작은 그 앞에 서 있는 얼룩배기 말이 홀스또메르인지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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