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화원 '유랑극단의 시간여행'

clint 2016. 7. 5. 21:17

 

 

 

극중극 이수일과 심순애1

 

11(서울 수일의 하숙집 인근 공원)

경성제대 학생인 이수일은 애인 순애가 최근 요양 차 평양에 머물고 있어 쓸쓸해 하는데, 수일을 방문한 박은 장안의 거부 김중배가 사업 차 만나게 된 순애의 아버지를 통하여 순애를 알게 되고 순애에게 유독 큰 관심을 보였다는 소문이 파다함을 알려준다. 박은 요양 차 평양에 갔다던 순애를 뒤쫓아 가보라고 충고하며 자신의 책값과 망토, 구두를 평양으로 가는 수일을 위해 빌려 준다.

 

12(평양 대동강 변)

순애모는 순애에게 중배의 청혼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순애는 망설인다. 순애모가 투신자살을 불사하며 몰아붙이자, 효녀인 순애는 승낙하고 만다. 김중배는 화려하게 치장한 모습으로 그들 앞에 등장하고, 순애모와 순애를 보고는 좋아한다. 그 때 검은 학사모와 망토 차림의 수일이 등장하고, 중배와 순애를 사이에 두고 실랑이가 벌어진다. 중배는 돈을 미끼로 수일에게 순애를 포기하라고 하자, 수일은 절규한다. 부모님들의 강요로 김중배에게 마음을 돌리는 순애를 보고는 돈에 눈이 어두워졌다고 눈물 흘리며 원망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떠난다.

 

13(서울, 몇 달 후 공원)

실연의 상처로 수일은 굶어 죽으려 하고, 친구 박은 그에게 우정 어린 충고를 해준다. 박이 전당포에 시계를 맡겨 수일을 도와주러 간 사이, 순애가 지나가다 수일을 발견하고 자신의 용서를 빈다. 그러나 수일은 용서하지 않는다. 그는 입신양명하라면서 내미는 순애의 돈을 거절한다. 수일은 돈이 최고이더냐고 부르짖다가 쓰러지는데, 화려한 차림의 여인이 그를 구해준다.

 

막간극

김중배의 전화를 받고 외출 준비를 하는 그의 첩실 월선과 그녀를 부러워하는 동료 기생들(한국춤), 기생엄마, 거지들(타령), 만담꾼, 당대인기여가수(노래) 등의 모습이 연기와 노래 등으로 펼쳐진다.

 

 

 

 

 

21(서울, 수년 후 공원)

수년 후, 공원에서 허름한 모습의 박과 귀부인 순애가 만난다. 순애는 박에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면서 수일에게 사죄를 전해 달라고 한다. 당시 독립운동에 가담하고 있던 박 역시 순애를 원망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불행의 죄라고 그녀를 비난한다. 수일을 한번만 만나게 해달라는 청도 역시 거절하며 부녀의 덕도 배반하려 하냐면서 꾸짖고 사라진다.

 

22(서울, 수년 후)

그로부터 10년 후, 수일은 갑부인 미망인의 도움을 받아, 장안 유수의 고리대금업자로 변신해 악착같이 돈만 번다. 수일은 순애와의 실연을 채찍으로 10년 간 버텨온 것이다. 미망인은 수일을 사모하는 마음을 조금씩 드러내지만, 수일의 얼어붙은 마음은 돈을 모으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23(서울, 같은 해)

천하 한량으로 군림하는 김중배에게 실망하고 박대당한 순애는 짐을 싸들고 서울집으로 내려와 수일에게 속죄의 편지를 보낸다. 수일은 순애의 편지를 읽지도 않고 찢어버린다. 오랜만에 수일을 찾은 박은 돈에만 집착하는 수일의 근황을 비난하며, 순애를 용서하라고 충고하며 독립운동에 헌신하는 동지들의 근황을 전한다. 그러나 수일은 아무 일에도 관심이 없다. 마침 수소문 끝에 사죄하러 순애가 들어와 용서를 빌지만, 수일은 금고속의 돈을 던지면서 옛날 대동강변에서의 자신의 슬픔이나 맛보라고 절규한다. 순애는 극도로 흥분하고 절망하여 은장도로 자신의 심장을 찌른다. 그때서야 수일은 순애에게 자신이 사랑한 건 순애뿐인 것을 인정하며, 피흘리는 순애를 안고 울부짖는다. 순애의 죽음으로 충격받은 수일은 박과 동지들의 활동을 위하여 많은 재산을 희사하기로 결심한다.

 

맺는 노래

아코디언의 선율에 맞추어 황금만능 적 세태를 비판하는 풍자적 노래가 울려 퍼지며 막이 내린다.

에필로그 : 현재에서 과거로

무대를 철수하고 조명을 안전하게 끄고 의상, 소품을 모두 정리한 배우들은 그들의 공연을 따뜻하게 감상해 준 현대의 관객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그러나 그들이 속하였던 시간과 공간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그들은 기억을 더듬어 과거로의 탈출구를 찾아 유랑의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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