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사카테 요지 '다락방'

clint 2016. 1. 15. 21:50

 

 

 

 

다락방을 둘러싸고 다양한 사람들 각각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진행되는

이 작품은 다락방에서 죽은 남동생이 틀어박힌 이유를 찾아서 다락방의 비밀을

추구하는 남자가 이야기를 더듬어가는 미스터리한 스토리로 시작된다.

무대위에 ‘다락방’ 이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사다리꼴 모양의 상자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하나 하나 모이고 또한 그들이 엮이기도 하면서 전개되는

경이로운 작품이다.사카테 요지에게 일본 요미우리 문학상과 요미우리 연극대상

최우수 연출가 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은둔형 외톨이를 테마로 한 정교하고

치밀한 작품 <다락방>현대 일본의 은둔형 외둘이를 지칭하는 히키코모리.

이 단어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음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이들 다양한 '히키코모리'의

등장과 그들만의 공간 다락방은 각기 인물의 캐릭터와 그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다락방’은 외부과 분리되고 격리된

그들만의 정신적, 현실적 공간이다. 작은 상자 형태의 무대라는 시각적인 틀을 떠나

어디서건, 어떤 형태로서건 존재할 것 같은 ‘다락방’은 비단 일본뿐 아니라

현대 사회의 문제와 인간 자체의 외로움과 소외를 기발한 상상력과

무대 아이디어로 표현한 작품으로 그 자체가 바로 우리의 초상이기도 하다.

 

 

 

깜깜한 극장 안. 과연 저것이 무대인가 싶을 정도로, 아주 작은 공간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다. 사다리꼴 모양의 ‘공간’이 관객들 사이에 이름 모를

긴장감을 형성한다. 비대칭형 공간은 이름하야 ‘다락방’이다.

작품의 제목처럼, 다락방에서 일어나는 일이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물론 연극 [다락방](연출 사카테 요지)은 다락방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 다리를 쭉 펴고 누우면 발바닥과 다락방의 면이 맞닿는 비좁은

공간에서 일본 사회의 오래된 문제를 이야기한다. 바로 ‘히키코모리’다.

히키코모리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이나 방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을 일컫는다. 우리나라로 치면, 은둔형 외톨이다.

 

 

 

개인주의가 일상화 되어버린 일본 사회. 그 속을 들여다보면 1인의 세계가 견고하다.

1인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공간적으로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다락방이다.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우며 스스로 더욱 움츠러드는 병리현상을 공간적으로

형상화한다. 사다리꼴 모양의 다락방도 비대칭으로 되어 있어, 사회와 섞이기 힘든

히키코모리의 심리를 대변한다.
백화점과 다락방 박람회를 통해 다락방 패키지를 판매하는 미래의 일본.

보급형 다락방으로 방방곡곡 다락방 천지다. 마니아들은 보급형과 오리지널, 모조품을

감쪽같이 구별해낸다. 그야말로 다락방 대유행의 시대, 다락방에서 죽은 한 남자의 형이

다락방을 둘러보면서 작품은 시작한다. 형은 ‘누가 다락방을 만들었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구하고, 관객들은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극을 따라간다.

이 비좁은 공간은 각기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는 시공간적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암전이 될 때마다, 학교에 한 달째 나가지 않는 여학생의 보금자리에서 연인들의

다락방으로, 또 산장 대신 쓰이는 대피소에서 전쟁 통 방공호로 공간적 변신을 꾀한다.

시간여행도 한다. 잠복근무 중인 형사들이 비를 피하던 다락방은 두 사람의 대화로

데자뷰를 만들어낸다. 이내 사무라이들이 다락방에 몰래 숨어 적을 처단하려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락방의 시공간적 변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트럭 위에 실려 도로를 지날 때에는 조명과 배우의 연기가 어우러져 덜컹거리는

도로를 온몸으로 표현해낸다. 전쟁 통에 폭격을 받아 흔들거리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다. 배우들은 벽면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상하좌우가 바뀐 체 하고, 관객들은 이 모습을 보면서 암묵적 동의를 한다.
작품은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다락방을 살짝 뒤로 밀거나 해체하는 등 조금씩

다락방에 변화를 준다. 가장 큰 공간적 변화는 단연 마지막 장면이다.

다락방을 감싸고 있던 검은 무대는 이윽고 해체된다.

무대 위에는 다락방만 덩그러니 남는다. 그 뒤로는 한 남자가 다락방을 제작하고 있다.

제작자를 쫓던 형도 그곳에 당도한다. 그리고 다락방의 진실을 마주하며,

다락방은 동생과의 추억이 담긴 곳임을 떠올린다.

 

 

 

다락방 제작자는 말한다. 다락방은 원래 동생의 거처였다고. 동생 스스로 일어서고 싶어지면 그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하나씩 다락방을 만들어왔던 것. 다락방에는 그곳에 갇혀 지내는 히키코모리의 모습 보다 동생을 그만의 세상에서 꺼내주고 싶은 형의 마음이 담겨있다. 이렇듯 이 작품은 히키코모리를, 그리고 그들의 도피처인 다락방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연극 [다락방]은 다락방이라는 공간 안에 내면의 외로움을 지니고 있는 히키코모리의 삶과 그 조각조각을 담고 있다. 죽은 동생 때문에 누가 다락방을 만들었는지를 찾는 형의 모습이 큰 줄기라면, 다른 곁가지 이야기들이 쉴 새 없이 끼어든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관객들과의 소통에 조금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다만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히키코모리에 대한 시선이다. 이 작품은 그들에게 마음의 안식처인 다락방을 비춘다. 동시에 숨 막히는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로한다. 히키코모리나 현대인 모두 내면의 외로움을 안고 있는 터. 연극 [다락방]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그들이나 현대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네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말한다.

 

 

 

 

사카테 요지(坂手洋二)
1962년생. 극작가ㆍ연출가. 극단 린코군(燐光群) 대표.
일본극작가협회 회장, 일본연출자협회 이사, 국제연극협회 일본지부 이사.
1983년 스물한 살의 나이에 극단 린코군을 창단하여 1987년 여성 동성애자들의 공동체를 그린<컴아웃>으로 주목을 받고 1991년<브레스레스(BREATHLESS)>로 기시다쿠니오 희곡상 수상. 1999년<천황과 입맞춤>으로 요미우리 연극대상, 2003년<다락방>으로 요미우리 문학상, 2005년<오뚝이 아저씨 자빠졌다>로 쓰루야난보쿠 희곡상과 아사히 무대예술상 수상.
정치적,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다루어 ‘사회파 연극인’이라 불린다. 한편으로는<현대노가쿠집(現代能楽集)>등 일본 고유의 문화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현대화하는 작품도 발표하고 있다. 이 희곡집에 수록된<다락방>은 영어, 프랑스어 등 여러 외국어로 번역되었으며 미국, 호주, 프랑스 등에서 공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