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뮤지컬 '향화'

clint 2026. 7. 29. 21:29

 

 

뮤지컬 <향화>는 노년이 된 주인공 김향화가 과거를 회상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전개된다.
가난한 소녀 ‘김순이’가 수원 권번의 기생 ‘향화’가 되어 독립만세운동의 중심에 서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의 삶을 담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잊혔지만 그녀의 향기는 지금도 짙게 남아있다.

 

 

 

1막: 순이의 고단한 삶과 ‘향화’로의 탄생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이름 없이 살아가는 노년의 김향화 앞에 기자 박명근이 찾아와
그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한다. 망설이던 그녀는 마침내 가슴속 묻어둔
기억을 꺼내놓기 시작한다. 구한말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부상을 입고 가정이 무너지자,
본명이 ‘순이’였던 그녀는 15세의 어린 나이에 나이 많은 홀아비에게 팔려 가듯 조혼을
하게 된다. 씨받이라는 멸시와 고단한 시집살이를 견디다 결국 이혼을 겪은 순이는 가족
생계를 짊어지고 수원권번으로 들어가 기생이 된다. 그곳에서 비로소 자유롭게 숨 쉬고
노래하며 예인으로서 정진해 나가고, ‘향기로운 꽃’이라는 뜻의 ‘향화(香花)’라는 새 이름을
얻으며 주체적인 여성으로 성장한다.

 

 


2막: 부조리한 세상과 숭고한 만세 외침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지식인, 친일파 등 다양한 인간군상을 마주하며 향화는 점차 조선
민중이 처한 아픈 현실에 눈 뜨게 된다. 고종 황제가 승하하자 동료 기생들을 이끌고
대한문 앞에서 슬프게 ‘망곡례’를 올리며 민족적 울분을 표출한다. 1919년 3·1운동의 

열기가 전국으로 퍼져나갈 무렵, 일제는 기생들에게 치욕스러운 위생검사를 강요한다. 

이에 분노한 향화는 동료 기생들에게 만세운동을 제안한다. “기생이 만세를 부르면 

세상이 비웃을 것”이라는 동료들의 만류와 두려움 속에서도, 향화는 “기생이기 전에 

조선의 여인”이라며 뜻을 꺾지 않는다. 1919년 3월 29일, 향화는 수원권번 기생 30여 명을 

이끌고 위생검사를 받으러 가던 중 자혜병원(화성 봉수당 자리) 인근과 수원경찰서 앞에서 

당당히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만세를 선창한다.
만세운동 주모자로 체포된 향화는 모진 고문과 감금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절대 굽히지
않고 당당히 버텨낸다. 감옥에서 나온 후, 해방을 맞이했음에도 이념으로 분열된 조국과
기생 출신 독립운동가를 향한 세상의 차가운 시선 속, 그녀는 철저히 지워진 존재가 된다.
다시 현재 와, 기자의 기록을 통해 자신의 본래 이름과 권번의 동지들, 그리고 조국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운 노년의 향화는 무대 위에서 외친다. “내 이름은 향화다.”라는
강렬한 대사와 함께 깊은 여운을 남기며 막이 내린다.

텅 빈 무대에 나이든 여인이 앉아 있다. 오랜 수소문 끝에 이 여인을 찾아낸 매일신보

퇴역 기자는 지난 소식을 묻고, 그녀의 장구 소리와 함께 과거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수원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이자 기생이라는 흔치않은 이력을 지니고 있는 김향화열사에 
대해 남아있는 자료와 기록이 충분하지 않아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다. 
이에 서울예술단과 경기아트센터는 뜻을 함께하여 창작가무극 <향화>를 기획하고, 
김향화의 발자취를 톺아봄과 동시에 그날의 함성을 다시 한 번 외쳐본다. 경기도는 
조선시대 5대 군사 요충지의 4곳이 경기지역에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나라의 중심이자 
국방의 요충지였으며, 따라서 지역 상당수의 백성들은 나라를 지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다. 김세환 선생, 이선경 애국열사 등 수원은 일제에 맞선 숨은 영웅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시로써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김향화 열사와 함께 만세를 불렀던 서른세 명의 수원권번 기생들의 이름을 소환해 
한 명, 한 명, 그 이름을 불러준다.
작 · 연출 : 권호성, 작곡 : 양승환, 음악감독 : 이술아, 서울예술단 공연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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