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마거릿 메링턴 '밀레의 만종'

clint 2026. 7. 26. 13:11

 

 

가을 수확이 거의 끝나가는 프랑스 바르비종의 한 한적한 들판이다. 
무대 바닥에는 감자 자루와 수레, 흙 묻은 삼지창 등 고된 노동의 흔적들이 흩어져 있다.
명화 속에 등장하는 젊은 농부 남편과 그의 아내가 무대에 서 있다. 
고단한 현실과 삶의 고백 (전반부 대화)부부는 온종일 허리를 굽혀 감자를 캐느라 온몸이 
지쳐 있다. 이들은 가난한 현실, 겨울을 앞둔 걱정,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노동의 피로함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시적인 운문(Verse)으로 대화를 나눈다. 대화를 통해 이들이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서로를 깊이 의지하고 사랑하는 관계임이 드러난다.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고단함 속에서도 삶을 비관하지 않는 농민들의 끈질긴 
생명력이 대사에 묻어난다. 대화가 이어지던 중, 저 멀리 지평선 너머 보이지 않는 마을 
교회(샤일리 교회)에서 저녁 기도를 알리는 만종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종소리가 무대에 울리는 순간, 부부는 하던 일을 즉시 멈춘다. 
남편은 들판에 삼지창을 꽂아둔 채 모자를 벗어 손에 쥐고 고개를 숙인다. 
아내는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하게 기도를 올린다.
이 순간 무대의 조명과 배우들의 동선은 화가 밀레가 그린 실제 <만종> 그림과 똑같은 
구도와 자세로 완벽하게 멈춘다. 짧은 침묵 속에서 이들이 올리는 기도는 단순히 
종교적인 의식을 넘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노동을 마칠 수 있었음에 대한 감사와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숭고한 침묵의 고백으로 표현된다. 내일을 위한 걸음종소리가 잦아들자 
부부는 천천히 고개를 든다. 기도를 마친 그들의 얼굴에는 이전의 피로함 대신 깊은 
평온함과 영적인 위로가 깃들어 있다. 부부는 다시 수레를 정리하고 감자 자루를 챙겨 
황혼이 짙게 깔린 집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막을 내린다.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



이 극의 줄거리는 역동적인 갈등 대신, "종소리가 울리기 전의 인간적인 삶" ➔ 
"종소리가 울리는 순간의 신성한 침묵" ➔ "기도가 끝난 후 위로받은 영혼"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흐름이 핵심이다. 작가 메링턴은 이를 통해 평범한 농민들의 일상이 
곧 가장 거룩한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대본을 통해 증명해 낸다.

만종

 


<밀레의 만종>은 미국 극작가 마거릿 메링턴(Marguerite Merington, 1857-1951)이 

쓴 단막극 형식의 '그림 연극이다.
 <밀레의 만종> (원제: A Millet Group:밀레 그룹)'은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명화 
"만종(The Angelus)" 속 배경과 인물들을 연극적 서사로 확장한 작품이다.
이 극은 거대한 사건 중심이 아니라, 밀레가 화폭에 담아냈던 바르비종 농민들의 

고단한 일상과 그들의 내면, 그리고 종교적· 인간적 숭고함을 깊이 있게 그려낸 

정적인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밀레의 ‘건초 만드는 사람들의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