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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홍 '인간은 인간에게 이리'

재벌그룹의 회장인 이국평은 창업공신들인 전처소생의 아들 3형제를 제쳐두고 후처소생의 아들을 후계자로 지명한다. 후계자 발표가 있은 다음날 면도칼과 독약이 들어 있는 소포를 받은 이회장은 충격을 받고 정신분열증세를 일으키 급기야는 목을 매달아 자살하기에 이른다. 전처소생의 아들들은 특히 둘째 달중의 주도로 일단 부친 자살을 비공개로 하잖다. 그룹 총수의 자살은 회사경영에 치명상을 줄 수 있고 금융권, 주식 등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 그리고 사전에 돈을 빼돌리고 그룹을 파산시켜 형제끼리 나누자는 모의를 하는데... 미주 유학중의 후처소생의 막내아들이 귀국하여 죽기 전에 보내온 이회장의 육성 테이프를 공개하는데... 내용은 자식들에게 재산을 안 물려주고 그룹 전 회사를 매각해 사회에 기증한다는 것이다. 부친의..

한국희곡 2024.02.09

김성진 '빈방'

'빈방'은 대학로에서 좀 올라가 있는 반지하방이 무대다. 고지대에 있는 탓인지, 습한 반지하인 탓인지 이 방은 빠지지 않고 늘 비어 있다. 집을 구하려 여러 사람이 빈방을 보러 오고, 중개인이 방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그들의 상처가 드러난다. 특히 중년의 중개인은 마지막 전화에서 미국에 있는 딸의 전화를 받고 외롭고 쓸쓸한 이혼녀임이 밝혀진다.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아프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 상처와 고통이 겉에 드러나느냐, 숨어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빈방’은 ‘눈에 보이는 상처’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이 더 무섭다고 말한다. 무대 위로 풀어 놓은 이야기들이 조각난 퍼즐 찾기처럼 재미난 볼거리와 지적 유희로 가득 찬 작품이다. 최근 이사를 하기 위해 많은 ..

한국희곡 2024.02.09

프란츠 카프카 '성(城)'

카프카의 성(城)은 베일에 싸여 있는 절대자다.  절대자는 신으로 볼 수도 있고,  권력의지, 국가, 관료제 등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실존적 한계로 볼 수도 있다.  은 작가의 체험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소설 속 주인공 K는 카프카 본인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  카프카의 또 다른 대표작인 의 주인공이 K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두 작품에서의 K는 이름도 요제프로 같다.  그런 면에서 과 은 연작의 성격이 짙다.  은 행정적 측면에서 국가와 현대사회의 소통과 소외문제를  다루고 있고 은 사법적 측면에서 이 주제를 들여다본다.  은 벽 너머에 있는 절대자와 소통하기 위한 인간의 몸부림이다. 성은 절대적으로 고립된 존재다.  성(Das Schloss)은 프란츠 카프..

외국희곡 2024.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