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상우 '돼지 사냥'

clint 2024. 12. 24. 15:15

 

돼지가 사라졌다! 돼지를 잡아라!

생돼지고기 전문식당이 많은 서부리에 300근이 넘는 씨돼지가 사라졌다!  
탈출한 돼지를 잡으려는 동네사람(천씨와 방씨)과 탈옥한 돼지를 잡으려는

비밀수사관이 새벽 동네 뒷산에서 조우한다.

탈출한 돼지는 돼지할매네 씨돼지고 탈옥한 돼지는 돼지할매네 막내아들이다.

천씨와 방씨는 비밀수사관을 간첩으로 오인, 동네지서에 신고한다.

정년을 앞둔 말년경사 지서장이 있는 지서는

간첩신고와 욕쟁이 돼지할매의 돼지찾기 소동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탕, 탕'하며 마지막에 울리는 총성,그 총에 쓰러진 것은 무엇일까?

탈옥수 돼지일까? 아니면 동물 돼지? 그것도 아니라면? ...

 

 

 

 

 

서부리에는 <원조서부리쌩돼지식육식당>과 <본조서부리쌩돼지고기식육식당>이 있다.

<원조서부리쌩돼지고기식육식당>은 신회장이 주인이고,

<본조서부리쌩돼지고기식육식당>은 구회장이 주인이다.

군의회 출마를 앞둔 선후배관계인 신회장과 구회장은 ‘원조식당’싸움으로

지서장에게 와서 하소연 한다. 그리고 선거에 힘도 써달라는 말도 한마디...

또, 서부리에는 가락이라는 다방처녀가 있다.

군의회 출마를 앞둔 신회장과 구회장은 서로 은밀한 장소에서 가락이를

거액의 돈을 주고 매수한다. <가락이와 부적절한 관계다!>라는 유언비어를

날조하여 서로를 비방하려고 하는 것이다.

 

 

 


즉, 돼지사냥은 두 돼지를 찾는 사람들이 벌이는 해프닝이다. 마을사람들이 찾고 있는 돼지는 300근이나 되는 씨돼지이고, 기관에서 찾고있는 돼지는 교도소를 탈옥한 일명 돼지라는 탈옥수이다. 거기다 서로 비방만 일삼는 군 의원선거, 원조와 본조 생고기집 논쟁까지 벌어지면서 온 마을은 소문과 오해로 인한 각종 유언비어가 판을 친다. 사라진 두 돼지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된 마을과 우유부단한 경찰서장 서장. 이들을 둘러싼 눈물 나는 코미디가 벌어진다.

 

 

 

 

코미디 극이지만 이상우씨의 작품답게 천박한 몸동작이나 말장난이 빚어내는 수준 낮은 웃음과는 질적으로 다른, 풍자와 희화를 통한 의미 있는 웃음을 자아낸다. 말년 경사 지서장, 일없이 소문 내기에만 바쁜 무위도식자, 군의원 당선을 꿈꾸는 마을 유지 식당 주인, 티켓 다방 여종업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 간의 갈등과 대립을 통해 관객들은 진실보다는 오히려 거짓이 통하고, 헛된 소문이 큰 오해를 낳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동일한 사건을 그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 개개인의 입장으로 반복해서 보여주는 '반복기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면서, 다섯 명의 배우들이 여덟 개의 인물을 맡아 속도감 있는 등·퇴장을 통한 능청맞은 연기변신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봐야 극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

 

 

작가 이상우의 글

이 연극은 연극이라는 거울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다. 그리고 굉장히 빠른 로큰롤 음악 같은 희극이다. 이 연극은 우리 전통연희 중 희극적 기법들을 현재의 되살려내는 의미가 있다. 우리 세상의 남성 중심 이데올로기, 진짜보다 가짜가 대접받는 풍조, 진실보다 거짓이 통하는 풍조, 소문과 오해의 연쇄반응, 끝없는 거짓말 게임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연극은 주로 일상의 단편들을 〈반복기법〉을 통해 보여주면서, 웃음이라 는 매개를 이용하여 일상에 대한 관객의 통념을 바꿔주려고 시도한다. 즉, 동일 사건을 그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 각각의 입장으로 반복한다. <반복기법>을 <거울효과>로 변형하기도 한다. 웃음의 재료는 우리 전통연희에서 재담, 만담 등을 채용한다. 그래서 “당신이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는 일상이 이렇게 당신의 세상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하려 한다.
이 연극은 전체적으로 리듬과 템포의 계산이 필요하다. 대사도, 동작도.
이 연극은 ‘배우들의 즉흥연기’, ‘1 인 2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속도감 있는 변신’, ‘

통속 코미디의 과장 연기술’, ‘만담’, ‘통속적인 대중가요’, ‘만화 같은 무대미술’을 도구로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재미있게 놀자!”, “놀자!”,그러면서 “말하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