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간을 팔며 살아가는 프로메테우스,
독수리와 함께 장기 매매 사업을 시작한다.
한편 프로메테우스에게 간을 공급받던 장기 밀매 사업장의 보스는
더 이상 장기를 팔러 오는 사람이 없자
부하 직원인 닥터와 함께 음모를 꾸미기 시작하는데……
자본에 종속된 현대인의 삶을 코믹하고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주제가 무겁고 우울하지만 코미디로 풀어내고 싶어 장르는 코미디로 만들었다고 한다.
신화 속 인물인 프로메테우스가 한국에서 간을 팔면서 살아간다는 설정부터 재밌다.
여기에 간을 파먹던 여자 독수리까지 등장하며 얘기를 흥미롭게 만든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 프로메테우스와 독수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그렇게 애를 낳고 한국에 적응되어 간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게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문명을 가져다준 인물이다. 그 대가로 제우스로부터 독수리에게 매일 간이 쪼이는 형벌을 받게 되는데, 이 작품은 신화 속 인물인 그를 현대문명으로 끌고 와서 현대사회의 모순을 비꼬고 있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신이었기 때문에 매일 간이 재생되어 독수리에게 고통받고. 현대에서는 매일 자라나는 자신의 장기인 간을 팔아서 장기 매매로 생활을 한다는 다소 엉뚱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현대인들은 모두 자신의 일부를 팔아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의 간이란 '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파는 무언가'라고 말한다.
작가의 글 - 김준현
저는 눈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제 눈에 거시적인 글은 너무 커서 보이지 않고 미시적인 글은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문학을 들여다보려고 안경을 쓰고 다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친구가 그러더군요.
"요즘 문학, 문학 오타쿠 아니면 누가 읽냐."
그 말이 망치가 되어 제가 쓰고 있던 안경을 때려 부쉈습니다. 안경을 잃고 나니 남의 글은 물론 제 글까지 보이지 않게 되더군요. 이제는 가시적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그렇게 마음먹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정말 가시적인지, 문학 오타쿠가 아니어도 봐줄만한 지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에게 미뤄 두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긴 글은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들 뿐이니까요.
미니 인터뷰
-작품의 모티브가 된 결정적인 이유 혹은 계기
원래 쓰던 작품이 있었는데 한 번 엎었습니다. 한참 다른 아이디어를 고민하다가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프로메테우스가 장기매매 하는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의 간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저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부를 팔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빵집주인은 빵을 팔고 공장노동자는 노동력을 팝니다. 선생은 지식을 팔고 작가는 글을 팝니다. 프로메테우스의 간이란 '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파는 무언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일하지만 재생되고, 가치를 매길 수 없지만 가치가 정해지는 개인의 요소입니다.
-머릿 속에서 무대를 상상하고 썼을 때와 막상 무대 위에서 달라지는 장면들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 편인지
이제 낭독공연을 한번 올려봤을 뿐이라서, 이번 작품이 무대에서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만 연출과 작가가 맡은 역할이 있고 고유의 영역이 있기 때문에 무대에 관련된 부분은, 작품이 훼손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연출님께 맡겨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
자본에 종속된 현대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했습니다. 그렇다고 무겁고 우울하게 쓰고 싶지는 않았기에 장르는 코미디가 되었습니다. 가볍게 볼수 있되 묵직하게 파고드는 극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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