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라국에 오구 대왕과 길대 부인이 살고 있었다. 부부는 딸만 여섯을 낳았다.
그러던 차에 신령님께 치성 드려 아이를 잉태하지만. 낳고 보니 또 딸이었다.
대왕은 실망하여 아이를 내다 버리라고 명한다. 길대 부인이 그 이름을
'바리데기' 라고 짓고 산에 갖다 버리니. 학이 나타나 채간다.
세월이 흐른 뒤, 오구대왕은 큰 병에 걸렸는데 백약이 무효였다.
병을 고치려면 서역국에 가서 약수를 구해 와야 한다는데, 갈 사람이 없었다.
그때 부인이 꿈에 계시를 받고 산으로 가서 바리데기를 찾는다.
신형의 도움으로 무사히 지내고 있던 바리데기는 부모와 만나자마자
자청해서 약수를 구하러 길을 떠난다.
바리데기가 우여곡절을 다 겪으며 서천 서역국에 당도하니, 약수를 지키는
동수자가 자기와 결혼해야 약수를 준다고 하였다. 바리데기는 그와 결혼하여
아이 셋을 낳은 다음 비로소 약수와 신비한 꽃을 얻어 불라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아버지인 오구 대왕은 이미 죽어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다.
깜짝 놀란 바리데기가 죽은 아버지의 입에 약수를 흘려 넣자 죽었던 대왕이
살아난다. 바리데기는 그 공으로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오구신이 된다.
이처럼 바리데기는 다양한 형태로 민중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또한 노래들을 집대성하면 서 전승되었다. 우봉규 작 연극 <바리공주>는 우리 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바리데기를 오늘의 시대에 새롭게 전승 발전 시킨다는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 오늘 우리 민족의 최대의 목표는 일이다. 그것도 평화적인 통일이다. 그 지향점을 향하여 전혀 새로운 바리공주를 탄생시켰다. 남북을 나누어 다투는 오구왕과 부장승. 그리고 민초들의 간 절한 소망을 대변하는 누더기, 그리고 힘은 없지만 안으로 자신들의 노래를 삼킬 줄 아는 산들 <산받이>을 통하여 오늘날 우리가 가장 소망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극명하게 표현한다. <바리공주>는 간결하면서도 의미 깊은 대사, 독특한 인물들의 성격, 그리고 작품 전체가 가지고 있는 단아한 격조로 하여 전승 바리무가와 같지도 않지만, 또한 조금도 다르지 않은 작품으로, 분명 한국 연극사의 확실한 획을 긋는 작품이다.
<바리데기>는 사람이 죽은 뒤 49일 안에 지내는 사령제, '지노귀굿(오구굿)'에서 가창되는 무가이다. 바리공주의 '바리'는 '버리다' 라는 말에서 온 것이라고도 하며, 지노귀굿은 죽은 영혼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굿이다.
무가는 '무담'아라는 전문인에 의해 무(巫)로서의 사제적 기능을 발휘하기 위하여 무당굿에서 불려지는 노래이다. 이는 구비문학의 하나로서 주술적인 기능이 주가 된다. 즉 신을 칭하고(청신), 신을 즐겁게 하며(오신), 신에게 소원을 빌고 보냄(송신) 으로써 액을 막고 복을 얻으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무가는 주술적 기능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오락적 기능과 문학적 기능도 함께 지닌다. 무가가 구현되는 '굿'은 종교적 의례 뿐만 아니라, 집단적 축제의 장소이기도 한다. 그리하여 무가는 신과 사람을 즐겁게 하고 감동시키며, 또 그러할 때 참다운 생명력을 부여받게 된다 .
머리위에 내리는 연극 - 작가 우봉규
10월의 궂은비가 내린다. 우리들의 머리 위에도, 연극의 머리 위에도 비가 내린다.
바리공주는 바로 우리들의 머리 위에 내리는 궂은비를 걷기 위해 태어났다. 맑고 파란 10월의 청하늘을 보여주기 위해 태어났다.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현빈 김일우 대표의 그 무지막지한 열정에 놀랐고, 그의 신경질에 놀랐다. 그에게는 오직 '바리공주' 밖에 없었다. 그것으로 하여 그가 겪었던 고통을 나는 알지 못했기에....그것이 죄스럽다. 이 비가 그치면 겨울이 올 것이다. 그때 또 어딘가의 처마 밑에서 되지도 않을 혁명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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