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천쓰안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

clint 2024. 6. 6. 20:34

 

 

휠체어를 타는 장애여성 인플루언서 청즈는 강연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진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말과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 나의 모습, 말할 수 있는 부분과 
말할 수 없었던 부분, 이것들은 둘 다 진실이지만 
둘 중 한 가지만 말한다면 어느 쪽이든 거짓이 된다. 
강연 장소에 도착하고 강연시간은 다가왔지만 
청즈는 두 가지 원고 중 어떤 것을 꺼내들지 결정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들려주고 싶었던 그 사람이 강연장에 나타난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여성 인플루언서 자오홍청(趙紅程)의 실제 이야기를 기초로 
한 모노드라마다. 실제로 존재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잘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었던 장애여성의 성장과 경험, 고민과 소망, 
그리고 진정 들려주고 싶은 마음속 이야기를 자오홍청을 통해 들려준다. 
중국 공연에서는 자오홍청 본인이 직접 무대에 올라 배우로 연기하였다.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장애인 화장실은 무의식적으로 또는 반사적으로 그냥 지나쳐 가게 되는 곳이지만,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 청즈는 매번 외출할 때마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이 작품은 장애인이 아니라면 미처 생각해보지 못 했을,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적인 존엄과 품위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사회적 약자로서 장애인이 겪어야 하는 불리한 조건들(화장 실, 경사로, 엘리베이터 등), 그로 인해 내면화된 성격이나 습성 (지각하기, 웃어넘기기, 자신감 결여) 같이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지나서, 청즈는 조금씩 자기 삶의 모습과 속마음을 내비치기 시작한다. 휠체어 탄 장애인의 소소 한 즐거움, 취미, 여성으로서의 미적 욕구, 성 생활 취업과 사회 생활, 다른 이들이 다 누리는 즐거움을 누릴 권리 같은 것들 그리고 두려움, 낫고자 했던 욕망과 시도, 그리고 실패와 좌절의 경험들.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결코 작위적이지 않고 과하지 않게, 주입하거나 야단치지 않고 청즈의 말을 통해 '유쾌하 게' 우리에게 들려준다. 듣다 보면 어느새 몰입되고 어느새 공감한다. 그리고보호라는 명목으로 사회적으로 또는 사랑하는 가족 들로부터 숨겨지고 회피 당하며, 심지어는 본인조차도 마주 대할 수 없었던 불안감과 수치심을 극복하고, 어떻게 온전히 내적 자유를 얻게 되었는가로 이야기가 넘어오는 순간, 이 작품은 더 이상 장애인 청즈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화해를 이루어내는 보편적인 인간의 성장기가 된다.

 

 

 

작가 소개

천스안(陳思安)은 타고난 작가이고 연극인이다. 소설도 쓰고, 시도 쓰고, 희곡도 쓴다. 그리고 연출까지 한다. 이미 지난해에 우리에게 낭독공연으로 소개된 <모조인생>(홍영림 역)의 해설에서 자세히 소개되었듯 소설가로서 여러 권의 단편소설집을 출간하여 지명도를 높였고, 연극계에서도 작가로서 또한 연출로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아마도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본인의 성향, 그리고 작가로서의 관심영역 때문인지, 관방의 지원을 받는 주류 문화권에 어필하기보다는 개성과 자유를 추구하며 본인의 색깔을 고수한다. 최근 들어 스위스 문화기금회, 영국 로얄코트 극장, 독일 문화원 괴테 인스티튜트 등과 연이어 협업을 하고 있고, 본인이 직접 <외침 연극제> (聲는 왁자지껄 떠들썩함의 의미이다.)를 기획하여 낭독공연을 통해 청년 작가의 작품을 발굴하고 있다최근 천안이 창작한 세 작품은 <모조인생(冒牌人生)(2019). <보통 사람들의 꿈(凡人之夢)> (2022), 그리고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諸問影近的無敵勛所在裏)>(2023)인데,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작가가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대상이 중심이나 주류로부터 이탈하여 튕겨 나간 젊은이들이라는 점이다. 이미 소개된 <모조인생>의 다양한 군상들이 그랬고, <보통 사람들의 꿈>은 시()와 성()의 경계를 넘어서 두어 시간이상 걸려가며 베이징으로 장거리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이고, 이번에 소개하는 <제일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죠>의 경우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이야기이다. 주류 문화가 굳이 돌아보려 하지 않고, 사회 대부분이 애써 감추거나 굳이 들추지 않는 곳에 작가 천스안의 시선이 가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