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세네카 '아가멤논'

clint 2024. 6. 4. 11:55

 

 


제1막
도입부에서 티에스테스의 혼령이 나타나서, 펠롭스 가문의 운명을 회고한다. 한편으로 왕가의 권위와 위엄이 서린 장소를 돌아보면서, 다른 편으로 거기서 발생했던 끔찍한 사건을 단순한 문장으로 그려 보인다. 그러다 그는 끔찍한 장면의 증인이 되느니 차라리 저승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자문한다. 여기서 그는 저승에서 자신이 보았던 유명한 죄인 몇을 소개한다. 익시온, 시쉬포스 티튀오스 탄탈로스 등이 그들인데, 이 부분은 세네카의 작품에 자주 나오는 '지나치게 확장된 묘사 중 하나로 꼽힌다. 잠시 후 전령 에우뤼바테스의 보고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세네카는 플롯을 농밀하게 짜기보다는 표현의 내적 완결성을 추구하는 작가로 평 가된다. 그러다가 티에스테스는 이들 모두의 죄보다 자기 죄가 더 크다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자기 가족의 운명에 자신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스스로 질타한다. 그는 자신이 자식들의 고기를 먹고 거기에 더해 복수를 위해 자기단과 결합했던 것을 고한다. 자기 때문에 자연의 질서가 뒤집힌 것을 탄식한다. 이처럼 '관행보다 더 심하게' (maius solito) 행동하는 것은 세네카 외인들의 징이며 이를 통해 그 인물들은 인간이상의 기대함을 꾸어 받는다는 평가가 있다. 그래서 그들의 주력이 더 충격적으로 느껴지 된다는 것이다. 티에스테스의 혼령은 이제 신의 뜻이 이루어지리라 예언한다. 10년 만에 귀향한 아가멤논이 양날도끼에 맞아 핏속에 허우적거리며 죽으리라는 것이다. 자신은 그 일을 위해 아이기스토스를 낳았노라고 아들을 격려한다. 그러고는 저승으로 돌아간다.
제2막
타임네스트라가 나와 남편을 어떻게 맞이할지 고민한다 자신이 불륜을 저질러 이미 방향이 정해졌다고 생각하여, 더 깊은 범죄의 길로 들어서려 한다. 유모가 나서서 아가멤논에게 해코지 말라며 그녀를 만류하지만 실패한다. 아가멤논이 딸 이피게네이아 제물로 바친 일, 결혼에 충실하지 않고 여러 여자를 들인 것. 현재도 카산드라라는 첩을 대동하고 돌아온 것 등이 그 이유이다. 이어서 아이기스토스가 등장하여, 클뤼타임네스트라에게 공범이 되기를 종용한다. 그는 아가멤논의 오만함과 왕들의 일반적 성향, 클뤼타임네스트라가 처한 위험 등을 근거로 그녀를 설득한다. 그녀는 죄악의 길에서 돌아서서 무구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하며, 아이기스토스에게 떠나라고 제안하기도 하지만, 결국 함께 의논해 이 위험을 벗어나자는 쪽으로 양보한다.

 


제3막
아기의 전령 예우바테스가 달려와 왕의 귀환을 알린다. 클뤼타임네스트라가 메넬라오스도 함께 돌아왔는지 묻자, 전령은 다른 이들의 행방은 모른다면서 자신들이 귀향 도중 만났던 풍랑에 대해 자세히 묘사한다. 특히 캇산드라를 겁탈하여 회담군 전체에게 재앙을 몰고 왔던 작은 아이아스가 육지에 올랐다가 결국 죽게 된 사건과 아들 팔라메데스의 억울한 죽음 때문에 분노한 나우플리오스가 거짓 횃불로 배들을 유인해서 죽게한 사건이 자세히 그려진다. 이제 클뤼타임네스트라가 백성들에게 감사의 제물을 바치라고 명하는 사이, 트로이아 포로여인들이 들어온다. 이 부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례적으로 길게 확장된 전령의 보고다. 이것은 우선 아가멤논의 도착과 음모자들의 행동개시 사이에 놓여 일종의 전환점 역할을 하며, 이 세계를 이루는 기본 요소들이 분노하고 있음을 그리고 아가멤논과 희랍인들 앞에 거대한 위협이 놓여있음을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오만하게 행동했던 작은아이아스가 처음엔 바다의 위험을 벗어나는 듯 보였지만 결국 죽음을 당한 것은 아가멤논 비슷하게 일단 위험에서 빠져나온 듯 보이다가 죽게 됨을 예감케 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아이스킬로스 <아가멤논에서 그러하듯) 트로이아 왕가의 멸망과 아가멤논 가문의 멸망이 나란히 비교되는데, 풍랑 속에서 아가멤논이 트로이아 왕 프리아모스의 운명을 부러워하는 장면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제4막
캇산드라가 포로여인들에게 눈물을 그치라고 종용하다가 환상을 보기 시작한다. 처음엔 파리스의 판정이 보이지만, 곧 아가멤논이 그의 아내에게 죽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어서 저승에 간 자기 가족과 저승 거주자의 무리 를 보고서, 이제 아르고스도 재난을 당할 것을 예언한다. 아가멤논이 도착하여, 귀향의 기쁨을 표현하고 캇산드라의 두려움을 달래며, 그녀를 보호하라고 여인들에게 부탁한다. 그러고는 제우스와 헤라에게 제물을 바치러 들어간다. 여기서 아가멤논이 캇산드라를 달래기 위해 나누는 대화의 표현들은 트로이아와 아르고스 사이의 공통점을 강조하고, 아가멤논도 트로이아 왕과 비슷한 운명을 맞을 것을 예고한다.
아르고스 여인들이 헤라클레스의 업적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끝에는 헤라클레스가 트로이아를 함락한 사건을 노래함으로써, 방금 도착한 아가멤논의 위엄과 연결된다

 


제5막
캇산드라는 투시력을 지닌 듯 궁전 안에서 일어나는 아가멤논 살해사건을 '현장 중계'한다. 언어적 수단만으로도 거의 시각적 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입증하는 생생한 묘사다. 이어서 아가멤논의 자녀들이 궁밖으로 뛰쳐나온다. 엘렉트라는 자기 동생 오레스테스를 어디로 숨길지 고심한다. 그때 마침 일종의 '기계장치에 의한 신'처럼 아가멤논의 친구 스트로피오스가 찾아온다. 친구의 귀향을 축하하러 온 이 사람은, 엘렉트라에게서 아가멤논의 피살을 전해 듣고는 즉시 오레스테스를 데리고서 떠나간다. 거기에 클뤼타임네스트라, 아이기스토스가 나와서 엘렉트라를 가두겠노라고 끌고 간다. 한편 캇산드라 역시 죽음을 맞이하러 끌려가는데 그녀는 트로이아의 몰락이 보상받았음을 기뻐하며, 마지막으로 아가멤논 가문에 다른 공기가 나타날 것을 예언하고는 당당하게 앞장서 떠난다.
마지막 부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엘렉트라와 클뤼타임네스라의 대화가 보여주는 패턴이다. 딸은 자기 행동이 어머니의 행동을 그대로 본따서 맞춘것인 양 대꾸하는데 이는 제4막에서 아가멤논과 캇산드라 사이의 대화에서도 보였던 카산드라는 현재 이 집안의 여러 상황이 트로이아 왕가에 있었던 일들과 거의 같다는 것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가멤논 집안의 재난이 트로이아 열망과 평행하게 일어난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여기서 엘렉트라가 클뤼타임네스트라의 행동을 복사한 듯 대응하는 것은 방금 일어난 살인사건과 그에 대한 복수극이 평행하게 일어나리란 암시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어린 오레스테스는 '아버 지의 유일한 복수자'라고 소개된다. 또 엘렉트라와 캇산드라의 역할에 서로 유사한 데가 있는 점은 마지막에 이 두 여성이 나란히 끌려 나가는 것과 잘 어울린다. 

 



이 작품의 주요 내용은, 트로이아 전쟁에서 희랍군 전체를 지휘했던 아가멤논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집에 돌아왔다가 자기 아내와 아내의 애인에게 피살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세네카 비극 중 초기작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을 둘러싼 쟁점 하나는, 세네카의 <아가멤논>이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첫번 작품인 <아가멤논>을 본떴냐는 것이다.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이지만 점차 이 작품이 아이스퀼로스와 다른 강조점을 보여준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 이 작품과 관련된 쟁점 중 하나는 아가멤논 피살사건에서, 가문의 저주와 개인의 책임이 각기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느냐는 문제다. 극의 첫 장면에 튀에스테스가 나타난 것을 보면 가문의 저주도 전혀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개인의 결심이 아무리 굳건해도 그런 저주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 받아들이기 힘들다. 결국 아가멤논이 불행을 당한 것은 그 자신이 거듭 신적 질서를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학자들은 이기는이 제대로 정하고 동하던 사례로 <트로이아 여인들>에서 그가 피르로스의 무절제를 통제하려던 모습을 꼽는다. 늘 그런 자세를 취했더라면 적어도 극단적 파멸을 맞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에서 애초부터 거친 성품을 타고난 인물로 그려졌고, 전쟁에서 승리한 일 때문에 더욱 오만해서 결국 추락한 것이다. 이렇게 서로 맞서는 두 진영, 즉 한쪽에는 아이기스토스와 클뤼타임네 스트라가 있고, 다른 쪽에는 아가멤논이 있지만 양쪽 다이오 파폭력에 물들어 있다. 반면 이들과 더불어 삼각형의 꼭짓점을 주는 대조적 인물이 캇산드라다. 그녀는 과거를 돌아보고 또 미래를 내다 보면서 거기서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를 얻는다. 아가멤논 가문과 트로이아 가문의 각기 두 조상이 하나는 좌절에 빠지고 다른 하나는 기뻐 하는 모습은 그 과거와 미래가 결합된 함축적 장면이다. 이제 '운명은 방향을 반대로 돌린 것이다. 그녀는 클뤼타임네스트라를 향해서나, 아가멤논과 마주해서나 상대보다 우월한 존재임이 드러난다. 그녀는 영광도 고통도 그저 잠깐의 일임을 알고 있다. 죽음 속에 오히려 자유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헤라클레스>나 <튀에스테스>의 주인공이 그렇듯, 스토아 현자에 가깝게 그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