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미겔 데 세르반테스 '정의의 기사 돈키호테'

clint 2024. 6. 3. 07:14

 

 

자칭 편력(방랑)기사 돈 키호테 데 라만차와 애마 로시난테, 그리고 순진한 산초 판사의 모험극이다. 시골 지주인 알론소 키하노(Alonso Quijano)가 기사도 소설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망상이 심해져서 자신을 진짜 기사 돈 키호테로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생각해낸 가상의 레이디인 둘시네아 공주를 그리며 세상의 악을 무찌르기 위해 여행을 떠나서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스페인의 라만차의 어느 마을에 사는 알론소 키하노라는 이름의 쉰 살도 넘은 이달고(하층 귀족)가 그 신분에 어울리게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당시 유행하던 기사도 소설에 빠져 밤낮 가리지 않고 식음을 전폐한 채 탐독한 나머지, 급기야 미치게 되어 스스로 편력 기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몸소 세상에 정의를 내리고 불의를 타파하며 약자를 돕겠다는 원대한 꿈을 세우고 실현하기 위해 모험에 나선다. 기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이름부터 기사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돈키호테 데 라만차'로 고친다. 그리고 이웃 마을의 촌부 알돈사를 사랑하는 여인으로 세워 '둘시네아 델 토보소'라는 이름의 공주이자 귀부인으로 격상시킨다. 그런 다음, 증조부로부터 내려오던 낡은 갑옷으로 무장하고 비쩍 마른 말인 로시난테에 올라 세 번에 걸쳐 길을 나선다. 그 출정에서 돈키호테는 일신상의 위험을 돌보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모험을 불사한다. 하지만 승리는 단 몇 차례, 거의 항상 부서지고 깨어지기만 할 뿐이다. 오로지 자신의 이상만을 추구하는, 그래서 실패에 대한 인식도 없는 광인 돈키호테,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현실을 잊지 않고 욕심을 채우며 겁도 많지만 그럼에도 어디까지나 주인에게 충실하기 그지없는 단순 소박한 종자 산초, 이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의 충돌은 독자들에게 끝없는 유쾌함과 해학을 선사한다. 다양하게 삽입된 모든 장르에 걸친 이야기들 속에서 산초는 수많은 속담과 의견들을 쏟아놓는다. 그리고 주인 돈키호테의 인간과 삶에 대한 이해를 비롯해 군사, 행정, 법, 자유, 평등, 인류애 및 경제와 문학, 통치, 철학 등에 관한 인본주의적이자 이상주의적인 해석이 넘친다. 이것은 사랑과 믿음과 소망의 주제와 맞물려 한 권의 금언집이나 도덕서로 탄생하고도 남을 정도이다. 돈키호테는 이 두 번째 출정에서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우리에 갇히고 소달구지에 실린 채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로써 돈키호테 이야기의 전편인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는 끝난다.

 

 


소설 돈키호테가 2부에 걸친 방대한 내용이라 연극으로는 부분부분의 에피소드를 발췌하여 대본화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돈키호테는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인물이며 자신의 삶의 의미와 이유를 알고 있다.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사려는 뚜렷한 목표의식과 실천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목표를 위해 행동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는 "사람은 저마다 자기 행위의 자식이다"라고 한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은 과거의 나의 행동이 낳은 결과이다. 그는 꿈을 행위로 옮기지만 대부분에서 패배를 맛본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난다. 실패나 좌절 의식이 없다... 는 것을 배울 수 있겠다.

 

 

 

 '2002년에는 노벨연구소가 주최한 전 세계 유명 작가 100인이 뽑은 최고의 책 1위를 차지했으며 투표한 작가 50% 이상이 돈키호테에 투표했다. 돈키호테의 압도적인 세계적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돈키호테는 역사상 총체소설 문학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최초의 근대 소설이며, 최초의 다각적인 소설이며, 이후에 서양의 모든 작가들에게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돈키호테는 서구 문학사에서 ‘중세와 근대의 경계‘, ’최초의 근대 소설’, ‘포스트모더니즘의 배아’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새로운 해석이 나오고 있는 ‘현재진행형’ 소설이다. 또한 그 해석의 역사만으로도 근대 서구의 문예사를 아우를 수 있으며 새로운 개념과 방법론이 등장할 때마다 적용의 대상이 되어왔다. 중세와의 단절이며 동시에 바로크의 전형이었고 낭만주의와 여러 형태의 리얼리즘 그리고 안티 리얼리즘의 모델이었으며 동시에 네오 바로크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원천이었다. 서구문학에서 이처럼 거의 모순적으로 보일 만큼 다양한 해석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작품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주인공은 투르게네프가 ‘햄릿형 인간’과 ‘돈키호테형 인간’을 구분할 때처럼 인간성의 한 전형이 되었고 작품의 많은 에피소드들은 다른 유럽 작가들의 개작의 대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