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알레한드로 카소나 '바다 위에서 부르짖는 일곱 번의 절규'

clint 2024. 6. 9. 06:09

 

 

대서양을 횡단하는 오래된 배 날론에서 나이가 지긋한 선장은

일등칸승객 여덟 명을 특별한 저녁식사에 초대한다. 

유럽에 고성을 가진 페르투스 남작과 부인 니나, 

공학박사 사발라와 부인 메르세데스, 

사업가 해리슨, 아이러니 교수, 기자 산티야나와 뜨개질을 잘하는 훌리아. 

대부분의 손님들은 성탄전야라 들뜬 마음으로 만찬 장소에 모였지만

선장은 이들에게 오늘밤이 생의 마지막 밤이 될 거란 황당한 소식을 전한다. 

전쟁이 터져서 다른 배가 안전하게 지나가도록 사흘 전부터

이 배는 볼을 환하게 켠 채 적군의 주목을 끌면서 항로를 바꾸어

항해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총알받이나 자살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죽음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사실에 승객들은 아연실색하며

무너져 내린다. 거짓말이라고 현실을 부정하거나, 

선장을 미친 사람 취급하기도 하고,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화를 내거나 두려워하기도 한다. 

또한, 죽음을 수용하지 못하고 외면하여 끝까지 비열하게 살 궁리를

찾기도 한다이런 와중에 교수의 제안으로 일등칸승객들은 가장무도회가

아닌 가면 벗기 놀이를 하게 되고 화려한 이력 뒤에 숨겨진

이들의 민낯이 공개된다

세계 각국을 돌며 유능한 사업 수완을 보여주었던 해리슨은

사실 무기를 팔고 밀반입하는 돈밖에 모르는 철면피이며

고상한 페르투스남작의 부인인 줄 알았던 니나는 가난한 뒷골목에서

몸 팔던 여자였으며 지금도 페르투스의 정식부인이 아니라 연인일 뿐이다

이외에도 자신의 부주의로 동생을 죽게 만들었다며 자살을 결심한 훌리아

이성만 강조하고 매사에 교만하게 굴며 공감할 줄 모르는 교수 등

다양한 인물들과 삶의 여적을 만날 수 있다

 

 

 

인간은 죽음을 인지하고 사는 존재다. 물론 자신이 직접 체험하지 못하고

늘 다른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거나 전해들을 뿐이지만

결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다. 때가 다르거나 알지 못할 뿐

공평하게도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죽음이 친근하거나 반가운 사람은 드물다. 

거의 언제나 죽음은 달갑지 않은 불청객으로 여겨지며 공포감을 주기도 한다. 

이는 죽음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고 익숙한 삶이 끝나는

엄청난 변화도 겪게 되지만 임종을 앞둔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돈, 명예, 음욕, 지식, 아픈 상처 등에 포로가 되어 정신없이 살아왔으며

우리 또한 그러하다. 죽음을 인지하지만 살아가기에 급급하다. 

이렇게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극작가 카소나는

특유의 대중성과 연극성으로 무겁지 않게 풀어 나가며 무한한 존재처럼 살아가는

인간이 실은 유한한 존재임을 확인시켜 준다. , 우리가 어떻게 죽을 것인지, 

더 나아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1952년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무대에 오른 알레한드로 카소나의 

<바다 위에서 부르짖는 일곱 번의 절규>에서 우리는 죽음이라는

불청객 앞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여정을 돌아보는 순간을 접하게 된다.

 

 

 

 

 

한국초연은 극단 가교(架橋) 1971 12 22~26일 국립극장에서 공연. 스페인 알레한드로 카소나(Alejandro Casona, 1903~1965)의 원작으로 신정옥이 번역함. 대서양을 횡단중인 날론호 선상을 무대로 죽음 앞에서 순수해지는 인간의 본성을 다룬 내용임. 이승규가 연출했고, 김동옥· 박인환 등이 출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