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리처드 셰리든 '스캔들 학교'(추문패거리)

clint 2024. 6. 9. 18:42

 

 

 

신성한체하지만 위선자인 형 조세프와 경솔하지만 낙천적이고 정직한 동생 찰스는

머라이어라는 여성을 좋아한다. 하지만 찰스를 사랑하는 머라이어는 후견인인

피터경의 허락 없이 그 누구와도 결혼할 수 없고

피터경은 평판이 나쁜 찰스를 못마땅해 한다.

한편 피터경의 젊은 부인은 스니어웰부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추문집단에 가담하고,

스니어웰부인과 조세프가 꾸며낸 음모와 전말을 알지 못한 체

조세프의 유혹을 받게되지만 그때 등장하는 피터경으로 인해 위기를 맞게 된다,

동시에 찰스와 조셉의 부유한 삼촌 올리버는 두 형제의 인품을 시험하고자

위장을 하고 그들을 시험하는데,

이 모든 과정에서 추문에 가담한 위선자들의 만행이 폭로된다

 

 

 

리처드 셰리든의 대표작 <스캔들 학교(The School for Scandal)>는 소위 풍습희극(comedy of manners)이라고 불리는 작품으로, 런던의 드루리 레인 극장(Drury Lane Theatre)에서 1777 5 8일 초연되었다. 풍습 희극이란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상류사회의 유희와 타락의 여러 가지 형태를 드러내 풍자하는 희극 형식을 가리키는데, 특히 18세기 영국에서 크게 유행했다. 18세기 영국은 왕정 복 고 이후에 놀라운 경제적 풍요를 누렸으며, 특히 부유한 귀족들은 권태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유희에 탐닉했다. 성직인 문란함은 당연히 그들의 특권 중 하나가 되었으며, 많은 귀족 여성들은 배우자 이외에 성적인 관계를 갖기나 아니거나 간에 애인을 두는 것을 당연시하기도 했다. 경제적 풍요와는 별개로 18세기 영국 상류사회가 중요하게 여겼던 행동규범은 예절이었는데, 다분히 형식적인 관념이지만 당내 인물들에게는 예절이 있는지 그 여부가 자신의 사회적 품격을 가늠하는 잣대로 인식되었다.

작품이 날카롭게. 그러나 동시에 희극적으로 풍자하는 대상이 바로 이러한 당대 사회의 행동규범, 특히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고 하면서도 사회적 평판을 중시하는 귀족 사회의 모습이다. 작품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본능에 충실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모습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의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허영과 위선, 그리고 사회적 선민의식은 이들의 사고와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뒷담화(scandal)는 그래서 일부 주인공들에게는 일상적인 심심풀이이며, 그러한 여흥을 조작하고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 우리는 소위 악인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은 궁극적으로 권선징악을 겨냥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완전히 선하지도 그렇다고 악하지도 않다.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두 사람의 악인, 즉 스니어웰 여사와 조지프 서피스는 뒷담화를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위신이긴 해도, 도덕적으로 작품의 다른 주인공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결국 작품 마지막에서 단순히 당황해 퇴장하는 종말을 맞을 뿐이다. 정작 셰리든이 작품을 통해 공격하는 대상은 그러한 위신을 부추기는 사회다. 주인공 찰스는 타락한 바람둥이이며 낭비벽이 있는 부도덕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작품 마지막에 보상을 받는 이유는 정직함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은 주인공들을 희화하고 조롱할지 언정, 그들을 징계하지 않는다. 또한 그래서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고 해학적이다.

 

 

 

작품은 첫 공연 이후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작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평자들도 있다. 비평가들 사이에서 작품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는 건 아마도 반유대주의(anti-sermitism)일 것이다. 이미 셰익스피어 시대부터 유대인은 탐욕의 상징이자 고리대금업자로 등장해 왔는데,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다. 모세라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를 등장시켜 다른 인물들이 그를 조롱하고 비하하도록 설정한 것은, 특히 현대 독자들에게는 대단히 부적절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샤일록이나 말로의 바라바스와는 달리, 모세는 착한 아니면 적어도 선한 주인공 편에 서있는 유대인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웃음을 겨냥하고 있는 작품에서 심각한 주제를 등장인물에 투영하는 것은 조금 과도한 평가가 아닌가 싶다. 셰리든이 펼쳐 놓은 무대를 상상하며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에서 인간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어리석을 수 있는지, 뒷담화라는 것이 얼마나 전해질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이 작품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제리는 '초상화(A Portrait)'라는 제목으로 쓴 현정사는 당시 그의 애인으로 알려졌던 프랜시스 앤 (Frances Anne) 남작부인에게 작품을 바치는 글이다. 그녀는 화가이자 작가였고, 정치가들과도 깊은 교류가 있었던 여성으로 세리든의 애인이기도 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아모렛(Amoret)은 아마도 그녀일 것이다. '서시(Prologue)'를 쓴 데이비드 개릭(David Garrick)은 당대 유명한 배우였으며, 작품이 초연된 드루리 레인 극장의 이전 지배인이기도 했다. 다소 희극적인 '후기(Epilogue)'는 작가이자 다른 극장의 지배인이던 조시 콜맨(George Colman, the Elder)의 작품인데, 터즐 여사의 입을 빌려 역설적으로 허영에 가득 찬 도시생활을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