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류전윈 '나는 반금련이 아니야'

clint 2024. 6. 11. 19:23

 

이설련은 산아제한 정책에서 금하는 둘째 아이를 임신한다. 
이 아이를 낳고자 남편 진옥화와 위장이혼을 하고 홀로 출산을 하는데 
진옥화는 그 새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결혼을 해버린다. 
이설련은 진옥화와의 위장이혼을 되돌려놓고 다시 명실상부 
이혼하려고 한다. 법정에 고소도 해보고 각급 관리들에게 하소연도
해봤지만 원하던 대로 되지 않는다. 
북경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던 날 1인 시위를 벌였고, 
그 결과 이설련 사건과 관련된 지방 관리들은 모두 면직되거나 
징계를 받는다. 이설련이 원하던 것은 이게 아니었는데 
설상가상 진옥화에게 반금련 소리를 듣는다. 
반금련의 꼬리표를 떼기 위해 이설련은 20년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북경으로 1인 고발시위를 하러 간다. 
그 과정에서 지방관리들, 이설련, 이설련의 중고등학교 동창 조대두가 
서로 얽히고 설킨다.

 

 

 

<나는 반금련이 아니야>의 ‘반금련’은 중국 전통시대의 대표적인 악녀이자, 팜므파탈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이설련’은 남편에게 사기를 당해 그 억울함을 고발한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오히려 이설련을 ‘반금련’ 취급하고, 이에 원통한 이설련은 20년 동안 끊임없이 남편을 고소·고발하며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려 하는데... <나는 반금련이 아니야>는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이설련을 통해, 부조리한 가부장제적 관리 사회를 꼬집는 기막힌 블랙코미디이다.

 



원작소설은 이설련 이야기를 통해 무능하고 무심한 관리들의 작태를 고발했지만, 연극은 이설련이 20년간 1인 고발 시위를 이어나가면서 자신의 강안한 자아의식을 찾아가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그려냈다.
농촌 여인의 20년간 남편, 정부 관료에 대한 고발기로 동시대 최고의 작가로 손꼽히고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마디>를 쓴 류전윈(劉震雲)의 동명소설 각색하여 연극의 귀재라 불리는 신예 연출가 딩이텅이 연출을 맡았다.

 

 

 

 

원작소설은 두 개의 서론과 본론으로 구성된다. 서론은 이설련을 둘러싸고 전개되며, 서론의 1/10도 안 되는 본론은 사위민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두 개의 서론은 20 년간 고소고발 을 일삼을 수밖에 없었던 이설련의 사연과 과정을 그렸다. 본론에서 사위민은 이설련에게서 힌트를 얻어 북경에서 발이 묶였다 제시간에 고향에 돌아와 친구와 마작을 할 수 있게 된 사연을 그렸다. 소설 전체에서 분량이 많은 것이 이설련 이야기라서 그녀가 주인공인 듯 하지만, 사위민을 본론에 위치시켜 그의 스토리를 이어감으로써 9/10 이상 분량을 차지한 이설련의 이야기가 갑자기 객으로 전락하고, 사위민 스토리를 위해 그렇게 긴 편폭의 포석을 깐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나름 '어이없고' 부조 리한 반전의 서사 구조를 갖게 했다. 또 원작 소설의 서사는 정작 이설련의 고소·고발이라는 중심서사를 따라 법원 판사판 사장-법원 전문위원-법원장-현장-시장-지도자가 이설련의 사건을 어떻게 대하고 처리하는가를 에둘러 보여줌으로써 남성 중심의 관리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것에 치중한다. 이설련의 인생은 이들 관리 사회의 부조리를 하나로 엮어버린 장치로 활용된 측면이 크다.

반면 연극은 소설의 본론 부분을 생략하고 이설련이 20년 동안 고소·고발의 여정에서 겪은 자아의식. 욕망. 감정에 집중했다. 소설이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설련을 그려냈다면 연극은 이설련 본인의 입으로 감정과 의지. 욕망을 내뱉음으로써 좀더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연극은 소설에서 전지적 작가 시점의 발 화로 인해 생긴 독자와 인물간의 거리감을 없애고 이설련 '' 개인의 감정. 욕망의지·판단을 그대로 1인칭으로 발화하면서 남성 중심의 관리 · 남편에게 둘러싸여 어떻게 자신의 길을 걸어 가는지를 여성주의 시각에서 강렬하게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