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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문명'

clint 2023. 9. 22. 21:19

 

소설 문명에서 인류는 멸망 직전이다. 테러와 전염병으로 80억 명이었던 인구는 급격하게 줄어 10억 명만 살아남았고 길거리에는 악취와 쓰레기가 넘쳐나고 쥐떼가 강력한 번식력으로 세계를 점점 뒤덮어 가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세 살짜리 암컷 고양이 '바스테트'이다. 바스테트의 집사는 여자 나탈리이다. 바스테트가 새끼 여섯 마리를 낳자 나탈리는 그녀의 남자친구를 시켜 수컷 안젤로만 남기고 모두 물에 빠트려 죽인다. 어느 날 그녀의 남자친구가 테러범들을 몰고 들이닥쳐 바스테트 동거묘 펠릭스를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자 나탈리는 사스테트와 함께 불로뉴숲에 피신했다가 쥐떼들의 공격을 피해 시뉴섬으로 달아났으나 기하급수적으로 쥐떼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좋은 장소인 시테점으로 도망친다. 시테섬에서 어느 정도 리더의 위치에 오른 바스테트 곁에는 제3의 눈을 가진 고양이 피타고라스가 있다. 3의 눈은 인간들이 그의 뇌를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USB 단자라는 건데, 피타고라스는 제3의 눈을 통해 인간의 방대한 지식을 섭렵해 모르게 없었다. 시테섬에 도착한 나탈리와 인간들은 쥐 군단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센강 변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모두 폭파하고 하수구 구멍을 막고 지하철 통로에 시멘트 벽돌로 벽을 쌓고, 섬 전체를 빙 둘러 1미터 높이의 방어벽을 세워 섬을 요쇄하된 기지로 바꿨다. 이후, 많은 고양이와 인간이 헤엄을 쳐 시테섬으로 피신을 오면서, 시테섬은 순식간에 고양이 3천 마리와 인간 5백 명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공동체가 사는 파라다이스가 되었다. 하지만 흰쥐 티무르가 수십만 쥐떼의 왕으로 선출되고, 티무르도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시테섬 위아래에 물막이를 설치하고 양안을 포위하는 작전을 펴자, 바스테트는 두려움을 느끼고 동맹군을 만들기 위해 피타고라스, 나탈리와 함께 열기구를 타고 시테섬을 탈출한다.

열기구로 탈출에 성공한 바스테트는 급수탑 안에 생존한 일군의 고양이 무리를 만나 동맹을 요청하지만, 오히려 동족에게 배신을 당해 쥐떼에게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가 다행히도 선량한 개 무리를 만나 과학자들이 머물고 있는 오르세 대학으로 가게 된다. 오르세 대학의 과학자들은 오르세 대학 둘레를 고압전류를 흐르는 철조망을 설치하여 요새화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바스테트는 피타고라스처럼 제3의 눈을 갖기 위해 과학자들을 졸라 수술을 받는다. 한편, 테러리스트들이 오르세 대학을 습격하여 인류의 모든 지식을 담은 이 담긴 USB를 탈취해 가자,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 그리고 나탈리와 과학자 로망 웰즈가 다시 되찾으려 테러리스트 추적에 나선다. 바스테트 일행은 우여곡절 끝에 USB를 되찾아 오르세 대학을 돌아오는 길에 돼지들에게 사로잡히고 만다. 그 돼지 공동체는 돼지 아르튀르 왕이 다스리고 있었는데, 아르튀르는 인간의 사법제도를 흉내 내어 바스테트 일행을 재판하려 처단하려고 하나, 피타고라스의 기지로 탈출에 성공하여 오르세 대학으로 돌아온다. 오르세 대학은 이미 테러범들과 쥐떼들의 공격으로 폐허가 되어 있었고 그들은 다시 시테섬으로 향하는데, 시테섬도 이미 티무르의 쥐 군단이 싹 쓸고 지나간 터라 다시 생존자를 찾아 나서 나선다. 다시 만난 그들은 고작 고양이 193마리와 인간 16명뿐이었다. 나머지는 티무르 군단에 의해 무자비하게 학상당했던 것이다. 바스테트 일행은 루앙시 속하는 가장 큰 섬 라크루아섬에 안착하여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을 두르고 요새를 구축한다. 티무르의 수십만 대군도 시테섬에서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포위작전을 펴고, 한편으로는 쥐떼가 저돌적으로 철조망으로 돌격하여 사체를 쌓아나간다. 바스테트는 적장 티무르와 1 1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고 우군을 구하러 간 앵무새 샹폴리옹도 돌아오지 않자 바스테트는 로망 웰즈의 도움으로 비행선을 만들어 타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이번에도 수백 마리 비둘기 떼의 공격으로 실패하고 만다. 밤새 눈이 내리고 센강에도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쥐떼들이 대규모로 얼어붙은 강을 넘어 철조망에 돌격하여 사체들이 쌓이고, 그 사체들을 넘어 쥐떼가 넘어오기 시작하자, 바스테트 일행은 집라인을 타고 옆 건물로 탈출하여 인간들이 스케이트를 싣고 가까스로 질주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은 쥐떼의 공격을 피할수 없다고 생각해 배로 미국으로 행한다... 그런데...

 

 

옮긴이의 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문명」은 독립적으로 읽어도 아무 지장이 없지만 본래 전작 「고양이'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3부작으로 예정된 이 이야기는 고양이들이 전염병과 테러, 전쟁으로 멸망 위기에 처한 인류를 구하고 인간 문명을 대체할 고양이 문명을 수립하려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에서 2016년 「고양이」, 2019년 「문명」을 출간했을 때만 해도 페스트라는 소재는 SF 작가가 그린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배경 중 하나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인수공통 감염병이 1년 넘게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소설이 근미래의 현실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는 누구나 한번쯤 가져 봤을지 모른다. 문명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비상해지는 이유다.

「고양이」에서 세상에 조금씩 눈떠 가던 주인공 암고양이 바스테트는 「문명」에서 <고양이 폐하>가 되기를 꿈꾸며 연대와 공존에 기반을 둔 새로운 고양이 문명을 세우기로 한다. 이를 위해 인간만이 가졌다는 세 가지 개념인 유머와 사랑과 예술을 체득해 나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동물과 인간의 관계, 나아가 인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문명」은 「고양이』에 비해 우화적 색채가 짙어졌고 작가의 메시지도 더 직설적이다. 라퐁텐에 대한 오마주로도 읽히는 이번 소설에서 돼지들에 의한 인간 재판이나 실험동물의 현실을 고발하는 몇몇 대목은 베르베르 방식의 동물해방선언이라 보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고양이들에 관한 이야기지만 실은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인 이 한 편의 우화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가가 울리는 경종이다. <인간들은 이 세상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오. 세상은 그들 이전에도 존재했고 그들 이후에도 여전히 존재할 것이니까> 돼지의 말이 자꾸만 귓가를 맴돈다.

2021 5월 전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