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교과서가 이야기하는 대로 항일 역사의 영웅 안중근의 의거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 안중근을 알고 있을까. 우리는 모른다. 그의 인품과 사상, 그가 사랑했던 것들, 그가 살아온 내면의 세월들을 모른다. 우리는 그가 격동의 시대 속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마음으로 이등박문 앞에서 당당히 총을 뽑아 들었는지를 모른다. 우리는 '우리의 독립운동을 안다'는 껍데기 속에 인간 안중근을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1909년, 10월 22일, 하얼빈 행 기차를 탄 쾌남아 안중근과 그의 동료 우덕순, 그리고 통역 유동하. 18세 소년 유동하는 그들의 계획을 모른 채 통역으로 동행하며 안중근의 치열한 기독교 정신과 독립운동 정신을 배워간다. 거사 계획은 치밀하게 진행되고 못 말리는 열혈남아 조도선이 난동 끝에 가담한다. 일행은 채가구 역에서 거사를 진행하려 하지만, 하얼빈에 남아있던 유동하는 알 수 없는 전보를 안중근에게 보낸다. 이토 히로부미의 특별열차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안중근은 운명을 따라 하얼빈 역으로 향하는데. 자신의 청소년 시절과 삶을 바꾼 세례, 국채보상운동, 의병 전투 회상, 하얼빈에서의 준비와 거사, 뤼순 감옥 수감과 재판, 빌렘(파리외방전교회) 신부 주례로 안 의사와 단 둘이서만 봉헌한 미사, 순국이 시나브로 펼쳐진다.
안중근 의사는 생전 ‘동양평화론’을 주장했다. ‘동양평화론’은 각 민족은 반드시 독립을 유지해야 하며 그것은 동시에 배타적이어서는 안 되고 이웃나라와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형 언도에 대해 상고를 포기하면서까지 집필 의지를 보였던 ‘동양평화론’은 지금 시대에도 탁월하고 진보적인 사상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런 그의 사상은 자기 나라만 생각하는 민족주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딛고 세계가 지향해야 할 미래를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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