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겨울로 들어서는 문턱. 이태리에서 10년 만에 귀국한 김영은이 20살 시절의 대학캠퍼스 앞 닭갈비집으로 첫사랑 윤재민 교수를 만나러 온다.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오게 된 영은은 닭갈비집 벽에 남겨진 희미한 흔적들에서 자신의 10년 전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10년 전 어느 봄날, 봄바람에 실려 불현듯이 등장하는 윤재민 선배! 봄바람에 현기증을 느끼는 영은의 가슴속에선 청춘의 씨앗이 이미 외출준비를 마친 상태다. 이들을 향해 부는 봄바람은 연풍인가 싶더니 이내 사랑의 광풍이 되어 뜨거운 굼불을 지펴댄다. 한편 복학생 장수와 늦깎이 대학생 수나에게도 봄바람은 불어대고 이내 사랑의 세레나데를 울려댄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던가? 사랑의 광풍은 이내 사그라지고 만다. 설상가상 자신의 그림자 같던 성욱마저 입대해버리자 영은의 텅 비어버린 가슴 속은 그저 간간이 모래바람만 지척대는 마른 사막이 되어버린다. 아버지에 대한 상실감을 재민의 사랑으로 보상받으려던 영은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의 상실은 헤어날 수 없는 상처가 되어 결국 스스로를 청춘의 무대에서 퇴장시켜버리는 악수를 두게 된다.
그리고 10년 후, 다시 돌아 온 닭갈비집에서 영은은 뜻하지 않게 옛 청춘들을 만나고, 그 중에서도 자신의 그림자였던 성욱에게서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사랑은 닭갈비다!’라고 그렇게 외쳐댔던 그 사랑의 감춰진 얼굴을! 사랑은 진정 닭갈비였더라!
우리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2005년과 1994년이란 10년간이란 세대 차이를 오가며 병렬, 혹은 대비시킴으로써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도록 극화된<사랑의 발견>은 오늘날의 관객들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관객들과 함께 사랑의 본질을 탐색해 들어가는 구조를 하고 있다. 물론 작가는 깊은 울림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작품은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보다는 그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겪는 과정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따라서 우주적인 주제인 ‘사랑’이란 단어를 일상어인 ‘닭갈비’란 다소 어울리지 않음직한 단어로 대치시키는데 주목하여, 사랑을 읽어내는 방법으로 사소함의 소중함을 극대화하여 우리시대 슬픈 자화상을 서정적으로 그려내고자 한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극 형식으로 무대화하여 누구나 사랑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고, 톨스토이의 ‘사람은 오직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났다’는 말처럼 사랑이란 진정한 소통에서 완성되어 감을 제시한다.
작가의도 : 김여진
오래 묵은 이야기! 늘 곁에 있는 사람들! 그래서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소중함을 알면서도 둔해지는 순간들이 쌓여가는 것! 그것이 우리에겐 익숙해진 삶이 아닐까? <사랑의 발견>은 사소함을 소중히 여기던,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한 작가님과의 조우에서. 평생을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열정적으로 작업했던 에디뜨 삐아프, 엘레오노라 듀제를 알게 되면서. 또 이들만큼 열정적으로 살아갔던 오랜 추억의 조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7살 때 닭갈비집에서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뒷모습. 굽은 등, 젖은 듯한 어깨, 이발을 못해 유난히 자라있던 제비초리. 그 뒷모습을 간직하고 그리던 꼬마가 20살이 되어 대학에 입학했다. 그로부터 십년을 훌쩍 보내는 동안 다행인지 불행인지 팔자에도 없는 연극 안에서 꿈틀대면서, 어느 순간 내 어머니의 특별한 아버지 사랑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 특별난 사랑의 씨앗들을 보이는 족족 주워 담았다가 다시 연극 안에다 풀어놓는데도 한참이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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