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마지막 20분 동안 말하다'는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일상에 지쳐 잊고 지냈던 애틋한 사랑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작품이다. 연극은 암묵적으로 관객들에게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해 본 적이 있나?’, ‘당신은 그 사랑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라는 질문을 던지고, 두 남녀의 사랑과 기억을 훔쳐보는 내내 잊은 듯 했던 감성과 순수를 자극한다. ‘그 쪽’이라 불리는 남자와 ‘거기’라 불리는 여자.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소소하고 유쾌한 대사들로 시작되는 연극은 마냥 천진난만한 연애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후반으로 치닫을수록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와 반전의 암시로부터 동요되는 감정은 '마지막 20분 동안 말하다'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상투적인 멜로 그 이상의 사랑 이야기임을 증명하게 된다.
“꿈속에서조차 그대를 만나 너무 다행입니다.”
어스름한 저녁. 공원의 벤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
답답한 듯 주위를 돌다 바닥에 있는 노트를 발견한다. 노트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이 적혀있고, 여자는 읽어보다 호기심이 다한 듯 노트를 제자리에 내려놓는다.
때마침 공원을 지나던 남자. 모른 척 지나가다 바닥에 놓인 노트를 발견하고, 주위를 둘러보다 여자를 본다. 여자에게 살며시 다가가 노트의 주인이냐고 묻지만, 노트는 여자의 것이 아니다. 남자는 노트의 주인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여자 옆에 앉는다. 낯선 남자를 경계하며 얘기하기를 꺼리는 여자. 그런 여자에게 남자는 넉살스럽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시도한다. 무슨 음악을 듣는지, 나이가 몇 인지, 남자친구와의 여행은 어땠는지, 남자친구하고 어쩌다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
그런 남자가 여자도 싫지만은 않은지,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며 연극이 진행된다.
작가의 글 : 김두용
죽은 이를 만나게 해주는 그 곳 사현집...
사년전 꾸었던 신기한 사현집에 관한 꿈의 기억으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
그쪽이라고 불리고 싶은 한 남자와 거기라고 불리워지는 한 여자가 가로등불 아래 공원벤치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둘은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천만번 정도의 인연이 있었음에 가능하다는 이야기처럼 그들은 대화를 시작하고 그리고 알지 못했던 자신들의 마음을 보게 된다. 그리움이 생기고 질투가 생기고 사랑이 생기고 알 수 없는 근육들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느끼며 나 아닌 다른 이의 존재를 느낀다. 이러한 마음들은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어 가겠지만 결코 지워지거나 사라져 버리지 않는다. 살아가는 어느 날 다가오는 요동치며 거칠게 다가오는 감정은 스스로 존재하기에 느껴지는 축복이다.
그러한 마음들이 이 공연에서 표현 되었으면 한다. 늘 익숙하던 공간에서 너무도 낯설게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가끔 느끼게 될 때 다가오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그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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