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기국서 모노드라마 "개"

clint 2016. 12. 4. 18:36

 

 

한 사람이 권태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문득 모든 사람들이 대개 동물의 형상이나 성질을 지닌다는 것을 생각해본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 한명이 '쥐'가 되었다는 말을 듣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
웅호걸처럼 큰 뜻과 자신감으로 젊은 시절을 구가하지만 나이가 들고 현실의 파
도를 헤쳐나가면서 점점 변해가는 것이다. 사자처럼, 승냥이처럼, 소처럼 또는
쥐나 뱀처럼 말이다.
그는 한번 개로 변해보려는 시도를 한다.개는 충직함의 상징이면서 또한 파렴치
한 사람들에게 붙이는 욕의 상징이기도한 것이다.
그는 개로 변화된다. 개가 됨으로써 그는 처음으로 해방감을만끽하게 된다.
그는 개로써 개의 언어와 개의 본능을 배운다. 그것들을 배워가면서 그는 인간으로
있을 때의 혼란과 책임감과 윤리의식등을 털어낸다.
먹는다는 것과 성행위는 모든 동물들의본능이다. 그는 특히 '흘레'에 집중적
인 관심을 갖는다. 개의 사랑이 관객들과 토론이 될 것이다. 개에게도 사랑
의 쓰라림과 배신이 있을까? 개도 사랑하는 개를 위하여 목숨을 던질것인가
등등. 그는 익살스럽게 관객들과 그것을 실험해본다. 그러나 이 개는 개 특유의 엄
격성으로 인하여 곧 그 일에 싫증을 내기 시작한다.
뭔가를 탐색하던 이 똑똑한 수캐는 급기야 절망을 맛보기 위하여, 또는 인간만
의 전유물이라고 일컬어지는 모든 고귀한 정신을 맛보기위하여 자기 목을 감고
있던 구속의 쇠사슬(음식과 안정을 주는)을 끊고 탈출을 시도한다.

 


그는 사생아처럼 이 사회에서 버림받은개로 거리를 방황하면서 사회로부터 도
피하기 시작한다. 그는 계속 도망간다.
이 탈출과 도피는 내면에의 탐구로 이어진다. 그가 개의 탈을 쓰고 인간의 내
면을 들여다본다는 말인가? 모든 탐험은미지수이다.
그는 보다 완벽한 고독을 성취하기 위하여 바다와 사막을 여행한다.
환경이 그의 사색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예상치 못하게 그곳에서 더욱 현실의 어지러운 환상에 시달린다.
현실의 습관이 주는 이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길들여지지 않은 원시성
과 힘이 요구된다.
그는 호랑이의 꿈을 꾼다. 호랑이는 무리지어 있는 길들여진 개들을 위협한다.
개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지만 공포감으로 인하여 발을 떼지 못한다.
그는 문득 처음으로 사람이 그리워진다.
책임감있는 현명하고 성숙한 인간을 찾기시작한다.
그러나 사람이 없다.
호랑이가 습격을 위하여 모습을 감춘다.
그 불안한 고요속에서 개는 울부짖기 시작한다.
"빌어먹을! 사람이 없다니...! 빌어먹을! 사람이 없다니...!"
전화벨이 울린다.
그는 잠깐의 소나기같은 사색에서 벗어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개의 형용을 닮은 판토마임은 관객에게
벗어서 던져준 채.

 

 

 

기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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