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윤정환 '유쾌한 거래'

clint 2016. 7. 1. 21:56

 

원제:  내 아내의 남편은 누구인가?

 

 

정숙과 민수 부부는 마감 한 시간 안에 아들 병원비 때문에 빌린 사채를 갚아야 하는 처지다. 두 사람이 힘들게 모아온 돈을 정리하며 돈이 부족함을 한탄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도둑이 들이닥친다. 어딘가 어설픈 도둑은 알고 보니 정숙의 옛 애인이자 아이 아빠인 기식이다. 기식은 강도짓을 하기 위해 우연히 들어온 정숙 집에서 자기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를 데려가려 한다. 아이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기식과 민수 사이에서 정숙은 발칙한 제안을 한다. 사채 상환 마감시간 안에 모자라는 돈을 먼저 가져오는 사람과 함께 살겠다는 것. 결국 두 남자는 도둑질을 결심하고 이웃집 담을 넘는다. 하지만 뭔가 해보겠다고 찾아간 이웃집에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극은 사채빚에 쪼들리는 가정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내와 아이의 수술비 때문에 사채를 쓴 남자는 마감 한시간을 앞두고 전전긍긍한다. 이때 갑자기 강도가 들어와 그나마 모은 돈을 가로채려 한다. 알고 보니 이 남자는 아내의 옛 애인이자 아이의 진짜 아빠다. 다툼을 벌이던 두 남자 사이에서 아내는 한시간 안에 돈을 마련해오는 사람과 살겠다고 선언한다. 두 남자는 남편의 외도로 외로움에 지친 여인이 사는 505호와 돈많고 신실한 기독교인이 사는 705호로 들어가 각각 돈을 훔치려 한다. 뻔하고 가벼운 웃음은 수시로 등장한다. 외로워하던 505호 여인은 강도를 유혹하고 급기야 칼로 위협하더니 속옷까지 벗어주며 스트립쇼를 요구한다. 여인은 “400만원 줄테니 안아달라” “너희 남자들도 그러잖아”라고 소리지르며 남자에게 옷벗기를 강요한다. 가벼운 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705호 여인은 기독교인으로 그려진다. 벽에는 예수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하지만 그 여인은 계속 사이비 종교에라도 빠진 듯 ‘오버’한다. 그도 돈을 미끼로 남자를 희롱하고 결국은 성관계까지 요구한다. 가장 말문이 막히게 만드는 건 결말이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705호 여인과 사채업자는 동성애자임을 밝히면서 “10억원을 줄테니 우리의 사랑을 인정해달라”고 사정한다. 사람들은 모두 밝은 표정으로 기뻐하며 극을 마무리한다. 말하자면 이것이 제목으로 붙여진 ‘유쾌한 거래’인 셈이다. 이 연극은 진지함이나 따듯한 시선 없이 인물들을 희화화시키는 데 계속해서 몰두한다. 심지어 극중 인물 두명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장면을 여장남자 배우가 가슴을 풀어헤치는 것으로 표현할 정도다.

 

 

 

 

윤정환

72년 강원도 태생.     
서울예대 연극과 졸업/동국대 연극학과 졸업(연출전공)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전문사 (MFA) 졸업 예정
극작 - 연극<내 아내의 남편은 누구인가>,<짬뽕>,<생일파티>,<시선>外
연출 - 넌버벌 퍼포먼스<난타>,뮤지컬<안악지애사>,<에비타>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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