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은 영국의 극작가 덕 루시(Doug Lucie)의 적의(Hard Feeling)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손질한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는 <햄릿>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탄생배경은 동종이나 전개 방식은 내용, 형식 모든 면에서 차이점이 더 많다. 작가의 관심 면에서는 오히려 <시민K>나 <청부>와 더 닮아 있다. 작가는 이 작품들에서 동시대 사회에 대한 비판을 위해 큰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내용면에서는 <바보각시>와 더 닮아 있다. 〈바보각시>가 살보시 설화를 바탕으로 한 토종의 창작물 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정상적이지 않고 떠돌고 겉도는 인물군을 통해 세기말적 세태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볼 수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젊은이들인데 대체로 중심을 잃고 부유하는 청춘들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심이 해체된 후 대안 없이 갈등하거나 대인을 찾아 갈등하는 인물들이다. 1장의 소제목 "여기는 주택적금에 가입한 자와 크레딧 카드를 소지한 시민의 출입을 사양합니다.”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미정의 집을 중심으로 하며 무대는 그 밖의 세상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집은 세상 전체를 요약한다. 성진의 대사 ''우린 모두 여기서 살아야 해”라는 어처구니없는 당위, 미정이 더 넓고 아름다운 새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하자 철민이 그런 집은 없다며 이민이나 갈 것을 권하는 것은 출구가 없게 느껴지는 지겨운 세상을 이 집이 상징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집 주인으로 나오는 미정은 "나치 당원 같이 생긴 여주인”이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집을 담보로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려는 성격을 보인다. 미정은 중심 없는 세계에서 집주인으로서 중심이 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독재적인 모습과 횡포가 드러난다. 결국 그녀가 추구하는 중심은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그녀의 중심이란 중심 없음과도 상통한다. 미정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은 락 카페에서 노래하는 행덕과 댄서 현아이다. 미정은 남자와 여자 모두를 애인삼아 무정부주의적인 삶을 구가하는 듯이 보인다. 그들이 표면적으로는 자유정신을 주장할지 모르지만 이들의 삶은 퇴폐적이고 향락적이고 소비적이다. 술을 마시고 대마초를 피우고 쇼핑을 하며 속도감을 즐긴다.

이들과 대척점에는 소희와 철민이 있다. 소희는 운동권 출신이었는데 지금은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소희는 상처로 남겨진 과거의 전력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고자 한다. 철민은 소희의 남자친구로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이다. 엄밀히 말해 철민은 이 집에 사는 인물도 아니고 그럴 수 있는 성격을 지니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연인관계이지만 출신성분은 상반된다. 소희는 운동권 출신으로 사회 기득권층과 반대 지점에서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면 철민은 중산층 지식인으로 오히려 기득권층에 가까운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한 대립은 그들의 갈등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소희가 자신과 다른 세계의 인물들인 미정, 현아, 행덕을 친구로 생각하고 그들을 끌어안으려 하는 반면 철민은 중산층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모두 미정을 중심으로 한 인물 군과는 거리가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이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여기는 인물들이다. 그 노력의 성과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방향을 잃은 채 갈등하기만 하지만 그래야 한다는 가치관을 지닌 인물들이다. 이러한 중심을 찾고자 하는 성격 때문에 이들은 미정의 미움을 받는다. 남은 하나의 인물이 성진인데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작은 행복을 꿈꾸는 소시민이다. 성진은 미정, 현아, 행덕 인물군과 소희 철민 인물군 과도 다른데 두 인물군을 중재하기도 하면서 소박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다음은 미정과의 대화이다.
미정 : 이 집을 나간다고?
성진 : 그래.
미정 : 후회할 걸? 너 같은 몽상가들에겐 이 집만큼 편안한 곳이 없어. 넌 곧 세상의 단조로움에 싫증을 느끼고 다시 이곳으로 기어 들어올걸?
성진 : 그렇게 살았지. 그러나 만일 내게 사랑의 힘이 주어진다면 난 지겨운 세상 속에서 견딜 수 있을 거야.

사랑을 믿지 않거나 그것을 끊임없이 회의하는 인물들 속에서 성진의 이러한 믿음은 이 인물을 돋보이게 하기도 하고 안쓰럽게 만들기도 한다. 이 세상에서 이러한 그의 믿음이 구원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아를 사랑하는 그가 AIDS에 걸린 현아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모습은 소희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철민의 모습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결국 미정과 행덕을 뺀 인물들은 쓰레기하치장과 같은 그 집을 떠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 작품은 포스트 모던한 징후들, 세기말적 징후들, 혼란과 데카당스들로 가득 차 있는 듯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모두를 부정한다. "우리에게는 또 다른 정부가 있다”고 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외침은 허망하다. 세상이 그들에게 적의를 갖고 있든 그들이 세상에 적의를 갖고 있든 그들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 세상인 것처럼 보이고 탈출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새로운 가능성이 조그맣게나마 열려 있다는 것을 제시해줌으로써 작가는 다시 한 번 이윤택 다운 그의 의지를 밝힌다. 그것은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이다.
이 작품은 앞의 두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삶과 죽음에 대한 한국적 의미새김은 찾아볼 수 없다. 작품의 결이 확실히 앞의 두 작품과는 구분된다. 그렇지만 미약하나마 남겨놓은 출구로서의 작은 희망은 성격이 다른 이 작품에서도 이윤택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무대는 세유형의 인물군이 모여 사는 한 아파트다. 기득권과 권력의 상징이라 할 부잣집 딸 미정은 허무에 휩싸인 젊은 인텔리들과 록까페서 만난 반항적인 펑크족을 집으로 끌어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독재를 꿈꾼다.
미정은 기성세대 혹은 제도가 요구하는 젓은 무엇이든 거부하는 무명 록가수 행적과 록까폐 댄서 현아와 더불어 자유로운 섹스, 대마초, 오토바이 폭주등을 즐기며 도시감각의 욕망을 쫒으며 밀폐된 자기들만의 세상 ‘또 다른 정부’를 꿈꾼다. 또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소시민의 안정된 삶을 꿈꾸는 성진은 미정의 태도에 방관적 태도를 취하며 속으로 현아를 사랑한다. 운동권 출신으로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소희, 소희의 연인이자 신문기자로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독설가 철민은 이 집의 비현실적이고 유페적인 분위기를 비판 하면서 소희를 끌어내려 한다. 미정은 소희 철민에게 적의를 가지고 대한다. 이집의 독재자 미정의 광기와 악마적 행태가 극에 달하면서 이집은 종말의 위기에 처한다. 록가수 행덕은 어디선가 에이즈에 감염되어 오고, 덕과 관게를 맺었던 이집의 청춘들은 절망적인 분위기에 휩싸인다. 이런 절망속에 과연 우리에게는 또 다른 희망은 없는 것인가?

작가 / 덕 루시
덕 루시는 1953년 영국의 챌싱톤에서 태어났다. 1979~80년 까지 옥스퍼드 플레이하우스 컴퍼니에서 상임 극작가로, 1981년에는 미국 아이오와 대학의 초청 극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그에게 “진정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영국의 젊은 작가”-The Time “소름끼치도록 예리하고 심오한 작품세계”-Independent 등의 평을 한 바 있다.
그는 라는 도발적이고 신나는 작품을 통해서 삶의 의식보다는 양식을 우선시하고, 정서보다는 감각을 우선시하는 세대들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알려준다. 는 1982년 런던의 부쉬(Bush) 극장에서 옥스퍼드 플레이 하우스 투어에 의해 초연되었고, 1984년 BBC TV 방송용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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