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소설 225

베르나르 베르베르 '문명'

소설 문명에서 인류는 멸망 직전이다. 테러와 전염병으로 80억 명이었던 인구는 급격하게 줄어 10억 명만 살아남았고 길거리에는 악취와 쓰레기가 넘쳐나고 쥐떼가 강력한 번식력으로 세계를 점점 뒤덮어 가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세 살짜리 암컷 고양이 '바스테트'이다. 바스테트의 집사는 여자 나탈리이다. 바스테트가 새끼 여섯 마리를 낳자 나탈리는 그녀의 남자친구를 시켜 수컷 안젤로만 남기고 모두 물에 빠트려 죽인다. 어느 날 그녀의 남자친구가 테러범들을 몰고 들이닥쳐 바스테트 동거묘 펠릭스를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자 나탈리는 사스테트와 함께 불로뉴숲에 피신했다가 쥐떼들의 공격을 피해 시뉴섬으로 달아났으나 기하급수적으로 쥐떼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좋은 장소인 시테점으로 도망친다. 시테섬에서 어느 정도 리더..

좋아하는 소설 2023.09.22

베르나르 베르베르 '잠'

우리는 일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낸다. 12분의 1은 꿈을 꾼다. 그러나 몸을 회복시키는 시간 정도로 생각할 뿐 잠자고 꿈꾸는 사이 벌어지는 일들은 아직 미지의 영역에 가깝다. 수면 주기는 잠의 깊이와 뇌파의 종류에 따라 5단계로 나뉜다. 마지막 단계에서 안구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두뇌활동은 활발해지면서 선명한 꿈을 꾼다. 렘(REM) 수면 또는 역설수면(逆說睡眠) 단계다.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잠'은 역설수면 다음에 여섯 번째 단계가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스물여덟 살 의대생 자크의 어머니 카롤린은 수면을 연구하는 신경생리학자다. 카롤린의 설명에 따르면 6단계 수면은 좀더 깊은 잠을 인공적으로 유도해 얻어지는 단계다. 심장 박동은 더 느려지고 몸은 이완되지만 두뇌활동을 더욱 활발해진다. 카..

좋아하는 소설 2023.09.13

파울로 코엘료 '승자는 혼자다'

떠나간 아내 에바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칸영화제를 찾아온 러시아 억만장자 이고르 말레프. 이지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으로 남성을 사로잡는 에바, 에바의 현재 남편이자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하미드, 그리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다짐하는 신인여배우 가브리엘라. 작가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이고르라는 인물의 왜곡된 시선을 통해 영화제에 모여든 군상을 냉정하고 치밀하게 그려낸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신인배우, 명성을 갈망하는 감독지망생들, 패션과 과시에 목숨을 건 상류층 인사들, 그 앞에 줄을 선 사람들… 그리고 이 모든 이들을 지배하는 권력자, 슈퍼클래스. 무비스타와 영화감독, 슈퍼모델, 디자이너, 제작자와 백만장자들이 넘쳐나는 ‘슈퍼클래스’들의 럭셔리한 빛의 세계, 그 어두..

좋아하는 소설 2023.08.22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연금술이란 진정 무엇일까? 단지 철이나 납을 금으로 바꾸어내는 신비로운 작업을 가리키는 걸까? 이 작품은 아니라고 말한다. 진정한 연금술은 만물과 통하는 우주의 언어를 꿰뚫어 궁극의 ‘하나’에 이르는 길이며, 마침내 각자의 참된 운명, 자아의 신화를 사는 것이다. 마음은 늘 우리에게 말한다. "자아의 신화를 살라"고. 평범한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는 마음의 속삭임에 귀를 열고 자신의 보물을 찾으러 길을 떠난다. 집시여인, 늙은 왕, 도둑, 화학자, 낙타몰이꾼, 아름다운 연인 파티마, 절대적인 사막의 침묵과 죽음의 위협 그리고 마침내 연금술사를 만나 자신의 보물을 찾기까지, 그의 극적이며 험난한 여정은 ‘철학자의 돌’을 얻기까지 연금술사의 고로에서 진행되는 실제 연금술의 과정과 닮아 있어 신비와 감동을 더한..

좋아하는 소설 2023.08.20

베르나르 베르베르 '파라다이스'

책의 원래 제목은 Paradis sur Mesure로서 그대로 번역하면 "맞춤형 천국"이라는 뜻이다. 『파라다이스』는 베르베르의 상상력 속에서 탄생한 기상천외한 미래, 그리고 작가 자신의 실제 경험 속에서 나온 역설 가득한 과거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파라다이스』에 수록된 17편의 독립적인 이야기들은 〈있을 법한 미래〉 혹은 〈있을 법한 과거〉라는 꼬리표를 달고 엇갈려 등장한다. 〈미래〉 이야기들은 '만약...' 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상상으로 축조된 〈인류〉의 미래다. 담배 한 대만 피워도 사형을 면치 못하는 무자비한 환경 독재 사회(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여자들만 남고 남자들은 전설이 되어 버린 세계(내일 여자들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금지된 세상(영화의 거장), 출처를 알 수 없는..

좋아하는 소설 2023.08.10

지오반니 보카치오 '데카메론'

보카치오는 단테(1265-1321), 페트라르카(1304-74)와 더불어 14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등대로 간주되었다. 보카치오는 그리스 언어를 좋아해서 제목을 『데카메론』으로 쓴 것을 알 수 있다. Decameron은 deca("ten") + meron("day")을 합친 복합어로 “10일"은 등장인물들이 각각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간을 의미한다. 1348년 흑사병이 돌던 이탈리아에서 7명의 젊은 여인과 3명의 젊은 남자들이 흑사병을 피해 플로렌스를 떠나 2주 동안 멀리 피에솔레 시골로 떠난다. 일주일 중 허드렛일을 하는 하루와 종교의식을 위한 날들을 빼고 열흘 저녁을 각각 이야기를 들려주며 보낸다. 그래서 2주 동안 들려준 이야기는 모두 100편이다. 부유한 남녀 열 명은 각각 하루씩 돌아가며 왕 또..

좋아하는 소설 2023.08.01

알렉산드르 뒤마 '몽떼크리스토 백작'

1815년 에드몬트 단테가 마르세유에 돌아오던 날 그는 적들에게 둘러싸인다. 선주 모렐씨의 인정을 받아 파라옹 호의 다음 선장으로 예정된 그를 동료 선원 당글라르가 시기하고, 에드몬트의 약혼녀 메르세데스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페르낭 몽떼고는 그를 증오한다. 당글라르와 페르낭은 에드몬트가 엘바섬에서 파리에 있는 보나빠르트 당원에게 전할 편지를 갖고 있다는 고소장을 쓰고, 이웃인 꺄데루스는 이들의 음모가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에드몬트는 결혼식 날 체포되어 정치적 변절자인 빌뽀르 의원 앞에 인도된다. 빌뽀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에드몬트를 비밀리에 샤토 디프 지하 감옥에 투옥시킨다. 그는 그의 부친이 보나빠르트 당과 연결되어 있음이 알려질까 두려워 에드몬트를 영원히 유폐시키려는 것이다. 나..

좋아하는 소설 2023.07.31

아멜리 노통브 ’느빌 백작의 범죄‘

느빌 백작의 막내딸 세리외즈는 날이 저물자 슬그머니 성에서 빠져나와 숲에서 밤을 지새운다. 숲에서 덜덜 떨고 있는 세리외즈를 발견하고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돌봐 주던 점쟁이 로잘바가 딸을 데리러 온 느빌 백작에게 예언한다. ‘매각을 앞둔 플뤼비에 성에서 열릴 마지막 가든파티에서 당신은 초대 손님 중 하나를 살해하게 될 거예요.‘ 예언이 행해졌으니 누군가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가든파티를 취소할 수도 초대 손님을 죽일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느빌 백작은 이때부터 불면에 시달린다. 세리외즈에게는 미남 미녀에다 모든 것을 갖춘 일등 신랑 신붓감, 오빠 오레스트와 언니 엘렉트르가 있다. 그래서 점쟁이는 백작에게 묻는다. 왜 셋째 이름이 이피제니가 아니고 세리외즈냐고. 이쯤 되면 같은 이름의 자식들을 뒀던 아..

좋아하는 소설 2023.07.26

필리프 반멘베르크 '미켈란젤로의 복수'

이 작품을 훑어보기 위해 손에 잡은 지 이틀 만에 다 읽었다. 다 읽기 전에는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이야기가 재미있다. 어디 줄거리의 재미뿐이랴. 그 시간 내내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천장화 사진을 눈앞에 펼쳐놓고 그 옆에 다시 천장화 안내지도를 참조하면서 그림을 샅샅이 훑는 지적이고 감성적인 쾌감이 줄거리의 재미 못지않게 짜릿하였다. 괴물 같은 천재 미켈란젤로의 행적을 바티칸 문서고 깊숙한 곳에서 문서를 통해 추적하는 과정이 감성과 지성의 굵은 줄기부터 말초부분까지 구석구석 자극하는 것을 경험하였다. 이 작품에서는 대단히 광범위하고 부분적으로 깊이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가 구분하기 힘들 만큼 긴밀하게 짜여있다. 작품의 바탕을 이루는 두 가지 지적 중심축은 기독교와 ..

좋아하는 소설 2023.07.22

허만 멜빌 '모비 딕'(Moby Dick)

이 소설의 화자인 이슈마엘은 무료한 학교선생 생활에 싫증을 내고 어느 날 맨해튼을 떠나 포경선에 오른다. 뉴베드포드에 온 그는 그날 여관방이 부족하여 남태평양 출신의 작살잡이 퀴케그와 방을 함께 쓴다. 온몸이 문신으로 가득한 퀴케그는 야만스런 외모와는 달리 친근한 사람으로 둘은 친구가 되어 같은 포경선 피쿼드 호에 오르기로 한다. 항해가 시작된 후 여러 날 동안 선장은 나타나지 않고 포경선은 두 항해사 스타벅과 스터브가 조종한다. 어느 날 배가 남쪽으로 갈 때 에이합 선장이 갑판에 나타난다. 선장의 한쪽 다리는 고래의 턱뼈로 만든 의족이고 얼굴 한쪽의 심한 상처는 옷깃 속으로 이어져 마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상처가 이어진 듯 보인다. 배는 고래떼를 찾아 계속 남쪽으로 내려간다. 선장은 선원들을 갑판에 모..

좋아하는 소설 2023.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