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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기록의 흔적'

성종의 치세, 40대 후반의 사관 박승원은 늘 그렇듯 춘추관에서 실록의 기록을 작업한다. 그러던 중 폐비 윤씨에 관한 기록을 보기 위해 춘추관으로 찾아 온 어린 세자, 연산군의 간절한 부탁을 듣지만 정중히 거절하며 따뜻하게 안아준 뒤 아픈 과거의 흔적도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설득한다. 십여 년이 흘러 왕위에 오른 연산군, 박승원은 후배 최일경과 함께 기록 작업을 하는데 현실과 타협하려는 최일경과 충돌한다. 그러나 박승원은 역사란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닌 현재와 미래의 지침이라고 이야기한다. 수년이 흘러 연산군은 유자광과 임사홍의 꼬임에 사람들을 숙청하고, 자신에게 멍에였던 어머니 폐비 윤씨에 대한 기록을 지우기 위해 춘추관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박승원은 임금 연산의 명을 단호히 거절한다. 연산..

한국희곡 2024.12.19

장뤽 라가르스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다섯 여자가 집에 있는데 갑자기 한 젊은 남자가 집에 도착한다. 아버지에 의해 쫓겨난 후 몇 해 동안이나 가출하여 소식 없었던 이 집 외아들이다.그동안 세상을 돌다 지친 삶을 마감하고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결국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전혀 생사를 알 수 없도록 소식 단절 상태로 있었지만 식구들이 기다리고 기다려 왔던 그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술 취한 사람처럼, 늙은 이처럼, 곧 쓰러질 것 같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아무 대화도 없이, 그는 지금 어릴 때부터 지내던 자기 방에 돌아와 자고 있다. 쉬기 위해, 죽기 위해, 자신의 길을, 자신의 방황을 끝내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 그녀들이 잠든 그의 침대 주변으로 서성댄다. 그를 보호하고 서로 서로를 이해하려 애쓴다. 발소리도 죽이고, 그가 부재하는 동..

외국희곡 2024.12.19

김문홍 모노드라마 '닭 잡아먹고 오리발'

'오리발'이 1960년에 태어나 살다가 죽음을 맞아 천상 재판정에서  재판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관객은 오리발 이라는 한 남자의 인생을 지켜 본다 오리발은 어렸을 때부터 드센 엄마의 등살과 기세에 눌려  스스로 인생을 선택하지 못했다.  자기의 생각과 상관없이, 돈이면 세상에서 안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복부인 어머니의 로드맵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오리발이다. 그는 돈으로 반장선거 나가고  돈으로 대학가고 돈으로 놀고 먹고  돈으로 인생을 살아가다가 결국 돈으로 인생을 망치는 사람이다 ..  돈 때문에 사기꾼도 되지만 자기의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르는 오리발.. 그런 오리발은 천상 재판정에서 타율적으로 인생을 낭비한 죄로 지옥 불구덩 행을 선고받는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은 지역의 대표적인 극작가 ..

한국희곡 2024.12.18

오은희 뮤지컬 '별.아.이'

중앙의 거리를 중심으로 왼편에는 의류점, 오른편에는 서점이 있다. 의류점 간판은 "SEXY" 서점은 "몽상서점"  의류점엔 소연이 점원으로, 서점엔 성성이 점원으로 일한다. 아침부터 청소하는 두 사람, 소연이 걸레를 빤 물통을 길가로 뿌리다가 도로를 쓸던 성성이 뒤집어 쓴다. 미안해 하는 소연, "시원해서 좋은데" 하는 성성. 6개월 전부터 서로 얼굴만 봤지만, 이렇게 만난다. 소연은 의류점에서 이런저런 옷을 대보며 모델의 꿈을 키운다. 밤이 되면 성성은 서점 앞에 나와 책을 읽으며 밤하늘의 별을 본다. 소연의 그 옆에 와서 별을 보며 성성의 별자리 얘기를 듣는다. 그러나 소연의 변덕으로 더는 진전이 안 되는 둘의 사이다. 여기에 Mr 도(도깨비)가 나타난다. 연애해결사를 자처하며. 성성의 눈에만 보인다..

한국희곡 2024.12.18

유진월 '그들만의 전쟁'

은 제목이 암시하듯 베트남전이라는 대리전에 뛰어들어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두 제대 군인의 이야기를 담았다.작품이 특히 주목한 것은 고엽제 피해다.고엽제는 기형아 출산과 정신질환 유발 등으로 삶을 피폐화시키지만그 피해가 국내에 알려진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2000년 공연기준)미국, 호주, 뉴질랜드의 제대군인들은 고엽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2억4천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아냈으나 국내에서는 이제서야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작품은 장씨를 외적 상처로 고통받는 인물로,김씨는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는인물로 그린다.이중 김씨는 공포감과 환청으로 괴로워 하며 수전증과 대인공포증마저갖고 있어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다.그는 장씨만을 의지하며 살다가 끝내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장씨는 자신보다 가족..

한국희곡 2024.12.18

박승걸 각색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어느날 일곱난장이가 살고 있는 안개숲에 새엄마 왕비를 피해 온  백설공주가 찾아오게 된다. 일곱난장이 중 말을 못하는 막내 반달이는  첫눈에 반한 백설공주를 짝사랑하게 되고 목숨을 건 노력과 모험으로  새엄마 왕비에 의해 위기에 빠진 공주를 번번히 구해낸다. 날이 갈수록 공주를 사랑하는 반달이의 마음은 커져만 갔고,  또다시 왕비의 주술에 걸린 사과를 먹고 쓰러진 백설공주...  반달이는 또다시 새엄마 왕비의 저주를 풀기 위해 먼 이웃나라 왕자를 찾아  목숨을 건 여행을 떠나고, 갖은 고생 끝에 만나 데려온 왕자는 자신의 키스로 깨어난 백설공주에게 반해 청혼을 한다. 반달이는 공주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준비했던 아름다운 춤을 백설공주와 이웃나라의 왕자의 앞날을 축복하는 춤으로 바꾸어 춘다. 왕..

외국희곡 2024.12.17

그레이엄 그린 '석상을 조각하기'

신의 거대한 석상을 조각하려는 늙은 조각가는 무거운 마음으로 작업한다.  조각가의 재능을 증명하기에 미흡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그 조각상의 큰 발뿐이다. 사실, 그것만이 그가 만족스럽게 완성한 전부이다.  머리에 대한 작업은 일부 이루어졌지만, 조각가의 눈에 보이는 구상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아니. 모델이 없어서라 생각해 오래 찾아다닌다. 신성한 분노와 신성한 사면은 계속 서로 상쇄된다.  조각가에게는 민감한 10대인 아들이 있다. 아기 예수의 모델로 조각하다  커가는 통에 접어버린 작업. 그에게는 아내가 있었는데, 그녀는 실망스럽게도  애가 어릴 때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녀 역시 그에게 기억에 남는  마리아 상을 창조하도록 영감을 준 순결한 모델이었지만 잃었고, 그 계획도  무..

외국희곡 2024.12.17

정형진 '발칙한 녀석들'

'사고 다발 지역' 경고문이 선명한 경춘 국도변의 갓길, 마스크를 쓰고 교통 체증을 기다리는 두 사내. 호두과자, 오징어 따위를 파는 잡상인 장필과 두석이다. 몇 시간째를 오징어 한 마리 못 판 장필은 교통정체 구역을 잘못 짚은 두석에게 핀잔을 주고 두석은 간절히 기도하는데......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의견 충돌을 빚는 장필과 두석. 급기야 술취한 트럭 운전사를 죽이고 업친데 덮친 격으로 경찰관의 검문까지 받게 되는데......     이야기는 '사고 다발 지역' 경고문이 선명한 경춘 국도변의 갓길에서 마스크를 쓰고 교통 체증을 기다리는 두 사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 작품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물들의 군상을 보여주며 사회현상을 재치있게 극화한 작품이다. 상습 정체구간..

한국희곡 2024.12.17

자크 데미 뮤지컬 '쉘브르의 우산'

쉘브르에서 우산 가게를 하는 에믈리 부인의 딸 주느비에브는 자동차 정비공인 기이와 사랑하는 사이다. 그 둘은 서로의 미래를 약속하며 딸을 낳으면 이름을 "프랑수아즈"로 짓자고 한다. 그러나 에믈리 부인은 딸이 젊은 한때의 사랑에 휘둘려 자기처럼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둘의 결혼을 반대한다. 그러나 알제리 전쟁으로 기이는 군대 입대하게 되고, 기이는 주느비에브에게 2년만 기다려달라고 한다. 떠나기 하루 전날,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눈 뒤 훗날을 기약하며 이별한다.한편, 에믈리 부인 앞으로 거액의 세금 고지서가 날아오고,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에믈리 부인과 주느비에브는 목걸이를 팔러 보석상에 간다. 그러나 보석상 주인 뒤부흐는 목걸이를 사지 않겠다고 하는 와중에 보석상에는 롤랑 카잘이란 보석 상인이 있었고, ..

외국희곡 2024.12.16

뮤지컬 김추자 전

김추자가 선임하사로 있는 여군 특수부대 URG(unidentified ranger group).  각자 슬픔을 안고 이 곳에 지원 또는 차출되어 온 4인의 요원들.  그들 간에 갈등도 있지만, 선임이 앞장서 여자로선 힘든 군대 훈련을 열심히 받는다.신임 소대장 명준이 부임하며 추자와 명준 간에 묘한 기운이 흐른다.  그리고 남부지방 민주화 소요상태 진압명령이 떨어진다.  명령수행 도중 자괴감을 느끼던 추자와 팀원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술집에서 추자는 역시 탈영한 명준과 재회하며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튼다.  나라에 쿠데타가 인다. 중대장이 지휘하는 특수부대가 진압을 위해 몰려오고,  교전 중 김추자가 최후를 맞으며 팀원들은 명준의 고향이었던 제주도의  아름다운 추자도를 향해 빌딩에서 낙하를 감행한다.  ..

한국희곡 2024.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