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전쟁>은 제목이 암시하듯 베트남전이라는 대리전에 뛰어들어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두 제대 군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이 특히 주목한 것은 고엽제 피해다.
고엽제는 기형아 출산과 정신질환 유발 등으로 삶을 피폐화시키지만
그 피해가 국내에 알려진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2000년 공연기준)
미국, 호주, 뉴질랜드의 제대군인들은 고엽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억4천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아냈으나 국내에서는 이제서야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작품은 장씨를 외적 상처로 고통받는 인물로,
김씨는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는인물로 그린다.
이중 김씨는 공포감과 환청으로 괴로워 하며 수전증과 대인공포증마저
갖고 있어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다.
그는 장씨만을 의지하며 살다가 끝내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장씨는 자신보다 가족이 고엽제 후유증으로 파괴되는 삶을 산다.
딸은 기형아를 낳을 수 있다는 유전적 공포감 때문에 결혼하지 않은 채
가출하고, 아내는 그 딸을 찾아 집을 나간다.
<작가의 글> 유진월
96년 겨울 우연히 월남전 참전경력을 가진 장목수라는 허풍장이 남자를 만나게되었다. 그는 깡마르고 작은 체구에 무식하며 깡으로 사는 남자였는데 그 모든 결함을 매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도 되는 듯 과장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내곤 했다. 그에게서 원형재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 이야기를 모두 믿은 것은 아니었으나 흥미진진한 면이 있어서 그를 장씨라는 인물로 삼아 97년 봄 단막을 썼다. 98년 다시 장막으로 만들면서 월남전이 작품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전은 2차대전보다도 많은 폭약이 사용되어 인류최대의 파괴전쟁이라고 불리운다. 한국군은 64년부터 73년까지 32만명이 참전하여 미국 다음 가는 최대의 참전국이다. 미국 내에서도 반전운동이 치열했던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가지 못하는 자원자가 있을 정도로 참전의 열기가 뜨거웠다. 당시 북한과 대치 상황을 통한 반공의식의 고취가 표면적으로 젊은이들을 충동질했고 국가적으로는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였다. 베트남전의 숲은 전투를 어렵게 하는 악조건이었고 미군은 에이전트 오렌지 등의 고엽제를 사용해서 그 문제를 해결했다. 고엽제에 대한 작전권은 미군에 속한 것이었고 주로 비행기를 이용해서 광범위한 지역에 대량 살포되었다. 고엽제의 위험성이 알려짖지 않았기에 뿌려지는 액체를 비처럼 맞기도 하고 마시기도 했으며 가루인 경우에는 철모에 담아 비료처럼 뿌리기도 했다. 이들은 그들의 삶에 가져올 치명적인 위험은 예상하지 못했다. 마침내 전쟁이 끝나고 그들이 귀국한지 27년의 세월이 흘렀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의 제대 군인들은 고엽제 제조 회사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94년 1억 8천불을 받았으며 이자를 포함한 2억 4천불을 분배하였다. 그러나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한국등은 합의금을 받지 못하고 이제서야 소송을 준비중이다.
91년에 겨우 고엽제 피해가 국내에 처음 알려졌으나 보상은 극히 미비한 수준이다. 많은 참전용사들이 자기가 고엽제라는 사실을 모른 채 죽어갔고 가정은 파탄되었으며 특히 2세에까지 유전되어 고통의 삶을 살고 있다. 현재 고엽제 환자로 신고한 사람은 5천명 정도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 참전용사의 10% 정도가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있는 것을 보면 국내 환자도 약 3-4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고엽제는 피부병, 신체의 마비를 비롯해서 각종 암을 비롯한 거의 모든 병의 원인이 되며 기형아 출산이나 정신질환등으로 이어져서 삶을 피폐화시킨다. 고엽제의 성분인 다이옥신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악의 독성으로 알려져있다. 게다가 비무장지대에서까지 고엽제가 살포되었다는 최근의 보도는 더욱 심각한 고엽제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장막으로 개작되면서 이상과 같은 월남전과 특히 고엽제에 관한 엄청나 사실들을 알게되었다. 이렇게 끔찍한 일이 왜 한국사회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 내게는 의아했으나 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반문했다. 왜 그렇게 옛날 이야기를 하는가 고엽제는 너무 많이 이야기 되지 않았나, 월남전을 왜 21세기의 한국사회에 새삼스럽게 이야기 하는가 하고......
이 작품은 인생의 막다른 고비에 처한 젊은이들이 목슴을 걸고 돈을 벌기 위해 전장으로 나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개 그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나설 만큼 자기 생의 자리에서 위기에 처해있다. 물론 국가의 명령으로 간 사람들도 많지만 자원한 사람도 많고 어떤 경우든 모두 인간으로서의 한계상황에 놓인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다.
장씨와 김씨는 성격도 다르고 삶의 태도도 다르지만 전쟁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극심한 갈등을 겪고 그 틈바구니에서 목숨을 건진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귀국후 장씨는 주로 외적인 문제로 고통을 받게되고 김씨는 정신적인 후유증으로 고통받는다. 장씨의 딸은 자신에게도 아버지, 오빠와 같은 고엽제병의 유전적인 요소가 내재되어있으리라는 공포심 때문에 결혼에서 도피하고, 그의 아내는 이 모든상황에 대해 비관하고 가출한 딸을 찾아 역시 집을 나선다. 김씨는 정신적 고통으로 공포감과 환청에 시달리고 수전증과 대인공포증으로 사회생활에 적응을 못하게 된다. 하지만 장씨와 김씨는 여기서 주저앉지 않고 언젠가는 오리라는 희망의 날을 위하여 서로를 위로하면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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