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왕자, 공주, 마법사, 용, 항해, 감옥, 저주 등등… 까마귀는 동화적 판타지의 전형이지만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중세 최대의 연애 담인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기초한 이 작품은 최고 권력자인 형과 그의 동생 사이의 일그러진 형제애, 한 여자를 둘러싼 욕망과 질투, 그리고 불륜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드라마 속에서 캐릭터들은 환상과 현실, 무의식과 의식 사이를 넘나든다. 이것은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 인생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내적 여행이다. 까마귀의 모든 등장인물은 욕망과 제도와 가치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따라서 모든 무대 효과는 외형적 스펙터클이 아니라 심리적 스펙터클을 지향한다. 프라톰브로소의 왕 밀로는 사냥 중에 까마귀 한 마리를 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