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8 3

카릴 처칠 '탑 걸스'

제목이 상당히 반어적인 「Top Girls」는 처칠의 작품 중 모든 등장인물이 전부 여성인 유일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초현실적 저녁만찬으로 시작된다. 이는 「Top Girls」 직업소개소의 여자 직원이었던 말린이 이사로 진급하면서, 이를 축하하기 위해서 여는 만찬이다. 이 만찬에 역사에 등장하는 '여성 유명 인사들을 여러 명 초대한다. 이들이 말린의 파티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에 그들이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던 지위를 말린이 현재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 등장인물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남성들을 위해 사회에서 마련한 역할들을 해냄으로써 명성을 얻게 되는 그룹과 가부장적 문화가 요구하는 이상적 여성상을 생활 속에서 실천함 으로써 그들의 존재가치를 얻..

외국희곡 2023.12.28

윤미희 '물고기 뱃속'

어느 여름날, 비 내리는 부둣가에서 복자와 유나는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의 대화는 처음부터 삐걱거리긴 하지만 어떻게 또 흘러간다. 배를 탈까 말까 끝까지 망설이는 복자는 유나와 함께 배에 타게 되면서 둘은 서로의 여행 메이트가 된다. 배 위에서 복자는 유나에게 자신이 받은 편지를 소리 내어 읽어줄 것을 부탁한다. 유나는 편지 내용을 본 후 거절하지만 복자의 거듭된 부탁에 결국 편지를 읽는다. 편지는 복자의 딸이 복자에게 준 것으로, 복자를 원망하는 내용이다. 복자는 유나가 편지를 다 읽은 후, 편지를 찢어 바다에 버린다. 복자는 자신의 고민을 꺼내놓은 후, 유나에게도 고민을 이야기하라고 한다. 유나는 이신(이중임신)한 상태이다. 비슷한 시기에 두 남자와 잔 것이다. 복자는 순간 유나를 비난하고 유나는 그..

한국희곡 2023.12.28

아돌 후가드, '마스터 해롤드'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해롤드 주인님... 그리고 소년" 정도로 번역될듯 한데... 무릇 남아공의 이 아돌 후가드 작품들을 보면 당시 그나라의 심각한 흑백 인종 차별을 모르고는 작품에 빠져들기가 어려울 듯 하다. 이 작품이 한국 초연된 때도 1980년대 초반인지라 그런 흑백 갈등이 심화된 때이고 당시 한국 사회상과 맞물려 많은 동질감을 가지고 접했지만 90년대 흑인 정권 수립이후 많은 정책의 변화가 이뤄져 요즘의 젊은이들은 단지 피상적으로 들었거나 했기에 작품을 이해하기에 미흡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50년대이다. 인구의 90%가 흑인이면서 10% 백인의 우월정책과 신분적 제약으로 거의 하인급의 생활로 연명했던 당시의 얘기가 이 작품의 배경이다. 다방겸 바인 무대에 2명의 하인이 ..

외국희곡 2023.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