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 65

이예찬 '유나바머와 거인'

몬태나 주 링컨, 이동식 오두막에서 폭탄을 제조하는 ‘테드’. 그의 동생 ‘데니스’는 테드를 시카고로 데려오고 싶어 하지만, 데니스의 아내 ‘라라’는 테드의 정신 상태를 의심한다. 테드는 결국 새로운 폭탄 제조에 성공하고 테러를 결심하는데…. 신문에 자신의 평소 인간과 기술에 대한 소신을 실어주는 조건으로 폭탄테러를 중지한다는 제의가 받아들여져 신문에 기사화 되고 그 후, 동생 데니스의 신고로 구속되기에 이른다. 그는 정신이상의 소견으로 무기징역을 살다가 암으로 죽었는데, 2045년에 다시 깨어난다. 유나바머가 죽은 후, 지금부터 몇 십 년 후, 그의 뇌를 스캔해 저장해둔 상태. 인류는 시시때때로 이미 죽은 시신과 별개로 스캔한 천재 유나바머의 뇌를 호출하고, 여기에 이미 떠둔 그의 영상, 즉 홀로그램에..

한국희곡 2023.10.22

미야모토 겐 '아름다운 자들의 전설'

우리에겐 식민지로 기억되는 다이쇼 시대(1912~1926). 그러나 이 시기는 일본 근대사에서 빛나는 청춘시대로 비유되곤 한다. 일본제국 헌법이 공포되고 일간신문이 100만부 이상 발행되었으며, 최초로 자동차가 등장하는 등 정치와 문화의 전성기였다. 도로와 교통기관이 근대적으로 정비되면서 도쿄, 오사카, 고베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피어난 대중문화가 전국으로 파급되기 시작했으며, 마쓰이 스마코의 를 시작으로 대중가요가 탄생했고, 노나 가부키, 분라쿠, 신파극과 신국극 등 일본의 전통연극에 서양연극을 도입한 신극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쇼와 시대 예능계 발전의 기초가 되는 배우, 가수 등의 새로운 직업군도 탄생했다. 하지만 도시문화의 그늘인 슬럼가가 형성되었으며, 민중 소요가 자주 발생했고, 노동조합과 소..

외국희곡 2023.10.22

백연희 '복날은 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상은 지겹거나,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한 사람들은 일상속에서 어떻게 현실을 버텨 나가는 힘을 찾고 사는가? 우리는 현실에 직면한 도시속의 현대인, 전형적인 30대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꿈꾸는 일상에서의 자유의 정체를 담백하고 유쾌하게 드러낸다. 이 작품의 주인공 안대찬은 30대 초반의 보험회사 영업사원이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들을 꿈으로써 잊으려 하지만, 결국 꿈은 현실의 또다른 반추일 뿐이다. 작품은 주인공 안대찬이 어느 찌는 듯한 복날 하루 동안에 꾼 6개의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첫번째 꿈은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안대찬의 인생 파노라마이다. 안대찬이 겪었던 인생의 희로애락이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빠르고 경쾌하게..

한국희곡 2023.10.22

김정숙 'made in Japan' (부제) '배정자를 아시나요'

배정자를 기억하는 사람라면 배정자라는 이름 앞에 요화라거나 매국노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훨씬 더 배정자를 떠올리는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아직 친일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보면 배정자보다 더 친일적인 행위를 한 자들이 몸 빠른 변신으로 해방정국의 공신이 되어 오늘날까지 사회의 요직에 있으므로 우리의 올바른 역사관을 흐리게 하고 있다. 흔히 아는 대로 배정자는 우리나라의 여인 분남이로 태어나 역적의 딸로서 아비의 벌을 받아 노비가 되고 그 어미가 밥이나 먹고 살라고 관기를 만들었으며 남자들의 노리개로 살아야 하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저항한 조선의 여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중이 되거나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이 되어서도 남자 중들의 성적 희롱의..

한국희곡 2023.10.21

쟈크 로베르 '핑크 빛 죽음'

프랑스 작가 쟈크 로베르가 1975년에 쓴 작품으로 코미디 스릴러 계열의 작품이다.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상영된 작품이다.원제 Quelqu'un derrière la porte(문 뒤에 누군가)이다.   프랑스 어느 항구 근처에 위치한 루이스의 집을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진다. 소설작가인 루이스는 어느 날 밤 문을 두드리는 한 사내를 집에 들여서도움을 주고 그의 상태를 보니 자신의 이름, 직업, 거주지 등 모든 걸 잊은 상태이라, 루이스는 이 사내를 도와주기로 한다. 사내는 배를 타고 어디선가 온 듯한데, 머리에 혹이 있고 아픈 것으로 보아누군가에게 머리를 맞거나 떨어져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으로 생각한다. 아무튼 좋은 소설 소재가 될 것도 같고. 그런데 이 사내의 레인코트에 장전된 총이 들어있어 총알을..

외국희곡 2023.10.21

최교익 '캘리포니아'

는 밑바닥 삶의 창녀와 건달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무대에 막이 오르면 남자 주인공들의 현란한 격투와 여주인공들의 관능미 넘치는 의상의 폴댄스가 시작, 사창가의 삶을 생생히 묘사한다. 실제 국립극장의 대관심의에서 난항을 겪었을 만큼 소재 및 표현 방식이 선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들이 극에 담긴다. 캘리포니아는 죽고 죽이는 조직의 세계, 몸을 파는 창녀들의 이상향을 의미한다. 조직세계는 먼저 죽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도망간 창녀의 아들 건우는 조직을 배신한 형님을 처단하려하지만 용기가 없어 돌려보내려한다. 그때, 야심 많은 강도식이 등장하여 형님을 살해한다. 순수한 백치미창녀 가희의 이야기에 재미있어하는 건우. 건우는 가희의 이상적 낙원인 캘리포니아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그녀에게 빠져들고 둘은 ..

한국희곡 2023.10.20

김미리 '역할 없는 사람들'

"다 이해하는 척, 다 아는 척하지만 자기만 이해하고 자기만 알잖아, 엄마는." 엄마 '해은'이 오랜 친구 '원영'과 만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서우'. 서우는 '학준'과의 만남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처음의 확신은 흔들린다. 해은과 원영 역시 헤어짐을 결심한다. 관계의 끝에서 다시 만난 네 사람.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마주한다. 우린 늘 주인공이란 생각 속에 살고 있다. 역할에 대한 기대도, 부담도 크다. 역할이 없는 인생은 '루저'에 다름 아니다. 현실은 막상 그렇지 못하다. '역할 없는 사람들'이기에 역할에 목마르다. 부재와 갈구는 동전의 양면이다. 하지만 역할 없는 삶이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더라도 막장드라마에 가깝게 보인다. 의 인물들이 막장드라마 주인공의 조건을 갖춘 것처럼..

한국희곡 2023.10.20

미하엘 엔데 '모모'

모모의 이야기는 동화 답게 시작한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사람들이 모이던 광장이 있었다. 둥근 모양의 원형극장들은 그 옛날에 다양한 크기로 이 세계에 존재했었다.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 연극을 관람하기도 하고 연설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렇게 원형극장들은 사라져가고 남아있는 것들은 유적지이자 관광지로의 명성만 남게 되었다. 모모의 이야기는 이 사라져 간 원형극장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작고 메마른 소녀인 모모는 작은 원형극장에 나타나 그곳에서 자기의 삶을 살아간다. 모모는 아주 작고 지저분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모모의 재주는 바로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능력이었다. 모두들 모모 앞에서..

외국희곡 2023.10.19

동이향 '몽타주 엘리베이터'

은밀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공간, 엘리베이터. 혹 그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을 벌이는지 궁금하다면? ‘몽타주 엘리베이터’(동이향 작)은 저속하지 않은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단순히 엿보는 것이 아닌 인생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엘리베이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객석을 향해 ‘오픈’돼 있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내부. 제목처럼 수많은 인간 군상이 합쳐졌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사람을 실어 나르는 두레박”인 엘리베이터는 그 공간을 차지하는 사람들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변화한다. 연인이 맺어지는 사랑의 장소에서 억눌렸던 욕망이 폭력적으로 분출되는 공간이 되기도 하며, 지친 회사원에게 철퍼덕 앉을 수 있는 휴식처가 됐다가 망자의 관이 실려..

한국희곡 2023.10.19

프리드리히 실러 '빌헬름 텔

프리드리히 실러의 5막으로 된 희곡 〈빌헬름 텔〉은 스위스의 발트슈테텐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 - 예를 들면 삭소 그라마타쿠스의 '게스타 다노룸' - 과 '티드렉의 전설'에 나오는 사과 쏘기 전설을 그 소재로 하여 쓰여 진 작품으로 많은 역사적 의문을 내포하면서도 스위스의 독특한 민속극으로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빌헬름 텔〉은 1804년 3월 17일 바이마르의 궁정극장에서 처음으로 상연되었는데, 오스트리아의 포악한 압제적 통치에 항거하여 독립운동을 꾀하는 발트슈테텐의 3주(州}의 주민들과 주인공 텔의 긴장관계 속에서 전개되는 자유를 위한 투쟁의 이야기다. 실러는 주인공 텔을 선두로 스위스의 자유민들이 총독 관의 폭력에 맞서 어떠한 희생을 치르며 어떻게 대항하고 있는가를 잘 묘사해줌으로써 자신의 최고개념..

외국희곡 2023.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