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 65

박재서 '운수대통, 만사형통'

사내의 현직은 고물장사이다. 어느 날 사내는 고물을 정리하다가 저마다의 고물들에 얽힌 사연들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상상에 빠져든다. 처음에는 자신이 연기자가 되어 관객들을 모아 놓고 굿한판을 신명 나게 벌이며 사람들의 운수대통을 빌어준다고 한다. 비나리를 비롯해서 타령. 대중음악. 여러가지 노래를 하며 여흥을 돋은 후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상과 부부상. 또한 경제· 정치· 윤리, 도덕, 종교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좌충우돌하며 기염을 토하는데 마침 고물수집에서 돌아온 마누라는 그 모양을 보고 발길로 힘껏 걷어찬다. 아뿔사! 일장춘몽이었던 것이다. 번쩍이던 물건들을 모두 다시 고물로 변하여 얌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고 허황되게 우쭐대었던 자신은 다시 본래의 고물 장사이고… 한 시대의 정치·경제·..

한국희곡 2023.10.18

조은주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전업 작가인 ‘지수’는 소외된 존재들의 고통을 진정성 있게 그려 세상에 빛과 희망이 되는 작품을 완성하려 애쓰지만, 정작 그녀의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소외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인 방임아동, 자립준비청년, 길고양이가 냉혹한 세계와 마주한 어려움을 이겨 내고 희망찬 미래를 그려내는 동안, 그녀의 주변에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은 차가운 현실을 견뎌내지 못하고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작품은 이 사회의 소외된 존재에 대한 진정한 인식을 일깨우기 위해 기획되었다. 작품의 주인공인 작가 ‘지수’는 자신의 소설을 통해 소외된 존재에 대한 진심을 호소하지만, 정작 그녀의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소외에 대해서는 끝까지 알지 못한다. 이처럼 작품을 통해 소외된 자들의 고통과 세..

한국희곡 2023.10.18

이주영 '노인과 도배쟁이'

대기업에 입사, 착실하게 엘리트코스를 밟고 있던 창수는 어느날 갑자기 명예퇴직 당해 거리를 배회한다. 그러다 공원에서 노인을 만난다. 노인은 꼬치꼬치 캐묻고 인생상담을 해주며 빨리 취직을 하라고 격려한다. 승진, 돈, 출세등 이기적이었던 과거생활을 떨치고 도배쟁이로 돈은 예전만큼 못하지만 마음 편한 삶을 꾸린다. 그리고 이 노인이 생각나 다시 그 공원 벤치를 찾는다. 그리고 노인을 만나 도배쟁이로 일을 하느라 못찾아 뵙다 하고 국밥집에가서 저녁 겸 술을 산다. 노인은 친구 얘기로 시작한 자기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은 얘기를 하다가 오열한다. 자식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연락도 안하고 집까지 팔고 간 것이다. 그후 이 노인은 벤치를 전전하며 거의 노숙생활을 했던 것이다. ‘노인과 도배쟁이’는 최근 사회문제..

한국희곡 2023.10.17

스탕달 원작 소설 차범석 각색 '적과 흑'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지적인 신학생 줄리앙 소렐은 평민의 신분에서 벗어나길 갈망한다.그의 위대한 귀감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처럼 전장에서의 활약을 통해 출세하는것은 불가능한 시대였기에 그는 차선책을 찾아내었는데,신학교에 들어가우수한 성적으로 공부해 바로 상류층과 귀부인들에게 접근하여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시골도시 베리에르 시장 집의 가정교사로들어간 후 시장의 아내인 레날 부인을 유혹하고 그녀를 굴복시킨다.그후 레날 부인과의 염문설이 퍼지자 줄리앙은 가정교사를 그만두고신학교로 도피하여 라틴어 실력을 인정받아 늙은 대주교의 흠모를 받는성직자가 되었는데, 순전히 출세를 위한 발판이었다.    결국 그는 파리 권력의 중심인 라몰 후작의 개인 비서가 되고 그의 반항적이면서 자존심 강한 딸 마틸드를..

외국희곡 2023.10.17

이근삼 '제18 공화국'

이근삼의 ‘제18공화국’은 유신정권 시절,권력의 부도덕성과 독선을 풍자했다. 쿠데타로 점철된 어느 가상 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이 연극은 이합 집산의 정당들,잦은 국민투표,국회의원과 장관직을 겸하면서 온갖 감투를 쓰고 있는 정치꾼들을 질타한다.최고 권력자 ‘대비마마’가 원시국에서 온 호랑이 울음소리를 듣고 잃어버렸던 자연에 향수를 느끼고 망명하자,다시 19번째 쿠데타가 일어나 정권이 바뀌는 것으로 극이 끝난다. 쥐람다 관광장관은 제 18공화국이 플라톤의 유토피아를 능가하는 국가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사실 제 18공화국은 사소한 것 하나 하나까지 늘 투표로 결정하고 같은 말을 번복하기 일쑤인 사람들이 모인 국가이다. 어느 날 꼬랑꽁 국의 까마부부 대통령이 선물인 백호마마를 데리고 제 18공화국을 찾아온다. ..

한국희곡 2023.10.16

마이클 온다치 '잉글리시 페이션트'

2018년 7월,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 50주년을 기념하여 수상작들 중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는 '황금 맨부커상(The Golden Man Booker Prize)'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그것은 바로 1992년 '맨부커상'(당시 '부커상')을 수상했던 마이클 온다치의 이다. 안소니 밍겔라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던 이 작품은 제69회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감독상 등 9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을 배경으로 심한 화상으로 죽어가는 영국인 환자, 그를 돌보는 간호사 해나, 연합군 스파이로 활동했던 도둑 카라바지오, 영국 군대에서 폭탄처리 전문가로 일하는 공병 킵이 모여 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국인 환자는 아름답지만 ..

좋아하는 소설 2023.10.15

안성희 '인간파괴'

주인공인 오토바이 레이서 이시주는 스피드를 알고 믿으며 철저하게 전생을 스피드에 의존하는 사람이었다. 관료 집안인 식구들의 반대도 무릎 쓰고 오랫동안 그는 오토바이 레이서에서 우승한 레이서의 왕자로서, 영웅으로서 생활에 만족하던 선수였다. 그러한 그에게 패배의 날이 왔던 것이다. 스피드를 만끽하며 예전과 같은 오토바이 레이스에 참가한 그는 골인라인을 눈앞에 두고 큰 사고를 당한다. 결국 스피드는 자기에게만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에겐 너무도 큰 시련이었기에 오늘의 현실을 슬퍼한다. 그리고 그는 믿었던 스피드(기계문명)에 반대견해를 갖게 된다. 현대문명의 시초는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잡고 있지만 그것 자체가 중세의 가족과 자연의 힘에 의존하던 스피드가 기계화하여 더욱 ..

한국희곡 2023.10.15

마이클 브릴 '가면 속의 미녀와 야수'

한 상인이 있었다. 그에게는 세 딸이 있었는데 그중 막내딸이 가장 아름답고 착했다. 상인은 어느 날 길을 떠나는데 두 언니들 은 값비싼 선물을 사달라고 조르지만 막내는 장미 한 송이만을 부탁한다.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아버지는 폭풍 속에 길을 잃고 야수의 성으로 들어가게 된다. 막내딸의 부탁을 떠올린 아버지는 정원에서 장미를 꺾어 야수의 분노를 산다. 야수는 상인에게 목숨을 내놓거나 아니면 딸들 가운데 한 명을 자신에게 보내라고 요구한다. 아버지를 대신해 마법의 성에 온 미녀는 성의 안주인으로 살게 되고 점차 야수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걱정돼 며칠만이라도 집에 다녀오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집에 돌아온 미녀는 두 언니들의 꾐에 빠져 약속한 날짜를 어기게 되고 결국 ..

외국희곡 2023.10.15

황수아 '마지막 포에티카'

“여보, 잘 있어요. 난 포에티카로 가요.” 라는 쪽지를 남기고 훌쩍 떠나버린 아내를 쫓아 포에티카로 떠나려는 남자가 있다. 그는 시인이다. 시인이 포에티카로 떠나려는 이유는 아내가 그곳으로 갔기 때문이다. 아내를 뒤따라 포에티카로 가는 것은 자신에게 내리는 벌이기도 하다. 그러나 포에티카 행 열차는 태풍 출몰지역인 뢴트겐에서 운행을 멈춘다. 고군분투하며 암표를 구하는 사이 시인은 조금씩 아내와 자신의 관계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를 쓰고 모든 걸 버리고 포에티카에 도착해서 아내를 만난다. 그 과정에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승무원, 주인, 고아, 약장수, 이민자, 남자, 여인, 노인, 승객이 그들이다. 이들을 만나면서, 그들과의 대화로 시인은 초조하고 불편한 마음에서 한결 여유롭고 차분한 모습으..

한국희곡 2023.10.14

슈테판 안드레스 '우리는 유토피아'

슈테판 안드레스라는 독일 작가를 아시나요? 노벨문학상을 지명됐지만 2차세계대전으로 수상을 못한 불운한 작가로만 알려진 소설가로 한국에도 거의 소개되지 않은 작가이다. (1968년, 세계문학전집에 달랑 한편 “우리는 유토피아”만 소개됨) 아마도 노벨상을 수상했다면 우리의 독서행태로 봐서 어느 수준의 판매량과 꽤 박식한 평론가, 문학박사들이 호평을 늘어 놓고, 또 그의 작품 대다수가 번역되어 팔리는 호사를 누렸겠지만 불행하게도 한국인 대부분 기억 못하고 네이버나 구글에도 달랑 몇 줄 정도 소개되는데 그친다. 그래서 여기저기 자료를 찾고 외국사이트도 돌아다니며 주워 모은 내용을 이 블로그에 올립니다. 또 이 중편소설을 문서룡씨가 번역 각색하여 1986년 극단 광대에서 공연하였다. 작가 슈테판 안드레스(Stef..

외국희곡 2023.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