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비와 여산부인은 슬하에 일곱 아들을 두고 남선 고을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다. 아버지 남선비는 관념에 사로 잡혀 체면치레와
이상을 중시하며, 어머니 여산부인은 생활력이 강하나
가장을 으뜸으로 아는 순종적 여성이다.
가난한 이들의 집에 어느 날 전상아재가 찾아와
남선비에게 무곡장사 가기를 권하고, 일곱 아들이 만들어준
배를 타고 남선비는 신비의 섬 오동국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노일저대 여인의 계략에 빠져 가진 돈을 탕진하고 눈이 먼다.
한편 여산 부인은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가던 중,
막내 녹디생이의 지혜로 차츰 곳간을 불리게 되고
3년이 지나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남편을 찾아 오동국으로 떠난다.
노일저대는 여산부인을 환대하며 함께 목욕을 가기를 권한 후
주천강 연못물에 빠뜨려 죽인다.
이후 노일저대는 변신술로 여산부인인 척 남선비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고, 눈치가 빠른 녹디생이가 노일저대의 존재를 눈치 챈다.
이에 노일저대는 일곱 아들을 죽이려 남선비에게
아들의 간 7 개를 빼달라 하고, 죽은 줄 알았던 여산부인이 살아 돌아와
녹디생이와 함께 곤경에 빠진 아들들을 구한다.
정체가 탄로 난 노일저대는 측간으로 달아나
목을 매어 측간신이 되고,
남선비는 정낭에 걸려 넘어져 죽은 후 정주목 정살지신이,
윗 여섯 아들은 오방 토신과 뒷문신이 된다.
연못에 빠졌던 어머니 여산부인은 춥지 않게 불을 쬐도록 조왕신이,
막내 아들 녹디생이는 앞문을 지키는 문전신이 된다.
<오버더떼창: 문전본풀이>는 판소리 합창을 통해 들려주는 제주도 신화이다.
원작 <문전본풀이>는 집의 부엌, 변소, 올레 또는 오방의 토신과
문전신의 내력을 설명하는 신화로, 문전신과 조왕신 이 강조되어 있다.
원작은 처첩갈등을 다룬 계모담적 성격이며, 부성부재(父性不在)의 모습도
나타난다. 또한 죽은 어미를 실제적 주인공인 막내아들 녹디생이가 구원하고
조왕신으로 모시는 결말이다.
이 이야기 안에서 우리는 신화를 창조한 집단의 집 공간에 대한 인식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오버더떼창: 문전본풀이>에서는 아버지 남선비와 악인형 인물인 노일저대의 인물 특징을 추가하여 개연성을 높이고, 제주도 가옥 문화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정주목'과 '정낭'을 적극적으로 끌어와 활용했다. 또한 '전상아재'라는 인물을 새로이 삽입하고, 여산부인이 죽지 않고 살아나 직접 집으로 돌아오는 내용으로 각색되었으며, 동일한 바람을 가진 어머니와 막내아들의 모습을 통해 '가족 소통의 부재'라는 주제의식을 명확히 하고자 하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고 경쾌하다. 신화적 분위기(혹은 판타지적인 느낌)가 자칫 사실적인 연출, 혹은 너무 무거운 분위기로 표현되지 않도록 일정한 양식을 갖추어야 한다. 미니멀한 무대는 이야 기하는 공간으로서 기능하고, 극의 사실적 그림을 재연하지 않는다. 이 극은 기본적으로 소리꾼 한 명이 1인 3역 판소리 양식으로 연기하며 판소리의 '이야기성'에 집중한다. 다른 5인의 소리꾼은 이야기를 들으며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이거나 입장을 취하는 앙상블의 역할이다. 또한 판소리 합창을 노래하며 양식적인 안무, 혹은 연기로 다른 인물이 되기도 하는데 이 인물은 고정되어 있지 않 . 5인 중 1인은 일곱째 아들 녹디생이의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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