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민수는 무명 여배우였던 멋쟁이 외할머니가
자신을 키워준 유일한 가족이다.
민수의 삶은 외할머니의 죽음으로 완전 뒤바뀌는데,
풍족한 줄 알았던 외할머니가 모두 빚으로 생활해 왔던 것을 알게 되고
할머니의 죽음 후 남은 것은 빚쟁이들의 독촉뿐,
빚 대신 살던 집을 넘겨주고 민수는 고시 원에 입소한다.
앞날이 막막하기만 한 민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데
여기서도 쓰레기 같은 손님들, 깐깐한 사장과 씨름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민수는 취업 인터뷰에서 매번 낙방하며 배경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들어간 인터넷 퀴즈방에서 민수는 두각을 나타내고
금방 그 안에 빠져든다. 그리고 퀴즈방 안에서 만난 "벽 속의 요정"이라는
아이디의 지원과 교감을 하며 서로 호감을 갖게 된다.
한편 민수를 지켜보던 묘령의 남자 이춘성은 민수에게
"퀴즈만 잘 풀면 부와 명예가 주어지는 회사"가 있다며
명함을 내미나 민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민수는 지원과의 교감 후 서로를 향한 마음이 커져간다.
데이트 비용이 없던 민수는 고시원 옆방 처녀 수희에게
돈을 빌리면서까지 지원과의 만남을 지속하고,
지원과 민수가 사랑을 꽃피우는 동안 수희는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편의점에서 실수를 범하고 사장과 크게 다툰 후 편의점을 그만두고
설 상가상으로 고시원에서도 밀린 방세로 인해 쫓겨나게 되는 민수는
수희가 자살했다는 소식에 엄청난 충격을 겪는다.
자괴감과 갈 곳 없고 돈도 없는 처지의 한심함이 극에 달하는 민수.
혼란스러워 하던 민수는 주머니 속 이춘성의 명함을 발견하고
그에게 전화한다. 이춘성을 따라 들어오게 된 퀴즈 회사,
과연 민수의 앞날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민수의 선택은 현명한 것이었을까?....
김영하의 소설 <퀴즈쇼>는 1인칭 화자를 통한 주인공의 은밀한 생각과 상념들만으로 빈틈없이 구성되어 있다. 한없이 자신의 내면을 파고드는 이 작품을 춤과 노래가 있는 뮤지컬로 만든다는 것에 대해 소설을 탐독한 이라면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뮤지컬을 기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민수'라는 주인공이 가진 한 시대 인물로의 대표성과 시의성 때문이다. 민수는 바로 2009년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다. 1980년대에 출생하여 컬러TV로 프로야구를 보고 서태지에 열광하며 성장했고,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연애를 하기도 한 2002년에는 붉은 악마가 되어 전세계를 놀라게 하고 외국인을 만나서도 주눅들지 않는 우리시대의 당당한 20대.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최고의 스펙을 갖추고도 캥거루 족, 88만원 세대라는 오명을 쓰고 비정규직으로 또 백수로 하루하루 를 살아야 하는 날개 잃은 수퍼맨이기도 하다. 민수가 대표하는 오늘날의 20대가 질문을 한다. 그들의 눈에 비친 비상식적인 한국 사회와 오늘날 젊은이의 불안한 미래에 대해, 그리고 정답을 알 수 없는 우리 인생에 대해, 이 작품은 젊은이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그 '성장'은 단순히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즉 사회에 안정적으로 편입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청춘(靑春), 그것도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청춘의 본질을 '퀴즈'에서 찾고 있다.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과정 '퀴즈'를 통해, 갑자기 세상과 맞닥뜨리게 된 청춘이 어떻게 스스로의 세계를 구축하고 진정한 어른이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영하가 성장소설을 썼다는 해설처럼, 이태백, 삼포세대로 대표되는 청춘들을 위한 성장소설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지하세계의 퀴즈대회같은 현실성 적은 설정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초반부의 디테일에 비하면 일종의 판타지가 충족된 결말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민수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일하는 곳인 서점의 주인장도 예전 자신을 쉽게 멸시하던 편의점주처럼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끼지면서도, 더 이상 헛된 꿈을 쫒지 않고 고서점에서 일하는 현재의 자기 자신에 만족하는 정신적 성숙을 이루는 성장물로서 마무리된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정웅 '대지의 딸들' (1) | 2024.05.17 |
---|---|
진주 '열녀를 위한 장례식' (2) | 2024.05.17 |
이중세 '만조' (1) | 2024.05.16 |
이태원 소설, 안종관 각색 '객사(客舍)' (6) | 2024.05.15 |
하근찬 '수난이대' (1) | 2024.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