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한아름 '릴레이'

clint 2024. 2. 26. 17:32

 

 

 

대학 산악반 동아리 친구들인 민철과 혜진

그리고 진한과 후배 현호

혜진은 무엇 때문인지 다니던 연구소를

그만두고 집에서 은신하며 번역 일을 하고 있다.

그런 혜진에게 국과수 팀장인 선배 민철과

이웃집 남자 동혁은 유일한 말상대이다.

민철은 현재 혜진의 애인으로 한 달 째 관내에서 벌어진

연쇄강간살인사건을 조사 중이지만 뚜렷한 단서 없이

또다시 3차 사건이 터지고 만다.

민철이 사건에 매진하는 동안, 진한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귀국한 현호가 나타나며 혜진은 극도로 예민해지기 시작하고,

동혁은 사이사이 혜진을 노리며 그 속을 드러낸다.

혜진의 생일날, 현호와 혜진이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 민철의 분노는 폭발하고

그렇게 세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그 시간, 범행을 결심한 동혁이

이 상황을 비집고 들어오게 되는데....

한 여자를 둘러싼 민철과 현호

그리고 동혁의 애증과 애욕... 그리고 죽은 진한.

대체 혜진과 이들의 사이에는 무슨 비밀이 있었던 걸까.

끝나지 않는 연쇄강간 살인사건

그리고 시간이 흘러 혜진이 그 날을 회상하는데.....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모두 혼란스럽기만 하다.

 

 

 

 <릴레이> 21세기인 지금, 변해버린 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한 여자를 둘러싼 친구들의 애증과 애욕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으로 여자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 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 강간을 당해도 그건 전적으로 여자의 잘못이다. 형사, 변호사, 검사 모두 남자다. 그들은 대부분 거칠다. 남자들의 생각처럼 저항하면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건 결코 여자의 잘못이 아니다. 세상은 변했다. 물론 성()도 변했다. 모든 엄마들은 딸이 처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나 그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연출 서재형과 작가 한아름은 변해가는 성문화에 대해 입을 벌리기로 했다. 그곳에서 언제나 약자는 여자다. 연극 <릴레이>를 만들기 위해 경찰서에서 심문한 자료를 찾고 사람들의 증언을 들었다. 성폭행을 당한 여자 어린이의 30% 이상이 친 부에 의해서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건 사실이다. 성폭행은 대부분 친부, 양아버지, 친척, 남자친구 등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저 일어난다. 그래서 여자들은 두렵다. 낯선 남자와 동승한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막다른 골목길에 뒤따라오는 발자국 소리도 초조하다. 더욱이 가까운 친척이나 남자인 친구와 단 둘이 있는 것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작가의 글 - 한아름

<죽도록 달린다> <왕세자 실종사건> 그리고 <릴레이>.... 이쯤 되고 보니, 제가 작품을 썼다는 생각을 통째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작품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작품이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언젠가 무대에 올려질 작품들이 현재의 나를 그리고 우리를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극의 신()<릴레이>를 통해 우리를 이곳에 모이게 했습니다. 늘 든든한 작업자인 서새형 연출과 우직한 스텝들 그리고 재능 있는 6명의 배우들. 이번 〈릴레이〉는 배우들의 힘이 절실했습니다. 작가로서 <죽도록 달린다>가 개인적으로 공부한 것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검증 받는 계기였다면, <왕세자 실종사건>은 제 나름의 극작법을 고민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 <릴레이>는 서른을 맞이하며 제 속에 쌓아둔 무언가를 끌어내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의 두 작품에 비해 전적으로 배우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로 의견을 나누며 많은 것을 찾아내려 노력했습니다. 배우들의 열기가 넘쳐났던 연습실 풍경은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매일 집으로 가는 길, 하늘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이 열정과 노력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번 겨울은 연습 내내 서로의 온기와 열정에 기대라고 유난히 추웠던 것 같습니다. <릴레이>의 맏이로 팀을 이끌어주신 김은석 선배님. 외유내강을 보여주시며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주신 이지하 선배님. 당신들을 빌려, 당신들을 통해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 작가로써 얼마나 행운인지 모릅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아롱 '괴짜노인 하삼선'  (1) 2024.02.29
박벤수 '무대의 꿈'  (1) 2024.02.27
윤기호 '덴빈'  (2) 2024.02.25
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  (1) 2024.02.24
선욱현 '화평시장 CCTV'  (1) 202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