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어령작, 김의경 각색 '무익조'

clint 2023. 12. 25. 19:42

 

 

이어령 선생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제목은 날개가 없는 새, 키위(KIWI)의 우리말로

공군 내에서 조종사가 아닌 지상 근무 조를 뜻하기도 한다.

작품 속에서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피해 도망간 비겁자를 지칭하며

간에 대한 모멸의 호칭으로 쓰인다.
6.25 전쟁 당시 공군으로 근무하며 전쟁터를 누비던 주인공 박준과

포화를 피해 미국으로 떠났던 그의 친구 김 박사의 만남을 그린다.

작품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 앞에서 명예를 위해 살아가던 사람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다룬다.

 

 

 

 


나에게 날개는 있는가? - 원작 李御寧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廣場'은 現代人의 病院이라고. 붕대나 머큐럼으로 바를 수 있는 傷處라면 별로 대수로울 것이 없겠다. 그러나 現代人들은 눈으로 볼 수 없고 청진기로 식별할 수 없는 하나의 상처 하나의 질환을 앓고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知覺할 수 없다는 데 더욱 그 悲劇이 있다. '演劇'은 비로소 그것을 우리 앞에 보여준다. 內面에 잠재해있는 그 不可知의 病을 發見케 하고 또 그것을 치유한다. 나의 作品, 「無翼鳥」의 경우만 해도 그렇게 되기를 希望한다. 날개를 잃어버린 現代人이지만 그것을 意識하고 사는 사람은 드물다. 敗北와 失意와 모멸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도 이미 그 敗北와 모멸조차도 느낄 수 없게 된 우리들, 이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나에게는 날개가 있는가?』 『나도 역시 하나의 無翼鳥에 불과한 것인가?』라고 反問하게만 된대도 原作者의 뜻은 다한 셈이다.

 

 

각색자의 말 - 金義卿
우리 실험극장 공연 사에 처음으로 각색 작품이 등장한다. 이 '無翼鳥'의 공연에 있어서는 여러분들의 특별한 관심과 주목 속에서 이루어졌기에 새삼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진실과 현실을 이해해 주지 않은 일부 인사의 태도에 대한 긍정은 아니다. 우리가 이번에 「무익조」를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우리의 文壇은 희곡문학에 대해 냉담했다. 물론 그것은 어느 편의 잘못이건 상관없다. (2) 새로 발표된 小説을 무대화하는 것으로서 문단 전체의 관심을 모으고 문학의 한 장르로서의 戯曲을 재확인한다는 어리석은 노력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3) 문학과 戯曲, 飛躍한다면 文化와 演劇藝術과의 보다 활발한 交流를 가짐으로써 이들의 同 一 한 地平化가 현실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때때로 실패하지만, 아직도 동기와 결과에 대한 보다 큰 이해가 필요하며 理想과 實現의 불일치라는 後進性을 克服하기 위해서라도 所信을 다해야 할 것이다.

 

 

1966년 실험극장 초연

 

 

 

演出者의 말 - 許圭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여러 가지 공포와 苦痛을 체험하면서 成長한다. 그리고 그들은 各己 自己대로의 공포와 苦痛을 克服하는 方法을 배우며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막기 위해서 죽음에 正面으로 도전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미리 겁을 먹고 재주껏 피해가면서 살기도 한다. 우리는 前者를 가리켜 英雄이라 부르며 後者를 가리켜 범인 또는 비겁자라고 곧잘 이름 붙인다. 그리고 作品 「無翼鳥」에서는 凡人 또는 비겁자를 가리켜 키위 새, 무익조라고 부르고 있다. 곧 인간들에 對한 모멸의 호칭인 것이다. 造物主는 우리 인간들에게 날개를 주지 않은 대신, 날고 싶은 욕망과 意志를 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 인간들은 달을 정복할 수 있었고 또 우리 모두 누구나가 유익조가 되어 하늘을 來往할 수 있게 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러한 現代 科學의 발전이나 飛行術은 순수한 개인적 욕망하고는 하등의 關係가 없는 것이다. 文明의 발생은 오히려 개인의 인간적 욕망과 의지에 제재를 加하게 되는 것이며 인간들의 형체 없는 날개가 차츰 退化해 가는 슬픔을 맛보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1966 실험극장 공연작

 

 

 

“무익조"는 한국 전쟁 시기부터 4.19와 5.16에 이르는 10년간의 기간을 유학생활로 보낸 '나'가 귀국 이후, 시카고대학에서 함께 지냈던 친구 윌리에게 보내는 네 통의 편지로 이루어진 단편소설이다. 나는 자신이 부재했던 10년간 한국을 알기 위해 묵은 신문철을 뒤지다가 1960년 4월분 신문철에서 학창시절 친구였던 박준 대위와 관련된 1단짜리 기사를 발견한다. 박준은, 병약했던 내가 요양차 내려가 지냈던 곳에서 만난 인물로 나와는 달리 건강하고 의지가 강한 인물이다. 내가 다시 귀경한 후, 둘은 유학을 앞둔 나의 환송파티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전쟁을 피해 유학가는 나와 달리 박준은 전투기조종사가 되어 전장으로 떠나는 선택을 한다. 이때 박준은 바다에서 조난당한 경험 이후 늘 겁에 질려 살던 자신의 부친을 언급하며, 자신은 죽음 앞에서 결코 비명을 지르지 않고 오히려 이를 드러내고 웃겠다고 선언한다. 내가 발견한 신문기사는 그런 박준의 비행기 추락사고에 대한 것으로, 나는 박준이 그 죽음의 순간 비명을 질렀을지 아니면 자신의 선언처럼 당당히 웃었을 지를 궁금해 한다. 이후 휴가차 내려간 T시에서 나는 박준이 그 사고로 죽지 않고 생활했음을 알게 되고, 수소문 끝에 현재 상이군인들로 이루어진 정치적 단체에서 활동 중인 박준과 재회하게 된다. 이 만남을 통해 나는 박준이 비행기 추락 후 살기 위해 부상당한 훈련병을 외면하고 도망쳤다는 것을 알게 되 고, 귀가길 교통사고 현장에서 박준의 비명소리를 직접 듣게 된다. 나는 박준의 추락사고와 생환 과정의 진실을 담은 편지를 마지막으로 월리에게 더 이상 자신의 편지를 기다리지 말 것을 당부한다. “무익조"는 이와 같은 박준의 추락사고 및 생환 과정의 진실에 대한 추적을 주된 서사로 하는데, 그 사이 두 번째 편지에서 4.19 혁명과정에서 죽음에 이른 도서관 사서 조카의 이야기를 짧게 다룬다. 나는 1960년 4월분 신문철을 뒤지다가 박준 대위의 비행기 추락사고를 다룬 1단짜리 기사를 발견하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마는데, 도서관 사서가 4.19 관련 기사를 보고 비명을 지른 것으로 착각하여 자신의 조카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다. 한 대학의 학생회장이었던 사서 조카는 4월 혁명 시위 도중 총에 맞았고 결국은 죽고 만다. 사서는, 취재를 온 기자들 앞에서 조카가 자신은 총에 맞은 여학생의 비명 소리를 듣고 도망치다가 부상을 입은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신문 기사를 통해서는 영웅화되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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