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극의 유일한 등장인물 P는 고단한 하루를 시작하려 눈을 뜬다.
그러나, 그에게는 주어진 책무도 해야 할 일도 없다.
P는 어쩔 수 없이 절망 속에 웅크리고 앉는다.
P는 이 절망을 타개하기 위해 많은 생각 속으로 들어간다.
도대체, 무엇부터 잘못되었을까?
각박한 사회도, 구원 없는 일상도, 또 주변인물의 탓도 아니다.
그러나, P에게는 뚜렷한 대책도 없고,
단지 갈망과 환상만이 그를 위로 할 뿐이다.
P는 수채화 같은 삶을 살고프다.
맑고 투명한 사랑을 꿈꾼다.
더럽고 지친 삶을 씻겨낼 한방울의 따뜻한 눈물이 그립다.
P가 사랑하는 소녀는 현실인가?
아니면 갈망이 만들어낸 허구인가?
작가의 변 – 박정일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명제에 사로잡혀 푸른 20대의 삶을 허비하고 말았다. 다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좀더 실행적인 고민을 했었더라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을 해 본다. 그럼 오늘의 고민은 무엇일까? 상황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달라진 게 없다.희망만으로, 그 벽들을 깨부술 수 없다는 얄팍한 현실감만 늘었을 뿐이다. 현실에 순응할 것인가? 도전할 것인가? 아! 지금이라도 눈을 뜨고 싶다. 그 어둠 속을 방황하면서도 한줌의 사랑으로 마음에 위안을 삼던 그 적막한 생활을 있는 그대로 무대에 옮기고자 한다. 그것이 나를 키워준 연극무대에 대한 보답이리라.
이 작품은 어느 티 없이 맑은 소녀의 진실한 이야기입니다. 아니, 우리 자신의 진실한 이야기입니다. 이 극은 공해가 되어버린 대학로 연극을 정화하고 싶은 한 가닥의 염원에서 만들어진 연극입니다. 연극이란 허구의 이야기로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숨이 막힙니다. 연극은 그 나라의 거울입니다. 연극이 관객을 속이고 허영과 쾌락만을 조장시킨다면 우리가 들여다보는 거울은 이미 깨져버린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손으로 씌어져 만들어진 진실한 거울에 여러분을 비춰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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