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은 한 쌍의 커플과 젊은 남자이며, 장소는 오래된 낡은 집. 이들 커플은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오로지 두 사람만이 존재할 수 있는 습한 바닷가에 고립되어 있는 집을 산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절대적인 공간을 마련한 듯하다. 둘만의 고독 속에서 남자와 여자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짧은 시적 어휘와 반복적인 대사는 그들의 심리 상태를 조금씩 들춰낸다. 여자는 불안과 갈망 속에서 누군가 온다는 것을 끈질기게 예언한다. 결국 전에 이 집에 살았던 부부의 손자이자 집을 판 젊은 남자가 등장했을 때, 진실한 사랑을 추구하는 듯한 이들 부부의 관계가 얼마나 허약한지 금방 드러난다. 노부부가 살았던 집 자체도 그들의 흔적을 통해 행복의 추구가 참으로 덧없음을 보여준다.
노르웨이 서부지역 태생으로 1959년생인 욘 포세의 극작품에 있어 참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바로 빛이다. 이 빛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화가들을 생각나게 하는 빛으로 예컨대 역시 노르웨이 화가인 Edvard Munch (1863-1944)를 연상시킨다. 이 빛은 창백한 빛으로 일식의 경우처럼 인물과 오브제의 윤곽을 분명하게 나타나도록 한다. 모순적인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빛의 부재는 또 다른 부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부재란 무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숫자인데 두세 명 정도이거나 기껏해야 네 명 정도이다. 그런 이유로 집중은 증대하고 인식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세 번째 현상 즉 시간의 차원이 이에 덧붙여진다. 포세의 세계에서 시간은 진정 늘어진 듯하다.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언어는 인간으로 하여금 사로잡힌 고독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빛의 부재, 공간의 고독, 늘어진 시간으로 인해 포세의 극작품은 커다란 감동을 부여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한 천사가 무대로 지나가는 순간을 창조하는 것”이 그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오고 있다>는 1999년 9월 28일 파리에서 있었던 가을 축제 기간 동안 Nanterre-Amandiers 극장에서 프랑스 초연이 이루어졌다. 당시 연출은 클로드 레지, 무대감독 다니엘 자네토, 조명은 도미니크 브뤼기에르, 의상은 안 윌리엄이 당당했고 캐스트로는 그녀 역에 발레리 드레빌, 그이 역에 마르시알 디 폰조 보, 남자 역에 얀 부도가 각각 담당하였다.
<욘 포세 Jon Fosse>
1959년 노르웨이의 해안도시 허게순드(Haugesund)에서 출생. 1975년 베르겐(Bergen)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했으며 호르달란드(Hordaland) 문예창작 아카데미에서 강사로 활동. 1990년대 초부터 전업 작가로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 베르겐에서 아내, 그리고 어린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그의 언어는 철저하게 압축되고 축약된 형태로, 문장의 조각들, 계속해서 반복되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완벽하게 구두법 없이 쓰여진 그의 텍스트는 해석과 리듬의 모든 힘을 배우와 연출자의 손에 넘겨준다. 포세는 삶의 본질적인 것이 파묻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리들을 제거한다. 그의 언어는 끊임없이 회전하는 말의 고유한 움직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의 모노톤의 문장들, 부분적으로는 스타카토처럼 던져지는 문장들 속에서 여러 가지 삶의 구조들, 인간의 내적인 심리구조가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교차하는 가운데 응축된 형태로 노출된다. 여기에 포세는 침묵의 순간들을 적절히 이용한다. 인물들의 대화 과정 중에 끊임없이 반복 사용되는 ‘사이’의 침묵, 이 행간을 인물들의 말없는 진실이 넘나든다. 소리와 소리없음의 독특한 리듬 - 이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통해 포세? ?인간의 삶이 가진 진정성은 무엇인지 묻는다.
그가 만들어내는 인간관계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고 그 관계가 또한 철저하게 관찰되고 파악될 수 있어서 보편성의 미니멀리즘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만큼 포세가 작품 속에서 드러내고 있는 현실은 구체성을 지니고 있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현실의 단면은 굵은 윤곽으로 이루어진 담담한 그림으로 그려지나 그 사이의 여백에는 인간의 삶이 가진 구체적인 모습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현대인이 만들어내는 의사소통 부재의 사회적 관계이기도 하며 인간 의식 속에 존재하는 무형의 원형질이기도 하다.
<이름>으로 1996년 입센 상을, 희곡<어느 여름날>로 2000년 북유럽 연극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00년<이름>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연극제에서 독일어권 최초의 공연을 이룬 후 최고의 작가로서 오스트리아의 연극오스카상인 네스트로이 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대표적인 희곡작품으로는<누군가 올 거야>(1992),<아이>(1996),<아들>(1997),<가을날의 꿈>(1999),<기타맨(모노로그)>(1999),<겨울>(2000),<죽음 변주곡>(2001),<소파 위의 소녀>(2002),<자줏빛>(2003) 등이 있다. 희곡작품 이외에도 장편소설, 시, 에세이, 아동문학 등 다양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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