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가 죽은 후 산초(돈키호테와 모험을 떠났던 종자)가 유랑극단을 따라나선지 5년이 지난 후, 돈키호테의 고향 라만차 마을에 산초와 알돈자(돈키호테가 애타게 찾으려던 둘시네아 공주로 젊은 여자 농부)가 소속된 희망유랑극단이 “정의를 찾는 편력 기사 돈키호테”란 연극을 가지고 찾아온다. 이전, 극단장에게 세상이란 눈물과 탄식과 슬픔의 깊은 밤이었다. 매일 날이 밝지만 긴 밤이었다. 그런 세상 속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으로 숨이 막혀 살았다. 그때, 산초가 전한 돈키호테의 모험 이야기는 절망보다 무거운 무력감을 극복할 출구가 된다. 그는 어두운 하늘에 별 하나를 갖게 된 것이다. 캄캄한 세상을 나아가게 인도 해주는 별을...
돈키호테의 꿈과 이상은 극단장을 살아 있게 했다. 그는 돈키호테가 이루고자했던 황금의 시대에 대한 이상을 품고 세상을 편력하며 부정과 불의에 연극으로 맞서겠다며 “정의를 찾는 편력 기사 돈키호테”를 제작한 것이다. 그는 돈키호테의 가치에 완벽히 호응했고 이미 그와 한 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라만차 마을은 산초가 떠난 5년 동안에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돈키호테의 조카 남편인 산손 카라스코가 영주가 되면서 유력 계층의 미움을 살 만한 조치들을 회피하는데 급급한 정책을 폈다. 시민들은 왕과 유력계층을 위해 과중한 세금과 부역을 감당해야했다. 산손은 희망유랑극단의 연극이 시민들을 자극하고 선동한다고 규정하고 경찰을 동원하여 방해하며 극단장과 대립하게 되는데......
작가의 글
현실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꾸는 꿈속에 삶의 진실과 사회 정의와 사람다움의 참 살림이 있습니다. 보다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은 그 꿈에 대한 믿음과 신념에 의해 변형됩니다. 역사는 이렇게 변해 왔습니다.
돈키호테는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꿈을 일깨우는 힘이 있는 인물입니다. 광기에 사로잡힌 돈키호테는 산초에게 “나는 하늘의 뜻으로, 이 시대에 황금의 시대를 부활하려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황금의 시대에는 모두가 평화로웠고, 우애가 넘쳤으며 조화로웠답니다. 그리고 진실과 정의가 살아있던 시대였다고 말합니다. 그는 황금의 시대를 재현하려 하지 않는 현대가 빠져있는 미망을 일깨워주려고 모험을 하지만, 끊임없이 좌절하고 실패 합니다. 광기에서 깨어난 그는 병이 듭니다. 그리고 자살이 아니라 스스로 죽게 놓아둡니다. 생을 지탱해온 이상을 잃어버린 그가 보여준 영웅적 행위가 바로 죽음이고 그것은 자신의 영혼과 소명에 충실하기 위한 진정한 자유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이 연극은 돈키호테가 죽은 후, 같이 기사모험을 했던 산초는 어떻게 살았을까?”에서 출발합니다. 그는 유랑극단에 들어가게 되고 극단장을 만나 돈키호테의 기사모험을 연극으로 만들게 됩니다. 이 작품의 내용은, 힘 있는 자들의 부정과 불의를 보면서도 세상 속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으로 숨죽이고 살던 극단장이 돈키호테에게 자신을 투영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자신의 모습과 숨겨진 욕망을 드러내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자신과 세계사이의 갈등을 겪게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태양이 작렬하는 벌판을 지나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험을 시켰다면, 저는 광대 돈키호테로 하여 돈키호테가 간 길을 다시 걷게 하고 싶었습니다.
저도 그 광대를 따라가며 같이 꿈을 꾸고 싶었습니다.
백하룡
서울예대 극작과 졸
2001년 예장문학상 희곡 수상
2002년 5회 국립극단 신작희곡페스티발 당선
2004년 서울연극제 희곡상
2004년 7회 국립극단 신작희곡페스티발 당선
2005년 문예진흥위원회 신진예술가 선정
2006년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 선정
2007년 거창국제연극제 세계초연 희곡 공모 우수상
■ 공연작품
<파행><매혹><돈키호테 희망유랑극단><이날 이때 이즈음에><팔베개의 노래>외 다수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욘 포세 '누군가 오고 있다' (1) | 2015.11.09 |
---|---|
작가 미상 '꼬메디아' (1) | 2015.11.09 |
카릴 처칠 '스크라이커' (1) | 2015.11.09 |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 '못생긴 남자' (1) | 2015.11.09 |
톨스토이 '문명의 열매' (1) | 2015.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