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우천 '우박'

clint 2018. 3. 25. 10:19

 

 

 

줄거리
서기 9173년. 씨족단위로 살아가는 어느 마을에 일년에 두 번 주먹만한 우박이 쏟아져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병신이 된다. 마을의 최고 어른인 [촌장]은 우박이 내리는 원인은 마을에 저주가 내려서 그렇다며 제단을 만들고 신께 매일 매일 제를 올린다. 그러나 마을 청년들은 줄에 목이 묶인 채 살아가는 [줄보]가 끝이 안 보이는 높은 곳에서 내려온 밧줄에 목이 묶여 살아가는 모습 자체가 이상하다며 그를 마을의 저주라고 생각, 줄을 끊어버리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을에서 제일 똑똑한 청년인 [학돌]은 단지 의심만으로 한 사람을 고통스럽게 할 순 없다며 자신이 마을의 저주를 풀기 위해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지녔다는 [아패할멈]을 만나러 가겠다고 다짐한다. [아패할멈]은 돌연변이로 태어나 어릴 때 두 눈을 파해쳐서 들판에 피투성이가 된 채 내쫒겼었다. 돌연변이는 사람을 잡아먹고 산다는 소문을 이유로 [촌장]은 [학돌]의 요구를 거부하지만 마을이 처한 위기에 마땅한 대책이 없자 어쩔 수 없이 [학돌]을 [아패할멈]에게 떠나 보낸다. 한편, 여전히 [줄보]를 저주의 원인으로 굳게 믿는 마을 청년들은 [촌장] 몰래 줄보의 끈을 끊어버릴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긴다. 길을 떠나기 전, 마을에서 유일하게 임신을 할 수 있는 여자인 [초하]와 마주한 [학돌]은 어쩌면 자신도 [아패할멈]에게 잡혀 먹힐지 모른다며 두려움을 토하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모두 살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며 [초하]를 이해시킨다.
다음날. 길을 떠난 [학돌]은 몇일을 헤매다 결국 [아패할멈]이 산다는 동굴을 찾게 되고 그곳으로 들어가 [아패할멈]을 만난다. 백발이 성성한 [아패할멈]은 벌써 400년 동안 물만 먹고도 죽지 않고 살아왔다며 자신을 돌연변이라는 이유로 내쫒은 인간들에 대한 분노를 토해낸다. 그리고는 마을에 엄청난 우박이 쏟아지는 이유를 묻는 [학돌]에게 [아패할멈]은 하늘의 뜻이라며 그냥 순순히 받아들이라고 충고하고 이에 격분한 [학돌]은 죽일듯한 기세로 [아패할멈]을 공격하나 언제나 [아패할멈] 곁에 붙어있는 네발로 걷는 또 다른 돌연변이 [끼악]에게 제압당하고 만다. 죽을 위험에 처한 [학돌]에게 할멈은 인간의 죄상을 밝히며 모든 것이 업보라 말하며 [학돌]을 풀어준다. 한편, 마을에선 청년들이 [촌장] 몰래 [줄보]의 끈을 끊을 계획으로 야밤에 [줄보]를 급습하지만 잠에서 깨어난 [촌장]에 의해 제지당한다. 그러나 청년들은 자신들의 삶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벌인 일이라며 눈감아 줄 것을 [촌장]에게 요구하고 [촌장]은 난감해 한다. 이때, 마을로 돌아온 [학돌]은 [아패할멈]에게 들은 대로 우박은 업보고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하자 마을 청년들은 모두 이대로 죽을 순 없다며 무력으로 줄보의 끊을 끊어버린다. 그러자 마을에는 얘기치 못한 엄청난 재앙이 불어 닥치게 된다.

 

 

작가 의도
살다보면 세상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과학과 논리로써 정의 될 수 없는 많은 알 수 없는 일들...... 허나 사람들은 모든 걸 규정짓고 정의하고 싶어합니다. 단순한 미문(美文)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인데도 말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기의 몫을 가지고 살게 됩니다. 혹은 운명이라고 불리우는 이 것을 누구는 가혹하게 메고있고 또 누구는 가뿐히 짊어지고 있습니다. 허나 그 운명이 가혹하든 가뿐하든 그 누구를 높다, 낮다 평가할 순 없겠지요. 가혹한 사람은 가혹한 만큼의 깊이가 있는 것이고 또 가뿐한 사람은 가뿐한 만큼의 가벼움이 있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서로가 서로를 함부로 판단하고 정의 내리는데 있습니다. 한 움쿰 밖에 안 되는 짐을 짊어진 채 바위만한 짐을 지고 낑낑매는 사람한데 삶에 대한 자신의 논리를 주장하고 강제 주입시키는건 옳지 못하다고 봅니다.
이번 작품 [우박]은 그런 우주를 모르고 세계를 모르고 관계를 모르고 심지어는 자기자신도 잘 모르면서 존재하는 모든 걸 정의 내리려는 인간의 이기심이 과연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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