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1984년 서울대 인문대학 연극반에 의해 초연되었던 것을 1987년에 극단에서 공연하려 했으나 군대 내부 문제를 소재삼았다는 이유로 공연윤리위원회의 대본심사에서 '공연불허'로 중단되기도 하였다. [불감증]은 단순히 군대를 비판한 것이 아니다. 대학을 다니다 학내 시위를 주동하여 강제 징집당한 한 사병이 비무장지대에 근무하면서 겪은 여러 사건을 통해 허리가 동강난 분단 현실의 아픔을 깊이 새기고 이를 극복하려는 새로운 세대의 고뇌와 몸부림을 보여준 작품이다.
30여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남과 북이 각기 다른 체제 속에 갇혀 있어 어느새 '통일 불감증'에 걸려버린 많은 이들에게 일침을 놓는 역할을 했다. 공연 도중 극장에서 국민대 최종욱 교수의 철학강의를 수강하는 200여명의 학생들이 공연관람 후 자유토론을 허용하는 이색적인 수업이 진행되기도 했는데 그들은 오늘 이땅의 지식인들이 갖고 있는 '불감증'에 대한 인식을 얻게 됐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일병 강진우가 팽중사와 최병장한테 전입신고를 한다. 강진우는 상사들이 일방적으로 괴롭하자 거부하고, 호되게 당한다.
철책근무 하러가는 일동에게 소대장은 암호를 묻는다. 허이병이 구호를 대지 못하고 기합을 받는다. 대남방송이 들려온다.
그날 밤. 두 개의 초소. 최병장과 강진우, 한일병과 허이병이 짝을 이뤄 보초를 서고 있다. 허이병은 여자친구로부터 한 달째 소식이 없다며 걱정이다. 강일병은 담배를 피우고 조는 최병장의 근무태도가 걱정스럽다. 강일병과 한일병이 내무반에서 얘기를 나누는데, 기관총 소리가 들린다. 팽중사와 병사들이 소대장의 지휘 하에 비상근무에 나서고, 소대장은 총에 맞은 것은 멧돼지라고 확인한다. 소대장은 팽중사에게 최병장과 허이병을 데리고 가 조용히 처리하라고 시킨다. 강일병은 아버지의 고향이 개성이라며 마치 아버지의 가슴에 총부리를 들이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한편 진우의 부모들은 진우를 걱정하며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한다. 최병장과 허이병이 내무반에 들어온다. 허이병은 총에 맞아 죽은 건 멧돼지가 아니라 벌거벗은 여자였다고 밝힌다. 최병장은 미군들에게 끌려 들어가 농락을 당하고 용케 목숨을 건져 도망치는 도중 적으로 오인 받아 총에 맞고 죽었을 거라며, 철책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로 일어난다고 떠벌인다. 팽중사가 들어온다. 팽중사는 일부러 허이병을 괴롭히고, 강일병이 문제를 제기한다. 팽중사는 좌중을 험악한 분위기로 만들며 폭력을 행사한다. 밤 8시경 내무반. 한일병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다. 순간 무대는 한일병 부모님이 갑득과 심문관으로부터 협박과 고문을 받는 장면으로 바뀐다. 승연부의 큰 처남은 인민군 소좌로, 둘째 처남은 경찰로 대립하고 있다. 해방과 6·25 때는 경찰인 둘째 처남 때문에, 그리고 1980년 광주항쟁 무렵에는 큰 처남 때문에 고충을 겪는다. 협박과 고문을 견디지 못한 승연 부모는 거짓 자백을 하고 심문관을 따라 나선다. 다시 내부반. 허이병한테 애인으로부터 절교장이 날아든다. 최병장과 한일병이 보초를 서고 있다. 최병장은 뭔가를 발견하고 암호를 대라고 말하지만, 암호를 대지 못하자 간첩인줄 알고 총을 쏜다. 한일병은 주저앉으며 허이병을 부른다. 부대장이 간첩사살에 대한 공로로 최병장에게 표창장을 주고 포상휴가를 내렸다. 내무반에서 소대장이 들어와 강일병이 써놓은 시를 발견하고 읽는다. 팽중사는 시 가운데 인민, 제국주의 등등의 말을 보고 강일병의 사상을 의심한다. 강일병은 자신의 사상의 정당성을 팽중사에게 말하다가 가족의 말이 들리자 평정을 찾는다. 한일병이 등장하고, 강일병은 한일병한테 모순된 현실을 말한다. 이때 술에 취한 팽중사가 권총을 들고 등장해 강일병이 빨갱이라며, 강일병 가슴에 총을 쏜다. 에필로그 : 무대 전면에 처진 철조망에 강진우의 주검이 처참하게 걸려 있다. 강진우의 부모는 슬프게 울고, 한일병의 부모의 취조 모습, 소녀의 위문편지 목소리가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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