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애국가 함께함에 대한 하나의 공식>은 70대로 부터 20대 연령의 배우 여러 명이 출연해 벌이는 놀이 형식의 연극이다. 그리스 연출가 미하일 마르마리노스(Michail Marmarinos)가 2006년 11월에 올린 같은 제목의 연극에,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과 황석영의 소설 <손님>에서 내용을 발췌해, 2017년에 어울리게 재구성하고, 출연배우 각자가 체험한 현재의 시국과 상황을 질의 응답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연극을 펼쳐가며 노래와 춤이 곁들여 진다.
무대는 25개의 직사면체의 조형물을 바로 세워 탁자로 사용하고 의자 또한 25개를 배치해 극 전개에 따라 이동 배치한다. 탁자로 사용되는 조형물 위에는 식기와 술잔이 놓이고, 여자출연자 한명이 음식이동장비로 와인과 아몬드 슬라이스와 크렌베리 아가베 시럽이 들어간 요거트, 과일꼬치, 깻잎 페스토 썬 플라워 브루게스타를 운반해 나누어준다. 배경 쪽에도 직사면체의 조형물을 눕혀놓았다. 여성출연자 한명이 마이크를 사용해 일종의 해설자 역할을 담당해 질의 형식으로 극을 진행하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출연배우는 21명이지만 관객을 몇 사람을 동석시켜 함께 극을 펼쳐간다.
연극은 애국가와 관련된 이야기와 4절까지의 가사내용, 그리고 북의 국가와 국화를 소개하고 비교하기도 한다. 월드컵 경기 당시 응원가로 열창되던 애국가와 "대한민국! 짝 짝 짝 짝!"하며 흔들던 태극기, 그리고 거대한 태극기를 함께 이동시키던 광경에서부터 현재 촛불과 태극기집회 이야기, 그리고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출연자들의 정치적, 사회적으로 보고 체험한 사건을 대화형식으로 전개해 가며 '나비야', '섬 집 아기', '만남', '너와 나', '에라 모르겠다.', '태권V 주제곡' 등의 노래도 곁들인다. 중간 10분의 휴식시간을 갖은 다음 2부가 펼쳐지면, 이번에는 공통의 주제보다는 출연자 각자의 가정, 생활, 환경, 그리고 세상을 대하는 시각이 극의 주제가 된다. 이들 개개인이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사회가 극 속에 그려지면서 대단원에서 출연자와 관객이 함께 하는 군무(群舞)로 3시간 동안 펼쳐진 연극은 마무리를 맺는다.
"배우를 포함해 제작진 21명이 직접 경험한 내용을 작품에 녹여냈습니다. 각자 감춰뒀던 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제작진이 연습 내내 굉장히 예민해졌습니다. 일본의 소설가 하루키의 표현처럼 '깊은 우물에서 길어낸 말'이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
하수민 연출가(42)는 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씨어터 카페에서 기자를 만나 "모두 등장인물들과의 인터뷰를 정리해 보석 같은 말을 추려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작품은 제38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이며 그리스 연출가 미하일 마르마리노스가 2006년 11월에 올린 동명의 작품을 2017년에 맞게 다시 만들었다.
하 연출은 2006년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미술과 전문사 재학생 신분으로 이 작품에서 무대미술을 담당했다. 그는 "연극 애국가는 무대미술이 아니라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들게한 작품"이라며 "연극이 이렇게 재밌구나를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그리스 출신의 연출가 미하일 마르마리노스는 '다큐멘터리 연극'이란 개념을 주창하고, 그리스 고전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코러스(합창단)를 주요 인물로 등장시켰다. 당시 작품은 마르마리노스가 외국인의 시선으로 다양한 한국인들에게 국가가 무엇인지를 물으면서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한국인이 우리나라의 상황을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이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번 연극 '애국가'는 등장인물들이 공동 창작한 작품이다. 작품에 참여한 21명이 초연 때처럼 공통질문에 대답하고 이를 갈무리해 희곡으로 꾸몄다. 대본은 연습기간 70일 동안 계속 다듬어졌다.
하 연출은 "인터뷰 내용 중에서 사실을 강조하다 보니까 배우가 가상의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자신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했다"며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다들 연습 도중에 속된 말로 '한 따까리'씩 충돌을 거쳤다"고도 했다.
연극 '애국가'는 최근 몇 년간 일어난 정치적, 사회적 사건을 빠르게 훑으면서 이 과정에서 출연진이 체험한 사실을 주목한다. 또한, 도시, 국가, 국민, 애국심, 애국가 등의 키워드를 던지고 이에 답한 인터뷰를 모아 다큐멘터리 방식을 차용해 무대에 올렸다.
하 연출은 "국민과 시민은 지칭하는 대상은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말이라고 본다"며 "국가와 국민(시민)의 관계는 공동체와 공동체 구성원이며, 이 관계가 이어져서 계약의 단계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 작품에는 애국가를 비롯해 '나비야', '섬집아기', '만남', '너와 나', '에라모르겠다', '태권V 주제곡' 등친숙한 노래들이 등장한다. 하 연출은 "국민 대다수가 적어도 애국가 1절을 기억한다"며 "이 작품에선 한 명의 국민에겐 국가와의 관계를 통해 체화된 각자의 애국가가 한 곡씩 있다고 본다"라고도 했다.
"우리는 애국가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코러스(합창단)일지 모릅니다. 애국가는 다시 다른 장소로 옮겨지면, 새로운 목적으로 다시 모인 사람들에 의해서 또 다른 노래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애국가란 여러 음역과 음색의 코러스로 뭉쳐진 하나의 거대한 응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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