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무인텔'은 적당한 대중주의, 무장해제의 안이한 현실주의와 정면 대결해온 작가 홍창수의 시대 비판 정신이 돋보이는 신작이다. 2017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인 극단 창의 2인극이다.
강중환과 현명숙은 50대 초반의 지식인이다. 정의로운 성격의 중환은 불의를 못 참고 학교를 떠나고, 교수의 부당한 행위에 침묵한 명숙은 살아남아 문화재청장까지 오른다. 그러나 정의에 눈 감았던 명숙이 공직자로서 원칙과 소신을 이야기하고, 정의로웠던 중환은 본인이 투자한 건설업체를 위해 비리를 감당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몰린다. 도대체 사회 정의를 추구하면서 개인의 욕망도 충족할 수 있는 균형점은 어디인가.
공간의 변화와 차량의 운동감을 극적으로 활용한 무대가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의 심리적 갈등은 자동차의 동적인 변화와 속도감을 통해 표현된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을 청각적으로 드러내 갈등은 증폭된다. 또한 스크린에 투사된 이미지 영상들은 사실적이거나 추상적인 것을 배제했으며, 마치 안개로 뒤덮여 있는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처럼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대는 가로 1m 폭과 세로 3m 높이의 스크린 같은 조형물 여섯 개를 장면변화에 따라 가리개 겸 벽으로 사용하고, 영상 투사로 도시, 서해 대교, 지방 국도에서의 승용차의 질주 등, 극적효과 창출에 만전을 기한다. 운전대와 운전석과 옆 좌석이 있는 승용차 형태의 조형물을 사용하고, 홍 청색의 푹신해 뵈는 의자 두 개를 사용한다. 원무인텔에서는 원형의 탁자와 술병과 술잔이 사용된다. 음향효과와 핸드폰 소리는 녹음으로 처리된다. 핸드폰에 온 문자가 벽면에 확대된 글자로 투사되기도 한다. 음악도 장면변화에 따라 극 분위기 창출에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연극은 도입에 50대 전후의 훤칠한 미남과 지성미 넘치는 미녀 두 사람이 백색 계열의 정장을 입고 등장해 친숙하게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두 사람은 대학 동기로 고고인류학과를 다녔고, 장년의 연령이지만 경어를 일체 쓰지 않는 허심탄회한 동창사이로 표현된다. 서로의 근황이 소개가 되고, 여성은 문화재청장이다. 남성은 도중에 전공을 떠나 건축업에 손을 댄 것으로 설정이 되고, 현재는 잠실 개발지역에 거액의 투자를 했으나, 고대 유적과 유물 발견으로 건설이 중단되었기에 그 해결할 방도를 찾기 위해 여자동창이 문화재청장인 것을 알고 25년 만에 찾아보게 되었다는 설정이다. 실제로 강동 고덕지역도 아파트 건설을 위한 지역개발 당시, 고대유물인 토기, 분청사기, 백자, 기와조각의 발견으로 해당지역은 개발지역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 동창 남성은 은행에서 거금을 차용해 투자했기에 개발이 지연되거나 중단이 되면, 원금은 물론 이자를 갚기에도 어려운 상황과 마주하게 되겠기에 고대유물이나 유적과 관련된 해당 정부기관의 장인 문화재청장에게 공사계속을 청탁하기 위해 만난 것으로 소개가 된다.
학창시절에는 누구나 미남 미녀였던 동창에게 호감을 가진 적이 있기에 두 사람도 오랜만에 만났지만 젊은 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으로 해서 접근이 수월해 진 것으로 연출된다. 함께 국도를 드라이브 하며 두 사람은 금방 친근해 지고, 상대에게 마음을 열어 놓는다. 물론 두 동창은 계획에 없던 원무인텔에 들게 된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자연스런 본성의 발동으로 입술도 마주하고, 몸을 밀착시키려들다가 핸드폰 소리에 행동을 멈추고 자제를 한다. 남성은 비로소 상대를 만난 까닭을 털어놓는다. 잠실에서의 유적지 발굴에 따른 건설 중단과 연관된 내역을 밝히며 원래 계획대로 건설이 중단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청을 한다. 여성은 발끈하며 거절을 한다. 남성이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해도 막무가내다. 여성은 전화로 차를 불러 남성동창에게서 떠나간다. 원무인텔에 홀로 남성은 머리를 쥐어뜯는다.
대단원에서 벽면에 영상이 투사되면서 신문기사가 커다란 글씨로 소개가 된다. 현 문화재청장이 유적지와 유물발견에도 불구하고 공사계속을 지시해 해임되었다는 기사와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관객은 여성 문화재청장이 동창의 청을 거절하고 냉정하게 원무인텔을 떠났기에 공과 사가 분명한 행정관으로 여겼다가, 결국 동창의 요구를 수락한 것에서 요즘 떠들썩한 국정농단 사건과 비견되어 청장파면에 고개를 잠시 끄덕이기도 하지만, 동창의 어려움을 보고도 공익 위주로 칼날처럼 냉정하게 대처하는 것보다는, 살포시 마음을 열어 동창을 도와주려한 모습에,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따뜻한 마음으로 관람을 함께 한 관객의 어깨를 감싸거나 서로 손을 서로 꼭 쥐고 극장 밖으로 나가는 모습에서, 사람의 정이 그 무엇보다 강함을 보여준 연극이라는 느낌이다.
홍창수 작가는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거쳐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며 연극과의 다양한 만남을 즐기고 있다. 1998년 극단 실험극장에서 첫 작품 '오봉산 불지르다'를 공연한 이래 '수릉', '신라의 달밤', '여름안개', '윤이상, 나비이마주'등을 발표하며 꾸준히 극작을 하고 있다. '한국희곡' 편집주간을 맡았고 월간지 '한국연극' 편집위원, 그리고 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희곡 연구서 '역사와 실존', '김우진 전집1,2,3(공편)', '한국희곡 읽기의 새로움', 희곡집 '오봉산 불지르다'가 있다. 발표 공연된 작품으로는 <나는 개를 낳았다> <도라지꽃> <거울 뒤 여자> <황금바늘> <여름안개> <원무인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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