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에릭 울프슨 '뮤지컬 갬블러'

clint 2016. 11. 10. 08:06

 

 

조명이 밝아지면 화려한 카지노의 내부와 활기차게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카지노 보스는 지금 바로 카지노 문을 열고 들어온 호기심 많고 순진하고 평범한 한 젊은이를 확실하게 도박사로 변화시키겠다는 게임을 관객들에게 한다. 카지노 보스는 먼저 젊은이에 대한 신상을 자연스럽게 알아내고, 그를 친절히 환상적인 도박의 세계로 이끈다. 보스는 확실하고 다양한 방법들로 도박의 달콤함을 맛보게 해주려 하지만 젊은이는 쉽게 도박에 접근하지 않고 구경만 한다.

그때 카지노 안의 무대에서 쇼가 시작되고, 젊은이는 무희들의 오색찬란한 화려함과 요염한 율동에 현혹된다. 그가 무희들 중의 아름다운 한 여자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카지노 보스는 쇼걸에게 그 젊은이가 영향력 있는 영화 제작자라는 인상을 주면서 두 사람을 소개시켜준다. 두 사람은 순간 서로에게 이끌리고 그날 밤 늦게 밖에서 만날 것을 약속한다.

그날 밤, 쇼걸과 그녀의 후원인인 백작부인은 미사를 드리기 위해서 함께 성당을 찾아간다. 백작부인이 도박사를 경멸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쇼걸은 그 둘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젊은이를 만나기 위해 성당을 빠져나가고, 자신이 사랑에 빠져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마침내 카지노 보스가 감시하는 가운데 두 남녀의 사랑은 시작된다.

카지노 보스는 젊은이에게 쇼걸과의 완전한 사랑을 얻기 위한 해답은 황금열쇠라며 거기에는 모든 게임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카드의 비밀"이 있다고 그에게 알려주고 쇼걸은 성공에 대한 갈망과 곧 스타가 될 것 같은 환상들을 노래한다.

 

 

 

늦은 밤 백작부인은 자신의 방에서 도박사와는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강력한 충고와 함께 황금열쇠를 쇼걸에게 준다. 백작부인은 도박에 탐닉하여 자신과의 진실한 사랑을 파멸로 이끈 한 남자와의 슬픈 사연과 황금열쇠가 자기 손에 들어오게 된 과정을 노래하며 슬픔에 젖는다. 자신이 진정으로 젊은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쇼걸은 성공에 대한 갈망과 젊은이에 대한 감정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그러나 이미 황금열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젊은이는 괴로워하는 쇼걸의 마음도 모르는 채 그녀에게서 황금열쇠를 빼앗아가고 카지노 보스는 자신의 계략의 성공을 예감하는 기쁨의 노래를 부른다. 황금열쇠를 손에 쥔 젊은이는 드디어 배팅을 시작하고 위험한 도박사의 길로 들어선다. 황금 열쇠를 사용함으로써 쉽게 게임에 이기기 시작한 젊은 도박사는 점점 도박에 흥이 오르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도박의 노예가 되어 버린다. 황금열쇠를 이용한 게임의 말로를 잘 알고 있는 쇼걸은 보스에게 대항하면서까지 위험한 도박을 그만두라고 도박사에게 간청하지만 그는 이미 탐욕에 사로잡혀서 이성을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쇼걸마저 밀쳐버린다.

황금열쇠의 마력으로 승리를 하게 된 도박사는 자신 있게 마지막 판에 빌린 돈과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건다. 그러나 과욕을 부리는 그에게 황금열쇠는 더 이상의 행운을 가져다 주지 않고 다급해진 도박사는 카지노 직원들에게 한번 더 돈을 빌려줄 것을 간청한다.

그러나 보스의 게임은 이미 끝난 것이고 패배자에게는 냉정한 시선만이 있을 뿐이다. 이때 보스는 백작부인에게 자신들의 계략에 또 한 사람이 완벽하게 파멸되었다는 것을 보고하고, 관객은 카지노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백작부인이라는 것과 결국 이 모든 계략의 배후에 백작부인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허무한 모험을 했다는 것과 인생에 있어 황금열쇠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도박사는 권총을 들고 돌이킬 수 없는 결심을 한다. 한편 주사위가 구르고 카드가 섞이고 쇼가 시작되고 카지노는 변함없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새로운 희생자가 카지노의 문으로 들어와 두리번거리고, 카지노 보스는 두 팔을 벌려 그를 환영한다.
그렇게 다시 위험한 황금숭배가 시작된다.

 

 

 

 

뮤지컬 <갬블러>는 돈과 권력, 그리고 사랑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호기심을 갖게 마련인 신비한 카지노를 배경으로 권력과 돈, 사랑과 배신, 돈에 대한 욕망과 죽음을 통해 우리 시대의 공통적인 단면을 드라마틱하게 그렸다.

이 극의 배경이 되는 카지노는 인간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곳이며 갬블러, 쇼걸, 백작부인의 인생들 속에서 사랑과 배신, 성공과 좌절, 욕망과 파멸의 인생 역정을 모두 체험할 수 있다. <갬블러>가 은유적으로 끊임없이 우리에게 일깨워 주려 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 소중한 꿈과 행운은 언제나 변함없이 삶에 대해 진실한 자세일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1996년 – 독일 Monchengladbach 에서 18개월간 공연됨
1999년 – 한국 초연. 대학로 문예회관(현, 아르코 예술극장), 국립극장 허준호, 남경주, 이정화, 전수경, 윤복희, 주원성 등 출연


 

 

Eric Woolfson은 1945년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우에서 출생했다.
18세때부터 작곡을 시작한 그는 런던으로 건너가 세션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

1975년 울프슨은, 핑크 플로이드의앨범 'Dark Side of the Moon'의 엔지니어이자 비틀즈와 폴 매카트니의 수많은 명반에서 놀라운 음악적 아이디어를 보여준 영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엔지니어 알란 파슨스와 함께 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한다. 알란과 에릭은 시대를 앞선 음악성으로 전세계적으로 4천만장 이상의 앨범판매고를 기록하며 대중적인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들의 곡은 세월이 흘러도 영원한 감동을 주는 명곡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갬블러>에는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히트곡 'Eye in the Sky', 'Time', 'Games people play', 'Limelight' 등 우리나라 관객들의 귀에도 익숙한 에릭의 음악 14곡이 삽입되어있다. 이 곡들은 팝, 클래식, 프로그레시브를 절묘히 섞은 현대적 감각의 곡들로 편곡되고 작사되어 극의 장중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극의 흐름을 이끈다. 에릭은 1999년 5월 대학로 문예회관에서 공연된 한국 <갬블러>의 초연을 관람하기 위해 내한하였다. 그는 공연을 관람한 뒤 한국의 뮤지컬의 높은 완성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으며 한국 배우들의 연기력과 음악에 대한 소화력, 그리고 무대 위에서의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대단히 높게 평가했다. 특히 에릭은 음악의 완성도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리 갬블러의 8인조 밴드가 유럽의 40인조 오케스트라 편곡을 능가하는 거의 완벽한 음악을 구사했다고 격찬했으며 한국의 음악 감독이 다시 편곡한 갬블러 악보를 연구자료로 요청하기까지 했다. 그는 한국의 갬블러 공연에 깊은 감동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음악으로 느낄 수 있는 한국어의 아름다움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